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당 쇄신의 칼을 뽑아들었다. 신(新) 정풍운동이다. 그는 반성과 혁신을 통해 새누리당을 재창조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같은 강조점엔 범 친박계로 분류되면서 청와대와의 모종의 교감 아래 당을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누구의 지시나 조종 없이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당을 새롭게 뜯어 고칠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히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도 겸임하는 정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당이 운영되고 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도대체 누가 그렇게 하는거냐”며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신문 기사라는 게 모든 게 근거가 있는 게 아니다. 근거를 어떻게 다 취재하겠나”라고 반문한 뒤 “장담컨대 계파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멸할 것”이라고 격앙된 발언을 이어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조계종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국민이 저희 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많이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을 새롭게 하고, 새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당 쇄신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자신의 주도 하에 당 운영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친박계 등 당내 계파는 시간 문제일 뿐 결국은 사라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혁신위 구성과 관련해 “미봉책이나 땜질식 혁신안을 내놓는 게 아니라 총선 참패의 원인 진단과 반성, 나아가 정권 재창출의 목표를 향한 대장정의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안을 통해 당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고, 새로운 당 지도부가 이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원내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혁신안을 만들 것이기에) 혁신위의 활동 시한을 굳이 못 박을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아직 혁신위원장에 대해서는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김황식 전 총리 기용설과 관련해서도 정 원내대표는 가부 언급을 피했다.
이렇듯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나 친박계의 입김과는 상관없이 본인 의지로 당의 총의를 모아 난파 직전의 새누리당을 위기에서 구해내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는 있다. 하지만 그의 목표 달성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선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먼저 총선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과 근절책 마련이다. 총선 패배는 공천 파동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지만, 경기 위축과 실업률 상승 등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은데 직접적 원인이 있다. 20대 국회에서 당청이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민생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총선 패배 원인 규명에 나서면 당연히 친박계 행태에 대한 비판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 이후 친노 주류에 의해 당이 좌우된다는 이미지를 상당부분 씻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범 친박계로 불린다. 자신부터 탈 계파적 행보를 밟아야 하고, 이를 통해 친박계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제어해야 한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지적했듯이 '영남당 탈피'도 정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보수 편향이나 영남 중심이란 '기울어진 운동장'에 기대어 지역구 관리나 민심을 돌보는 데 소홀했던 행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이 새로 태어나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권 재창출에 나서야 희망이 있다.
우리 정당사에 수많은 정풍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성공해낸 적이 없다. 이때문에 정 원내대표의 호언에 대해서도 기대반 우려반이다. 만일 당 쇄신에 대해 시늉에만 그쳤다가는 새누리당의 미래는 없다. 기회이자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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