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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눈물과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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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 되면 폭우로 인한 피해가 만만치 않다. 인명과 재산은 물론 많은 농작물이 피해를 보게 된다. 1987년 7월17일이었다. 당시 나는 영농 및 생활부녀조직과 식량증산상황실 운영 실무를 맡고 있는 영농지도과장이었는데 마침 공휴일 당직을 서고 있었다. 남부지역에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TV로 시시각각 현장상황이 보도되고 있었다. 중앙회의 윤근환회장(후에 농림수산부 장관)께서도 급히 사무실로 나오셨다. 당직과장으로서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고 드렸더니 현장확인 주문이 줄 이으신다. 남강유역에 있는 산청의 조합창고는 산 중턱에 있는데 왜, 어떻게, 그리 피해가 많으냐? 전화로 확인 중에 뒤에서 주문 말씀이 빗발쳐 진땀이 머리를 적셨다. 농학박사이신 회장님께서는 새마을 비서관, 농촌진흥청장 등을 거치시며 워낙 부지런 하신지라 전국방방곡곡 지리학 박사이실 정도로 기억이 남다르시다. 어떻게 그리 구석구석까지 많이 아시는지 감탄할 따름이다. 정부의 5개 부처 장관들도 헬리콥터로 현지에 나가 피해상황을 살피고 진두지휘를 하고 있었다.
쌀에 대한 땀과 노력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이번엔 집중호우가 서울 인천 등 경인지역을 강타하였다. 서울의 반포아파트가 침수 당해 수돗물과 전기가 끊기고 주택과 농협의 슈퍼마켓, 금융점포 등 많은 곳이 침수되었다. 경인지역에 이어 열흘이 지났을까? 이번엔 부여, 논산, 홍성 등 충청지역에 집중호우가 이어져 많은 농작물이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 갔다. 전국의 농작물 피해와 농협 계통사무소의 피해상황은 식량증산상황실에서 파악하여 보고되었고 아울러 피해대책에 대한 종합지원도 함께 이루어 지고 있었다. 24시간 상황실을 지키며 하루 2~3시간 밖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본인과 김선겸 대리(현 경기신용보증기금 기획본부장), 송한철(현 농협 암사동지점장) 우리 세 사람은 야전침대를 깔고 40여일을 함께 동거동락하였다. 피해가 한창 심할 때는 자재부, 유통부, 금융부 등 관련부서 직원들과도 대책을 마련하면서 상황실을 함께 운영하였다.
매일 아침 5시쯤 일어난 우리는 전날의 상황을 집계하여 보고서를 만들었다. PC가 없었던 시절이어서 보고서 작성은 명필이었던 김대리가 일필휘지로 작성하였다. 아침 7시반 경 출근하시는 회장님께 보고 드리면 9시쯤 지나 임원회의에서 마련된 대책이 지시되었고 이를 계통사무소에 보내고 나면 11시가 되었다. 그제서야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면 하루 두 끼 식사가 되었다. 시·도지회(현 지역본부)의 부녀부장제도 10주년을 맞이해서 소집된 회의에는 수염도 못 깍은채 잠시 인사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 관련부서회의와 대책 등 필요한 사항을 조치하면 저녁에 그 날의 일과를 종합 정리하여 퇴근 무렵에 보고를 드렸다. 오후 8시경 저녁 식사후 우리는 전국의 피해 및 조치사항을 종합정리하고 필요한 사항은 다음날 아침 5시까지 보고토록 전국 계통사무소에 전통을 보냈다. 수해 피해가 워낙 컷고 다급한 상황인지라 그 날의 일을 끝내고 나면 밤 2시가 되곤 하였다.
피해지역에 대한 노력지원도 중앙회 본부를 비롯해서 전국계통사무소에서 지원토록 조치되었다. 농협의 막강(?)한 조직력도 십분 발휘되었다. 9시경 임원회의에서 현지 노력지원계획이 결정되면 1시간쯤이면 노력지원 직원뻐스가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매주 토·일요일이면 본부의 과장급 이상직원이 현장에 노력지원으로 동원되었다. 삽, 모래푸대 등을 들고 도랑을 파 물 길을 새로 내고 농경지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모래푸대로 뚝을 쌓았다.
충청지역 피해 때는 협동조합간 협동의 역사도 연출되었다. 충남도지회 앞마당에는 전국계통사무소에서 보내진 구호품이 트럭에 탑재되어 집결되었다. 이들이 프랑카트를 차량 옆면에 부착하고 현지로 줄 이어 출발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고 훈훈하게 달구었다. 이러한 피해지역 지원에 관한 최초의 협동조합간 협동의 모습은 이후 태풍과 폭우피해가 이어질 때마다 연이어진 계기가 되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그 해 가을 정기국회에선 농협회장 수고하셨다. 직원들에게 포상을 많이 주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다. 예로부터 쌀 농사는 입춘 지나 210일이 되어야 그 해의 풍흉을 점 칠 수 있다 하였다. 그래서 8월 하순경 풍작을 예상했다가는 방정 맞는 말이라고 하여 자제하곤 하였다.
그런데 요즘 쌀이 홀대 받고 있다. 창고에 재고 쌀이 많은데다 금년 산 햇곡이 얼마 있어 출하 되면 2004~2005년처럼 쌀 값 하락이 재연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양극화된 농촌에서 노령농과 영세농의 대부분은 쌀 농사가 전부이다. 그만큼 늙고 힘 없는 소농의 쌀 농삿꾼에게는 쌀이 눈물이 되고 있다. 보릿고개를 넘어 식량증산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곤 했던 식량증산상황실은 박물관 신세가 되었다. 쌀은 농업총수입중 28%에 달한다. 쌀 자급률이 94.4%에 달하지만 쌀이 남아 도는 이유는 쌀 소비의 급격한 감소와 외국으로 부터의 의무수입(MMA?최소시장 접근)물량 때문이다. 쌀 소비는 1990년 1인당 연간 119.6kg에서 지난해 75.8kg으로 줄었는데 반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 시장개방을 미루는 대신 받아 들인 의무수입물량은 해마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소비량의 6%인 29만여톤이 의무수입물량으로 우리 땅을 밟을 예정이다. 수입쌀은 2014년 40만 8,700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쌀 관세화를 조기에 해야 한다는 논리는 점점 늘어만 가는 의무수입물량을 관세화 당시의 물량으로 빨리 고정해야 더 이상의 수입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데 있다. 더불어 국제시장에서의 급격한 곡물가격 상승은 관세화를 하더라도 가격 면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농민단체의 의견은 그간 정부의 안대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되었고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더욱 개방이 된다면 농민의 피해는 불을 보듯 그 피해가 더 커져 대책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동 직분제 예산 적용돼야
쌀 소득 보전 직불제가 시행되었지만 최근 2년 농가소득은 감소 되었고 도시근로자와의 소득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쌀 소득보전제의 문제점은 ha당 70만원의 고정직불금만 지급되었지 비료, 농약 등의 가격상승 분은 변동직불금의 기준가격에 반영이 안되어 집행이 미비하다는데 있다. 그래서 금년 쌀 가격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남아 도는 쌀 10만 톤을 변동직불제 예산으로 구입하여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 (WTO)위반가능성에 대해서는 생산비 상승분을 고려하여 고정직불금을 늘려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선행되고 관세화로 간다면 농민과 국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과 중요 요소는 바로 식생활이다. 최근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서구화된 식생활이 쌀밥을 기피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고혈압과 당뇨, 비만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만이 사회문제로 떠 오른 미국에서는 저 칼로리 장수음식으로 “밥”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듀크대학의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 연구조사이다. 546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4주간의 다이어트를 실시한 결과 여성의 몸 무게는 평균 8.6kg, 남성은 13.6kg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쌀 식이요법을 한 비만인들의 68%는 1년 뒤에도 그 효과가 계속되었다. 몸매관리에 많은 비용을 쏟아 붓는 여성 연예인들이 한식당을 자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밥과 적당한 반찬으로 식사를 하면 비만을 방지하고 속을 편하게 다스릴 수 있다.
쌀 눈에 많이 들어 있는 “가바”(GABA, 감마아미노산)는 혈액 내 중성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높이고 뇌혈류를 개선하는 의약품으로 연구되고 있다. ”가바”는 현미 100g당 8mg, 백미에는 5mg가량 들어 있다. 쌀을 물에 담가 두면 배아가 발아 준비에 들어 가면서 “가바”가 늘어 난다. 현미에 들어 있는 “IP6”란 물질은 대장암 예방과 지방간이나 동맥경화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 지고 있다. 또 발아현미는 치매 발병을 억제한다. 그 이외에도 쌀에는 노화를 방지하고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 비타민E,B와 다양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밥은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학교와 가정에서도 쌀 음식을 생활화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도와 대책마련으로 국민건강을 지켜 나가야 하겠다. 아울러 국민식량을 책임지면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쌀의 힘과 중요성을 일깨워 농업인의 88(米)번 땀방울의 수고를 닦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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