[시사뉴스 강철규 기자]암을 정복할 수 있는 ‘아킬레스 건’이 발견됐다. BBC방송과 텔레그래프 등은 4일(현지시간) 면역 체계가 암의 핵심을 공격할 수 있는 종양 내 특별한 표식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영국암연구소(ICR) 과학자들은 암세포에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기 위해 암 환자 수백 명을 분석한 결과 모든 종양이 변화하지 않는 특정한 항원 형태의 분자를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항원이란 인체 면역체계가 적으로 인지해 반응을 하게 만드는 물질이다. 연구진들은 이번 발견은 암 치료의 신기원을 열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며, 앞으로 2년래 이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암 세포만을 골라서 공격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문제는 암세포가 일정한 형태 띠고 있지도 않고, 특정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암세포는 다양하게 변형된 모습을 띠고 있을 뿐 이곳저곳으로 불규칙하게 확산된다.
암 덩어리의 성장은 나무에서 생겨나는 돌연변이 뭉치가 번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돌연변이 세포들은 돌연변이 몸통을 중심으로 사방팔방 번져 나간다. 이런 특징은 암의 ‘이질 혼합성(heterogeneity)’으로 불리운다. 이런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서는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환자별 암세포의 특징을 파악한 뒤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의 주역 중 하나인 찰스 스원턴 UCL 교수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모든 세포에 존재하는 종양 항원을 식별해 이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암의 아킬레스건에 해당된다”며 “정말 짜릿하다. 이젠 환자별 맞춤형 처방으로 암치료의 절대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UCL 암연구소의 세르히오 퀘사다 박사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신체의 면역체계는 암세포를 잡으려는 경찰처럼 움직인다”며 “범죄의 종류가 강도에서 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처럼 암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마치 각기 다른 범죄에 연루된 폭력 조직과도 같다. 경찰이 다수의 범죄가 동시에 일어날 경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면역 체계도 여러 종류의 암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비유했다.
퀘사다 박사는 이어 “우리 연구는 여러 종류의 범죄를 막연히 추적하는 대신에 범죄의 뿌리에 있는 핵심을 잡는데 집중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법은 아주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아직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식이 아주 유의미한 발견이지만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주 까다로운 문제들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