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유한국당에 드리워져 있던 '친박색채'를 걷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자유한국당의 당무감사결과 발표가 결과적으로 '친박청산'의 모양새로 드러났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탄핵과 분당과정에서 급조된 당협위원장이 7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옥석을 가리고 정비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당협위원장 정비를 하게 됐다. 일체의 정무적 판단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속히 조직혁신을 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에 나서겠다"며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자유한국당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성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교체대상 '친박'의 반발
홍 대표의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당무감사결과 발표는 결과적으로 '친박 청산'의 양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적잖다.
일반적으로 친박으로 분류되는 서청원, 유기준, 배덕광, 엄용수 의원이 교체대상 당협위원장 명단에 포함됐고 원외에서는 서초갑 당협위원장인 류여해 최고위원도 당협위원장직에서 탈락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각 지역의 교체대상 당협위원장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은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당협위원장직이 박탈된 원내외 친박인사들의 반발이 조만간 가시화될 조짐이다. 실제로 서초갑 당협위원장직을 잃게된 류여해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사구팽이다. 홍 대표는 후안무치와 배은망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저는 저와 뜻을 같이하려는 분들과 함께 홍 대표와 맞서 적극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당협위원장직을 잃게 된 유기준 의원도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18일 (당무감사결과) 세부점수표가 제공된다고 하니 일단 그것을 검토한 뒤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협위원장직을 상실하게 된 친박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자세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 대한 '반발 강도의 온도차' 정도만 느껴진다는 관측이다.
18일로 예정된 당무감사 세부점수표 공개가 당협위원장에서 탈락한 친박들의 향배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친박색채 걷어내고 '홍준표 당'으로 가나.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 홍 대표는 "일체의 정무적 판단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한국당내에서 친박이 청산되는 모양새를 띄게되자 정치권 일각에선 "이젠 명실상부한 '홍준표 당'으로 간다는 선언 아니겠느냐"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당무감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조직강화특위에서 당협위원장을 결정하는데,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은 당 대표가 임명하는 사무총장이 맡게 된다.
따라서 의원들은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당 대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그런 구조속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거가 치러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출 결과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른바 '친홍'으로 분류되는 김성태(원내대표)·함진규(정책위의장) 후보가 과반을 넘긴 표 차이로 당선됐고, 이것은 이후 홍 대표의 '친박청산 가속화'의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지방선거 성적표'가 한국당 향배 좌우할 듯
홍 대표의 관심은 지방선거에 꽂혀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친박색채를 걷어낸 상태에서 치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만일, 친박색채가 청산된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치러 정치권에서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승리'라고 볼 수 있는 커트라인을 넘기는 성적표를 남길 경우, 한국당은 명실상부한 '홍준표 당'이 될 확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친박색채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예상외로 커지거나 실패할 경우는 물론이고, 친박색채를 걷어내고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라고 인정되는 커트라인'을 넘지 못할 경우에는 홍 대표 체제가 최대의 위기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