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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착시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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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민실질소득이 20년만에 최대로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고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사를 쓴 기자가 거짓을 쓴 것은 아니다. ‘지난 해’나 ‘그 앞의 해’와 비교한 통계가 아니라 ‘지난 분기’와 비교했을 때 국민실질소득이 늘어났다는 통계자료를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이 ‘지난 분기’와 비교하는 통계는 최근에 경제당국이 즐겨 쓰고 있다. 경제에는 낙관이 중요하다. 할 수 있고, 잘 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투자도 살아나고 여러 경제여건이 개선된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10년마다 외부요인으로 대재앙에 빠져드는 이유는 바로 이 ‘근거 없는 낙관론’에 경제정책이 죄우돼 내부요인을 조성해 왔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경제당국이 억지로 돈을 풀어 수치를 끌어올린 뒤 객관적인 통계수치로 포장하는 것이다. 20년만의 국민실질소득증가라는 통계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물론 이 방식은 역대정권이 즐겨 써온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경제통계가 무엇이든 국민들의 실제 생활은 어떤가? 6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고, 재정이 조기에 투입됐으면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하는데, 수출기업에만 훈풍이 불고 내수시장은 여전히 냉방이다. 한국경제의 구조가 수출대기업중심으로 짜여져 있어서 돈을 쏟아부면 그 돈은 짜여진 구조를 통해서 흘러가게 돼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지원이 늘어났지만,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수출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조금 숨통이 트이는 반면, 중소기업의 주된 무대인 내수시장은 돈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도 고환율 덕분에 수출감소분을 조금 보완하는 것이지, 경제위기 이전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위기극복에 성공하고 있다는 식의 속셈이 깔린 외부평가에 자만하게 되면 착시현상은 또 다른 위기의 요인이 될 수 있다. IMF를 포함한 국제기구나 이코노미스트 등 국제적인 언론들은 이제까지 국제금융자본의 첨병이었고, 이번 위기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이 또 뻔뻔스럽게 각국 경제에 대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은 털어먹기 좋고, 두 차례나 연거푸 당하고서도 아무런 방비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한국시장이야말로 좋은 먹이감이기 때문이다.
어찌된 일인지 지난 경제위기 1년 동안 한국경제에 국제금융자본에 직접 털렸거나 해외펀드에서 손실을 입은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조사결과가 없다. 표면적으로 파악하기 곤란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핑계 이고 대비책을 세우라는 여론을 피해가고 국제금융자본의 이득을 계속 챙겨주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이제 정부당국은 내년 예산을 국민들이 낼 형편은 따져보지도 않고, 300조원이라는 적자재정을 편성부터 할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체질을 어떻게 고쳐나가며 내수와 중소기업을 살려 고용을 만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기업과 수출편중의 구조를 중소기업과 내수시장으로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감세를 통해 소비를 살린다는 기존의 정부대책은 아무 실효가 없었다는 것이 국책기관의 연구결과이고, 이미 미국정부의 감세정책 평가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면서 감세를 지속하는 것은 곤란한 태도이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이런 착시현상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 문민정부 등 역대정권에서 지속돼온 현상이다. 수출대기업 중심체제에 안주해온 경제 관료와 여야 정치권, 그들의 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의 합작품이다. 이제 더 이상 이 착시현상이 계속되면 한국은 또다른 외부위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국민들의 생활은 너무 힘들고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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