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부당직불금 명단을 삭제한 것으로 들어났다.
2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의 한국농촌공사 국감에서 농촌공사가 지난해 감사원의 요구에 의해 8월 서버에서 삭제했고, 감사원은 삭제 전에 USB메모리로 복사해 은폐 · 축소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농림수산식품위의 한국농촌공사 국감에서는 쌀 직불금 감사자료 폐기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라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감사원의 직불금 감사결과 비공개 결정 직후 6일만에 농촌공사가 관련 자료를 폐기한 것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같은 사실은 "참여정부가 감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뒤, 농촌공사가 갖고 있던 '불법 수령자 명단'을 긴급 삭제했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21일 국회 농림수산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농촌공사 전산직원 김영심 씨는 "당시 내가 감사 관련 자료만 따로 서버에 관리하고 있었고, 그 자료만 단독 삭제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감사원 감사관이 쌀 직불금 등과 관련한 감사자료를 삭제하라고 해서 서버에 접근해 삭제했다"면서 "삭제한 자료는 2005∼2006년 직불금 수령자 명단과 추곡수매자료"라고 밝혔다.
그는 "직불금 관련 자료에는 파일 1개당 100만명 정도씩 4개 파일에 대략 400만명 정도의 명단이 들어 있었을 것"이라며 "삭제한 부당수령 추정자료에는 서울과 과천 지역의 수령자 수천 명의 이름과 주소 등이 파악돼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씨는 "추곡수매 자료 등은 주자료가 아니라, 직불금과 매치하기 위한 보조자료여서 규모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당시 감사원에서 삭제 작업을 하러 오겠다는 얘기를 공사 감사실을 통해 통보받았다. 어떤 작업인지는 전혀 모르고 현장에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는 감사원이 '원 자료 삭제' 이전 농촌공사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부당수령 추정자' 28만명에 관한 통계 수치를 액셀 작업으로 추출, USB메모리에 옮겨갔다고 증언해 여야 격론이 벌어졌다.
김 씨는 공식 감사가 끝난 지난해 5월 이후에도 담당자인 이○○ 감사관이 자주 들러 작업을 함께 했다며 "부당 수령 추정자의 이름이나 주민번호, 소유 필지 등이 나열된 자료는 아니고, 28만명이라는 통계자료만 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당시 자동 백업이 되긴 했지만, 3개월 단위로 덮어쓰게 돼있어 현재로선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복사된 자료는 '부당 수령 추정자' 28만명에 대한 본인 수령 및 가족 수령 규모, 지역별 규모, 수령자의 평균 연봉 등 '개괄적' 통계 수치를 집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시 김 씨와 삭제 작업을 벌였던 이○○ 감사관이 USB메모리에 어떤 자료들을 담아갔는지, 또 삭제 당시 다른 자료는 없었는지 새로운 의혹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일로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스스로 위상을 훼손했다는 일각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공기업 감사를 통해 공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정지작업에 앞장서고, 뉴라이트의 KBS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를 즉각 수용하는 등 논란을 스스로 만들었다. 특히 쌀 직불금 감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감사결과를 비공개 함으로써 이 또한 스스로 좌초의 길로 들어섰다.
감사원 직원들로 구성된 실무자협의회도 지난 20일 감사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어쩌다 감사원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라는 글을 통해 감사원이 언제부터인가 권력 굴종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민주당 최규성, 김영록, 김우남, 조배숙 의원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오후 감사원을 항의방문 해 명단을 요구했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밝혔듯이 명단은 폐기한 상태지만 원데이터를 폐기한 것은 아니며 자료 복원에 2∼3주가 걸리기 때문에 국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다만 복원된다고 하더라도 명단 자체가 직불금 부정수령자는 아니므로 조사를 통해 부정수령자를 밝혀내는 데에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사원장은 "명단 폐기는 감사가 쌀직불금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고 감사가 완료된 뒤 농림부에 감사결과를 통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명단이) 필요없다고 판단해 농촌공사 서버에 보관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등이 우려됐기 때문에 한현철 당시 감사반장의 독자적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며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면서 "복사를 하지 않고 삭제한 것에 대해선 지금 생각해봐도 아쉽다"고 설명했다.
강기갑 의원은 "감사원이 농림부에 제도개선을 요구하면서 실제 조사에도 나서게 했어야 하는데 농림부에 명단을 넘기지 않고 폐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며 "556명 표본조사 명단이 감사원에 있기 때문에 표본명단 제출을 요구할 것이며 실제로 농사를 지으면서 오해를 받는 공무원 등의 명예는 회복시켜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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