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17 (금)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노무현의 ‘유러피언 드림’

URL복사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우리 사회의 진보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했으며, 그랬던 그의 마지막 애독서가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이었다는 것을 한 일간지를 통해 알게 됐다. 영결식 바로 전날인 5월 28일이었다. 안타깝고, 쓸쓸하고, 원망스런 마음이 더 깊어졌다. 그가 진작 그런 꿈을 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음날 서울광장 노제의 슬픈 군중 틈에 끼어 있으면서도 그의 마지막 꿈이 자꾸 어른거렸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유러피언 드림>은 지구촌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약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꿈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쇠퇴와 <유러피언 드림>의 부상을 확신하는 리프킨은 자신의 책에서 그 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대비시킨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자유, 문화적 동화(同化), 부의 축적, 경제성장과 무제한적 발전, 무한 경쟁과 무한 노력, 재산권과 개인복리, 애국주의 등을 강조한다.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공동체 내의 관계, 문화적 다양성, 삶의 질, 지속가능한 개발, '심오한 놀이'(deep play),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 세계주의 등을 중시한다. 그렇다면 경쟁을 못하거나 싫어하는 우리네 약자가 살 만한 곳은 당연히 <유러피언 드림>이 실현돼가는 곳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쇠퇴와 새로운 국가 구상
자신의 조국인 미국은 이제 오직 부자와 강자에게만 기회의 땅일 뿐이라고 개탄한 리프킨이 대서양 건너편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쓴 이 책을 고인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읽고 또 읽었을까? 국가경영자였던 그가 가장 주의깊게 읽은 부분은 필경 책의 곳곳에 명시 혹은 암시돼 있는 유럽사회에서의 국가 역할이었을 것이다. 사실 <유러피언 드림>의 핵심에는 '멋진' 국가가 있다. 그 국가는, 예컨대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에 힘을 실어주어 노사관계가 동등한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여 건설적이고 평화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재분배 효과가 분명한 조세나 복지 정책 등을 통해 경제적 약자일지라도 사회공동체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그 국가다.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성장, 효율성, 경쟁만이 아니라 분배, 형평성, 연대 등의 가치가 중시되고 지켜지도록 약자 편에 서서 시장을 조정하고 사회공동체를 유지해가는 핵심 역할을 국가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식의 시장만능주의나 신자유주의 대신 복지자본주의라고도 불리는 유럽형 '조정시장경제'(coordinated market economy)가 지금 정도로 발전해온 데는 그러한 국가의 역할이 컸다.
다양한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정당 구조화'의 필요성
'학자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고인이 <유러피언 드림>의 형성에 국가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만족했을 리 없다. 그는 분명 그러한 국가가 어떻게 작동 가능했는지 알아내고자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소위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s democracy)가 그 비법임을 알아챘을 수도 있다. 합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회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각 정당에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다. 여기서는 지역이나 인물이 아닌 정책과 이념 중심의 선거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약자와 강자, 소수자와 다수자 등 시민사회의 다종다양한 세력들을 대변하는 소위 '구조화된' 다정당체계가 발전한다.
유력 정당의 수는 통상 셋 이상이기 마련이므로 단일 정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의원내각제로 구성되는 행정부의 일반 형태는 연립정부다. 국민의 뜻을 해석하고 구현하는 일, 즉 민주국가를 운영하는 일이 이념 혹은 정책에 의해 구조화된 정당들 간의 합의에 따라 수행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 행정부는 의회의 효과적인 견제와 감시를 받는다.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유력 정당(들)이 이러한 행정부 혹은 입법부에 상시적으로 포진해 있으므로 국가의 멋진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참으로 아쉽다. 고인이 자신의 임기 초기부터 이 <유러피언 드림>을 가슴에 품고 그 실현을 위해 내내 노력했더라면 고인 자신은 물론 이 땅의 많은 약자와 소수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하고 희망에 찬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유러피언 드림>에 일찍 눈을 돌렸더라면, 예컨대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를 더욱 부추길 한미FTA 등을 별 대책도 없이 추진했을 리 없고, 그를 따르던 수많은 지지자들이 그와 여당에 등을 돌렸을 리도 없다.
그는 오히려 '나눔의 예술'이 실현되는 한국형 공동체사회의 형성과 한국형 조정시장경제 체제의 구축을 위해 그 특유의 사심없고 뚝심있는 추진력을 발휘했을 터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필시 유러피언 스타일의 멋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의 재구성'을 위해 정치제도 개혁에도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총선과의 선거시기 일치 정도를 위한 개헌 노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정당과 선거제도의 개혁은 물론 권력구조의 획기적 전환까지도 시도했을 그이다.
이제 그는 없고 펼쳐보지도 못한 그의 꿈만 남아 있다. 그 꿈은 우리 사회에 주는 그의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그 꿈은 우리가 꾸고 우리가 실현해 가야 한다. 추측컨대 이번 제헌절을 전후하여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가 고인의 꿈을 계승하여 그것을 '코리언 드림'으로 발전시켜가고자 한다면, 그 논의에 적극 참여하기에 앞서 충분히 경계하고 분명히 짚어둘 것이 있다. 우선 개헌논의가 정략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국면전환용으로 그리고 정치권 일부 세력은 자신의 기득권 유지 혹은 강화책으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분명한 것은 분권형 대통령제로든 의원내각제로든 정당의 구조화 없는 권력구조의 전환은 어느 것도 그 자체가 약자가 편히 살 만한 공동체사회의 형성을 위한 합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략적 개헌논의에 앞서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작금의 인물 혹은 지역 중심의 전근대적 다정당구도 하에서 행정부가 국회에서 구성될 경우 그것은 단지 지역 기반이 튼튼한 소수 정치지도자들 간의 과두체제 부상을 의미할 소지가 크다. 책임총리제나 의원내각제의 장점인 정당 간의 타협과 합의의 정치가 정책과 이념이 아니라 특정 인물이나 지역이익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거기서 약자와 소수자의 이익이 정책결정과정에 체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권력구조의 개혁 효과는 정당의 구조화가 성숙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급한 것은 정책과 이념 중심의 정당정치 활성화를 촉진할 선거제도의 개혁이다. 비례대표제의 전면 도입 혹은 그에 준할 정도의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선거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권력구조의 전환은 선거제도의 개혁 이후이거나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선거제도의 개혁과 한 패키지로 동시에 추진해야 할 중장기 개혁작업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감 5일차 일정…헌법재판소·경찰청·도로교통공단 ...여야 충돌 예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17일 5일차 일정을 이어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날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또다시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 9개 상임위원회에서 각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10시 헌법재판소(사무처)와 헌법재판연구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또 같은날 오후 3시 국회에서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전날에 이어 여야 간 공방이 재연될 전망이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전날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15일 대법원 현장국감과 관련된 언론기사를 둘러싸고 허위사실 유무를 놓고 고성을 지르며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법원 현장 검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 기록을 열람했다는 허위 사실을 국민의힘이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 대통령 무죄를 만들기 위해 대법원 현장 검증을 강행한 것이라고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시의회 제10차 개헌 대비 '지방자치 개헌안'마련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최호정 의장)는 제10차 개헌 대비 지방자치에 관한 서울특별시의회의 의견을 담은 “제10차 개헌 시 지방자치에 관한 개헌 방향”에 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의회는 현행 헌법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지방자치가 단순한 제도적 선언을 넘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지난 2월부터 본 연구를 역점적으로 계획하여 5월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바 있다. 현행 헌법은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에 대해 선언적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조직권·재정권 등 핵심 권한에 대한 명확한 보장이 부재하여, 중앙정부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 체제는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지역 맞춤형 행정과 주민 생활 중심의 정책 추진에 어려움 등 실질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소멸, 수도권 과밀, 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해결에 지역 맞춤 자율성이 절실함을 피력하였다. 본 연구용역은 ▲지방분권 국가의 지향 선언, ▲지역 맞춤 정책의 속도와 혁신성 제고를 위한 주

문화

더보기
차세대 창작자들의 13편 신작이 무대에... 쇼케이스 ‘스테이지 오디세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할리퀸크리에이션즈㈜의 뮤지컬·연극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쇼케이스 ‘스테이지 오디세이’가 오는 10월 16일(수) 오후 2시, 네이버 예약을 통해 티켓을 오픈한다. 이번 쇼케이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2025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의 일환으로, 플랫폼 기관 할리퀸크리에이션즈㈜가 약 7개월간 운영한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의 성과를 무대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쇼케이스 ’스테이지 오디세이’는 10월 27일(월)부터 11월 4일(화)까지 성수동 서울숲씨어터 2관에서 7일간 펼쳐지며, 총 13편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 케이팝, 아이돌, 좀비, 가족, 다양성, 실존인물 등 폭넓은 소재를 다룬 13편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작품들은 신진 창작자들의 참신한 발상과 실험 정신이 돋보이며, 공연계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창작자들의 감각적인 시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소극장과 대극장에서 활약 중인 인기 배우와 연출가, 연주자 등 정상급 창작진이 함께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관객은 각기 다른 색깔의 공연을 통해 ‘골라보는 즐거움’과 ‘새로운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는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 사업은 지난 5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디지털 약자들의 정보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 업무부터 병원 예약, 대중교통 이용, 행정 서비스까지 해결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 편리함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정보활용 취약계층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곤 한다. 각종 기관의 창구 업무는 줄어들고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자정부, 모바일뱅킹, 온라인쇼핑, 스마트농업 등 대부분의 사회·경제 활동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고루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뿐 아니라, 전업주부, 저학력자, 농촌 거주자, 장애인 등 이른바 ‘디지털 정보취약계층’은 여전히 정보 불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단순한 ‘기술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기기 사용 능력의 부족, 낮은 디지털 문해력, 인프라 격차, 생활환경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활용 능력이 결여되면 일상적인 서비스 이용은 물론, 경제 활동, 교육 기회, 복지 접근까지 제한받는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기존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중장년층 여성이나 농민, 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