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장충동 남산 제이그랜드하우스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의 회장단 선거 장면.
[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이권을 놓고 치열한 법정분쟁과 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한 거대 종중이 오는 28일 회장 자리를 놓고 임시총회를 갖는다.
현재 권한대행체제인 경주김씨상촌공파종회는 이번 임시총회를 놓고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제기됐지만 일단락돼 이날 세종대 컨벤션센타에서 열리게 됐다.
종중의 내부혼란으로 빚고 있는 문제는 내부적인 것 뿐 아니라 경기 광주의 신현초등학교가 개교되지 못하면서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이 학교는 2019년 3월 안에 개교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종중 회장의 공석으로 소유권 이전이 미뤄지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 2004년 광주 오포지역주택조합 등 8개 사업장 명의로 경주김씨산촌공파종회 소유의 토지를 매입해 2006년 계약 및 잔금 18억원이 모두 완납된 상황이다.
해당 종중의 비상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회장이 공석인데다 현 권한대행마저 종원들의 면담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 결국 오포지역 개발사업자들은 지난해 8월과 12월 중앙지방법원과 성남지원에 각기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에서 종중측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거나 패소할 경우 수백억원의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게 비대위측의 주장이다.
이 문제는 최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행정감사에서도 불거졌다. 박광서(한국당 광주) 경기도의원은 "신현초의 중투심사가 통과한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 부지매입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안락규 광주하남교육장은 "학교 예정부지 8개 필지 중 3개 필지는 확보했지만 종중 소유 5개 필지가 종중내 파벌간 대표싸움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종중간 대표 자리를 놓고 소송과 파벌간 음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해당 종중 비상대책위가 운영하고 있는 게시판에는 2016년 12월 개최한 임시총회가 법원의 무효판결로 또 다시 선거를 해야 하는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는 비참한 형국이라고 전했다.
앞서 '16년 5월에는 종중 종원 4명이 공갈협박으로 수백만원을 챙기다가 검찰에 기소됐다는 등의 음해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임시총회 회장 후보자 중 종재매각으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는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21일 경주김씨상촌공파 비대위 관계자는 "종중의 이권다툼으로 너무 시끄럽다, 임시총회에서 선출된 회장이 종중의 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만큼 앞으로 잘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신현초교 관련해 사업자들이 공원부지 등 추가로 4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선거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출마자 중 한 후보자는 종중이나 종원들을 상대로 회장이 되기 위해 수십여건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안팎으로 시끄럽다고 전했다.
종중 파벌간의 다툼은 후보자로 나선 A씨의 휴대폰메시지에도 담겼다. 총회를 앞두고 최근 종원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 내가 2014년 대법원 승소로 종회가 정상화 되는 듯 하더니 다시 토지브로커들의 사주와 자금지원을 받은 파렴치한들이 종권을 탈취하려고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저들은 지금도 온갖 유언비어로 나를 음해하고 있다. 종원들이 냉철하게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메시지에 담았다.
그는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왔다며 지난 십수년간 종회의 정상화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문자메시지 의미를 확인하려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곧 바로 회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통화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한편 이번 총회도 제대로 치러질지 불투명하다. 종원 중 일부가 총회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23일 임시총회결의 무효확인청구권이 받아들여지면 이번 선거도 지연되면서 종중의 안위가 안갯속이 된다.
그들의 주장처럼 지금까지의 소송과 이번 선거가 종중재산을 둘러싼 이권과 탐욕만을 위한 선거라면 시시비비는 수사당국에서 가려할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