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5.02 (토)

  • 흐림동두천 17.8℃
  • 흐림강릉 24.1℃
  • 흐림서울 17.9℃
  • 흐림대전 20.0℃
  • 흐림대구 23.9℃
  • 흐림울산 18.8℃
  • 흐림광주 19.1℃
  • 흐림부산 17.2℃
  • 흐림고창 18.0℃
  • 흐림제주 17.4℃
  • 흐림강화 14.1℃
  • 흐림보은 19.9℃
  • 흐림금산 19.9℃
  • 흐림강진군 17.8℃
  • 구름많음경주시 22.9℃
  • 흐림거제 18.8℃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18) - 족두리봉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북한산 족두리봉이 나를 부른다.

금주의 카톡 통신에 “홍제역 1번 출구 집합, 탕춘대를 거쳐 족두리봉 산행”이 떴다. 지난 주말은 구룡산이었으나 개인적인 일정으로 불참, 금주산행을 기대했는데 아침부터 눈이 날리더니 오후 들어 날씨가 화창하다. 오늘 1번 출구의 집합 인원은 4명. 언제 보아도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하고 북한산 자락길로 서둘러 떠난다.

 

오늘은 자락길 대신 능선의 산길을 따라 숲길을 걷는다. 날은 화창하지만 아직은 겨울이라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보며, 봄날의 개나리를 생각한다. 이곳은 삼월 말 사월 초의 봄소식을 개나리가 화려하게 만개하여 알려주는 명소다. 

 

휴일이라서인지 아주머니 그룹과 가족, 친구 등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내가 젊었을 때는 그다지 산에 간 기억이 없는데 요즘은 등산 인구가 많아서인지 북한산은 언제나 사람들로 활발하다. 능선을 따라 중간의 장군바위 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앞의 인왕산과 좌측의 북악산, 우측의 안산 북쪽 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 내린 눈인지 오늘 아침에 쌓인 눈인지 북측 면은 잔설을 가지고 제법 겨울 산의 풍취도 그리고 있다. 다시 산을 돌아 탕춘대 암문으로 향하다 정자에서 가져간 커피와 음료로 한숨을 돌린다. 우리와 떨어져 앉은 옆자리 아주머니들이 암행어사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내 어렸을 때 어사 박문수라는 드라마가 재미있었는데 요즘 이야기는 어떤지 모르겠다. 역사책을 읽다 보니, 어사라는 직업도 참 어려운 줄 알겠던데.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풍운아 정약용과 김정희도 젊어서 암행어사를 했다. 정약용은 32살 때 정조의 명으로 암행어사를 나가 경기도 관찰사 서용보가 농민을 수탈하는 등 횡포가 심하다는 비리를 파헤쳐 파직하게 하였으나, 이 일은 후에 정약용의 발목이 잡히는 큰 계기가 됐다.

 

서용보는 파직되었음에도 정조 사망 후, 노론 벽파의 거물로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에 화려하게 부활하여 44세의 젊은 나이로 우의정의 반열에 오른다. 그 후, 서용보는 정약용이 귀양살이에서 해배(解配)되는데 반대하고 끝까지 박해한다.

 

구한말 윤치호의 일기에 의하면 “다산 정약용이야말로 이조가 배출한, 아니 박해한 위대한 학자다. 그는 천주교로 개종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의 정적들은 그를 비참하게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 학자의 진가를 알고 있었던 정조(正祖)가 그를 어여삐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처형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16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 70여 권의 귀중한 원고를 남겼다. 그런데 요즘에도 노론 계에 속하는 인사들은 그가 남인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는다.”라 적었다 한다.

 

이이화 선생의 ‘동학 농민 혁명사’에 의하면, 그 당시의 시대상은 지방 수령들의 토악질이 얼마나 심했는지 ‘안동 김씨가 성긴 얼레빗이라면 여흥  민씨는 촘촘한 참빗이어서 서케까지 샅샅이 훑어 먹었다고 조롱할 만하다’ 하며. 강진에 귀양 간 정약용이 저술한 ‘목민심서’를 집권층인 노론은 철저히 외면하였지만, 전라도의 몰락한 양반과 양민들이 이를 읽고 고부 군수 조병갑의 토악질에 대항하는 동학혁명의 정신이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김정희는 어떤가. 김정희는 34세가 되던 1819년(순조 19년)에 문과에 급제하였고 7년 뒤인 1826년에 충청우도 암행어사로 임명되어 서산, 당진, 보령 등지를 암행하면서 10여 명의 탐관오리를 적발하였다. 그중에 비인 현감으로 있던 김우명이란 자가 김정희에 의해 봉고파직 되었다. 그런데 어사 김정희에 의해 파직되었던 김우명은 안동 김씨의 세를 뒤에 업고 4년 후에 다시 중앙에 관리로 등용되었다.

 

그리고 김우명은 김정희와 아버지 김노경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려 김정희는 사직, 김노경을 3년 귀양가게 만든다. 그 후, 다시 김우명이 대사간으로 보임을 받은 1년 후인 1840년(헌종 6), 김우명은 다시 10년 전의 윤상도(尹尙度)의 옥사를 거론하여 또다시 이미 사망한 김노경과 병조참판으로 있던 김정희를 탄핵하여 김정희가 제주도로 귀양가게 만든다. 귀양 덕에 추사체가 완성되었다니 그나마 다행인가. 


어릴 적에는 멋진 이몽룡의 암행어사 행차가 삶에서는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휴식 후 탕춘대 암문을 지나고 탕춘대 탐방센터를 지나 본격적으로 성곽길을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비키면 북한산 차마고도 길이다. 암석을 깎아 길을 낸 수고도 고맙지만, 차마고도 길에서 보는 경치 또한 절경이다. 언제와도 감탄하는 차마고도 길. 복작거리는 시내에서 1시간여 만에 별천지를 만날 수 있는 북한산의 명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세 풍경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한없이 머무르고 싶어지는 곳. 북한산이 주는 휴식처. 수식할 수 없는 즐거움이 온몸을 감싼다.

 

다시 불광동 쪽으로 길을 잡아 족두리봉 앞에 서면 웅장한 자태가 드러난다. 동쪽으로는 오를 수 없어 아래로 돌아 서쪽으로 올라야 하는 북쪽벽은 아직 눈길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이젠은 가지고 갔지만, 아이젠 없이도 그런대로 지날 만하며 겨울 산행의 정취도 느낄 수 있어 좋다. 역시 겨울은 눈 덮인 설산이 제격이다. 드디어 서쪽으로 나와 정상에 올랐다.

 

정상은 탁 트여 시원하고 저 멀리 한강이 반짝이며 흘러간다. 그곳에 있는 족두리봉이 생긴 암벽의 역사, 주라기 시대 화강암의 지질특성에 대한 안내판도 ‘판게아’ 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반도도 3개의 다른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땅이 하나로 뭉쳐져 생긴 중생대 이후의 대륙이라는 사실을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배우지도 못했다. 

 

정상에 서면 마음이 편해지며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그 경이로운 세상에 암행어사의 정의로운 삶을 살려 했던 사람들이 고초를 당하기도 하고, 그 고초 덕(?)에 불후의 업적을 쌓기도 하는 게 인생인가 보다.

 

 

‘판구조론’에 대한 주장도 알프레드 베게너가 주장할 당시에는 정설이 아니었으나 어느덧 오늘날에는 정설로 되어있다. 보통의 과학’이란 책 낸 저자에 의하면 “과학 이론은 끊임없이 공격받고, 그 과정에서 굳건히 방어에 성공한 이론은 정설로 평가받으며, 그렇지 못하면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 왕좌를 차지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 이론은 반박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이론입니다. 반박이 불가능한 것은 신의 뜻이거나 종교적 교리인 것이죠.”라며 과학적 사고로 사회학 하기를 강조했다.

 

겨울 산의 청량함을 맞보고 내려오는 하산 길의 화제는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의 “인간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신을 창조했다.”는 주장과 “신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했다,”는 종교의 교리에 관한 창조론이었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친노동=반기업’이라는 낡은 이분법 깰 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친노동은 반기업’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깨야 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해 “저는 오늘 노동절을 맞아 국민 여러분과 노동자 여러분께 몇 가지 약속을 드리겠다”며 “노동과 기업이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을 열겠다.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없는 노동자도 없고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다.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이 낡은 이분법을 깰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동 존중은 단지 배려나 시혜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이 빠진 성장은 반쪽에 불과하고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노동이 있는 성장이야말로 곧 미래가 있는 성장이다. 노사가 서로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노동과 기업, 공정과 혁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터의 안전만큼은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 노동자가 죽음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정상적인 나라를 반드시

경제

더보기
5월 1일부터 주유소에서 연 매출액과 관계없이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가능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5월 1일부터 연 매출액과 관계없이 주유소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진다. 행정안전부는 30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행정안전부는 4월 30일 ‘고유가 피해지원금 범정부 TF’(Task Force)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연 매출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주유소를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에 추가하기로 했다”며 “이번 조치는 중동전쟁으로 인해 가중된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사용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는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 및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번 조치로 주유소는 연 매출액과 무관하게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신용·체크카드 및 선불카드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받은 경우 5월 1일부터 주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 내에 소재한 주유소에서 연 매출액과 관계없이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받은 경우 기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인 주유소와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을 위해 한시적으로 추가 등록된 주유소에서 연 매출액과 관계없이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열여덟 어머니의 선택 연극 ‘춘섬이의 거짓말’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누구나 알지만, 그의 어머니 ‘춘섬이’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연극 ‘춘섬이의 거짓말’은 조선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이 영웅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빈칸으로 남겨뒀던 어머니의 자리에서 시작한다. 꽃다운 나이 열여덟, 사랑하는 이와 혼례를 꿈꾸었으나 양반의 욕망에 휘말려 벼랑 끝에 선 춘섬. 그가 선택한 ‘거짓말’은 한 아이, 나아가 세상을 뒤흔드는 운명을 지어낸다. ‘조선여자전’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지난해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던 ‘춘섬이의 거짓말’이 제4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5월 22일(금)부터 31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건 너하고 나하고 짓는 팔자여!’ 시대의 억압 앞에서 주체적인 결단을 내리는 춘섬의 곁에는 마님의 몸종 쫑쫑이, 찬모 딸 끝네, 어머니가 있다. 그들이 함께 짓는 거짓말은 단지 생존이 아니라 운명을 새로 쓰는 여성들의 은유적 저항이자 찬란한 연대다. 전통 서사의 감성과 현대적 재해석이 맞닿은 무대 위에서 폭압적인 현실 속에서 삶을 지어냈던 조선 여인들의 웃음과 눈물, 슬기와 생명력이 되살아난다. 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삼성전자 총파업만은 안된다. 노사 손잡고 세계1위 기업 만들어 내길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오는 5월 21일부터 예고된 총파업은 단순히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평택캠퍼스에 집결한 4만여 명의 조합원이 외친 성과급 제도 투명화와 상한제 폐지는 단순한 금전적 요구를 넘어선, 조직 내 뿌리 깊은 ‘불신’의 발로라는 점에서 사태의 엄중함이 크다. “사측에 무리하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성과급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투명하게 알기를 원한다”는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공정한 보상 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권리 주장이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상한을 폐지하며 산정 기준을 단순화한 사례는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뼈아픈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고 결국 노조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되었다. 하지만 파업이라는 수단이 가져올 결과는 노사 모두에게 가혹하다. 업계와 학계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