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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안병광 회장의 미술사랑, 서울미술관 10주년 개관기념전으로 꽃 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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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암동 201번지 <두려움일까 사랑일까>전
유니온약품 안병광 회장 40년 컬렉션 140점 선봬
10년간 30여회 전시, 100만명 관객 찾아와

 

흥선대원군의 별장이었던 '석파정'을 품은 서울미술관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개관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를 13일부터 9월 18일까지 약6개월간 펼쳐 눈길을 모은다.  

 

서울미술관은 설립부터 쉽지 않았다. 석파정이 고종의 임시 거처이기도 했던 문화재(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여서 더 그랬다. 안병광(65) 유니온약품 회장의 남다른 문화 사랑이 아니었다면 유서깊은 석파랑은 뜻깊은 문화예술의 중심에서 후손들의 사랑을 받으며 잘 보존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안병광 회장은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미술품을 한점한점 구입하며 찐 미술사랑을 보여온 컬렉터다. 김구 선생이 희망했던 ‘높은 문화의 힘’으로 우리 자신이 행복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는 문화의 힘을 안 회장을 믿는다. 혼자만의 기호와 취미를 넘어 더 많은 이들과 그림이 전하는 감동을 나누고자, 2012년 서울미술관을 설립했다.

 

 

<앞으로의 10년을 다짐하며>

 

안병광 회장은 “서울미술관을 개관할 당시 주위에서는 ‘한 2년 하다 말겠지’ 했다”면서 “하지만 10년을 끌고 가며 전시때마다 멋진 작품을 내놓자 미술계는 물론 기업인들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미술관 운영은 연간 수십억원의 경비가 들어가야 하는 만큼, 나눔 정신과 문화 사랑 없이는 대기업도 힘든 게 현실이다.

더구나 좋은 의도 보다 삐딱한 시선을 먼저 보내기도 한다. 

 

안 회장은 미술 컬렉션을 잘 내보이지 않는 기업인들과는 차별화된다. 그는 전시때마다 컬렉션을 내보이고 기획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 전시에 동참해 왔다. 그리고 화랑이나 미술품경매를 통해 뜻깊은 작품들을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 이번 10주년 개관 기념전 기획에도 안 회장은 열정을 보여준다. 

 

안 회장은 미술관 실무팀과 함께 직접 전시 기획에 참여했는가 하면, 개관에 앞서 직접 주요 작품도 설명했다. 

 

 

안회장이 수집한 그림들은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명작’ 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 미술은 늘 ‘두려움’과 ‘사랑’의 대상이었다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술애호가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품 컬렉터로서 안 회장의 이야기를 ‘수집가의 문장’으로 구성하여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오랜 기간 그림을 수집하면서 그가 작품에 가졌던 다양한 감정, 그리고 수집 과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최초로 공개하며 수집가로서의 두려움과 아픔, 희망과 사랑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껴보게 한다.

 

2012년 8월 서울 부암동에 들어선 서울미술관은 4만9500㎡(1만5000평)에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다. 봄 꽃이 만개한 석파정은 번잡한 서울을 잊고 잠시나마 ‘몽유도원도’를 꿈꿀 수 있는 곳이다.

 

<이중섭의 ‘황소’ 등 작품마다 사연 깃들어>

 

기념전 전시 출품작 140여점은 모두 안 회장 소장품이다. 한점에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의 작품부터 국내에서 기록만 있을 뿐 볼수 없던 작품을 해외 경매에서 사서 국내 첫선을 보이는 명작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사연이 깃들어 관람자들을 감동시킨다.

 

안병광 회장의 미술품 컬렉터로서의 운명은 1983년 26세의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고초를 겪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비를 피해 들어간 액자가게 처마 밑에서 볼품없이 비쩍 마른 이중섭 ‘황소’ 그림을 보고 마치 자신의 신세와 같지만 한국인의 강인한 투지를 실은 ‘황소’에 반했고 그 그림으로 힘을 얻었다.  당시 주머니에 있던 7000원을 털어 사진으로 인화된 ‘황소’ 프린트를 사면서 ‘꼭 성공해서 원화를 아내에게 선물하리라’는 꿈을 꿨다.

 

 

수줍은 성격을 고치고자 영업사원을 했던 그는, ‘황소’에 어린 투지를 자신의 삶에서도 일궈내 1988년 의약유통업체 유니온약품을 설립했다. 그리고 연간 매출 7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이중섭의 진짜 ‘황소’ 그림을 경매에서 낙찰받았다. 2012년에는 서울미술관도 열며 그의 꿈은 날개를 달았다.

 

안 회장은 “2012년 8월 29일 서울미술관 개관 이후 30여회의 전시에 100만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면서 “감성이 살아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문화 예술로 소통하는 미술관을 열었다”고 말한다.

 

컬렉터로서 작품마다 애정이 깃들어있지만, 박수근의 ‘젖먹이는 아내’(1958) 드로잉에도 남다른 정감이 묻어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시인 심순덕의 시(詩)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직접 낭송한 안 회장은 “그림 앞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난 듯 가슴이 뛰었다. 제게 이 작품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상기시키며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위로해주는 작품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중섭의 절친이었던 한묵 작가가 “이중섭의 외양간에 내 작품을 꼭 넣어주면 좋겠다”고 한 요청은 그가  ‘푸른 나선’(1975) 등을 구입한 동기가 되었다 한다.

 

국내 최초의 동판화가 였던 김상유의 청정하면서도 단순, 담백한 아름다운 그림들, 김기창의 한국적 성화로 바꿔 그린 ‘예수의 생애’ 시리즈도 의미가 깊다. 빌딩 두채 값을 주고 샀던 ‘예수의 생애’ 시리즈(30점)는 2017년 독일연방정부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루터 이펙트 기획전’에 초대될 때 “화물칸은 절대 안된다”는 안 회장의 요청에 따라 작품이 비행기 비즈니스석으로 운반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그중 7점만 출품됐다.

 

 

아울러 제2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박수근의 대작 ‘우물가(집)’(1953), 환기블루의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 미술 교과서의 표지인 도상봉의 ‘정물’(1954), 천경자의 자전적 기록이라 일컫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 등 한국미술사의 걸작을 모두 진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 1부 [그리다]에서는 구상부터 추상, 극사실회화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그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대표작품을 소개한다. 박생광 도상봉 박수근 김기창 천경자 임직순 유영국 이대원 한묵 이중섭 김관기 최영립 김상유 문학진 이응노 황영성 류병엽 이왈종 강익중 고영훈 손숙 전광영(전시 동선 순) 등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한국 근현대 소장품을 총망라하여 대규모 전시로 공개한다. 

 

 

2부 [바라보다]에서는 김태호, 정상화, 이우환, 김창열, 서세옥, 이건용, 박서보, 곽인식, 권영우(전시 동선 순) 등 ‘K-아트’로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단색 화가들의 대표작들을  초대형 걸작으로 엄선, 서울미술관의 권위를 보여준다. 눈에 보이는 형상 보다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과 이를 표현하는 신체의 행위에 집중하며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게 한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는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가 원로배우 최불암의 낭송으로 흘러나놈자. 그곳에서는  환기블루의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 '아침의 메아리 04-VIII-65’를 감상하면 2부 전시가 끝난다. 김환기 화백의 뉴욕시대 대표 초기작이다.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그 어느때보다 특별한 감상에 젖은 안병광 회장은 "서울미술관의 지난 10년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 더 깊은 감동을 전달하고, 앞으로 10년을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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