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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정치 무관심, 기성세대의 정치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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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난 평생을 정치에 무관심한 채 보냈을지 모른다. 기자직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정치 문외한으로 지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난 정치에 무관심했고, 또 무지했다. 1980년대에 태어난 현재의 20대 대부분이 아마 그랬을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 20대의 세대적 특성도 한몫했다. 우리는 민주화 이후 세대다. 청소년기 이후 민주주의는 형식상 어느정도 완성된 상태였다. 여야의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난 상태였다. 이전 세대인 386세대의 이념적 집착과 민주화 투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 30대까지만 해도 386세대로부터 저항의식을 세례받은 세대다. 이들이 사회과학 서적을 끼고 다녔다면, 우리는 토익(TOEIC) 책을 들고 다녔다.
정치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여유도 없는 세대
마침 우리는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대학 졸업 후 취업 전망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중산층 가정은 외환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 결과 휴학을 하거나 군대를 가야하는 대학생들도 크게 늘었다. 일과 수입의 중요성을 그 어떤 세대보다도 절감한 것이 우리였다.
게다가 현재의 20대는 학창시절부터 해외 여행과 연수, 그리고 명품 브랜드에 본격적으로 노출된 최초의 세대다. 마치 이전 세대가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며 왜 현실과 이렇게 다를까를 고민했던 것처럼, 우리는 '쎅스 앤 더 씨티'를 보면서 우리 현실이 미드(미국 드라마)와 다른 데 절망했다. 동시에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일과 사랑을 소유하고, 소비하기를 바랐다. 우리 또래로서는 정치에 대해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 정치에 관심을 둘 여유도 없었다.
부모세대와 386세대의 유사점과 차이점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지한 우리 세대라고 정치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각기 나름의 정치적 판단은 서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가다듬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모래성처럼 어느 순간 허물어지기 일쑤다. 누구랄 것도 없이 얼마 전까지 꼭 내가 그랬다. 미성숙한 정치관 대부분은 주변의 영향력 있는 기성세대들에게 빌려온 것이다. 두 부류의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가정의 부모와 직장의 선배들이다.
50대인 부모들은 권위적이고 충동적이다. 그들의 정치관 역시 보수적이며 편향적이다. 우리 정치의 오랜 굴레인 지역주의나 색깔 논쟁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그들이다. 반면 직장에서 만난 40대 선배들은 386 세대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구석도 있다. 정치관도 진보적이다. 대신 이들은 저항의 추억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이를 때로 과장한다. 실제보다 더 진보적으로 비쳐지는 데 관심이 많다. 편향적이라는 점에서는 부모와 크게 다르지도 않다.
이념과 사상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이 두 세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우리는 불현듯 깨달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충동적으로 두 입장을 취사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영원히 두 입장이 내 머리속에서 공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주요 대선후보들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이었다. 때묻지 않은 백지상태인 20대의 관점에서 대선후보들을 한번 들여다보자는 판단이었다. 정치부와 연도 없으면서 혼자 섭외해 후보들을 찾아갔다. 정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묻지 않았을 질문들을 그들에게 했다.
그 결과 깨닫게 된 사실은 놀라웠다. 주요 대선후보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념이나 경험, 심지어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소속 정당이나 지지자, 그리고 우리사회의 이념지평의 차이에 비하면 별것 아닌 정도의 차이였다. 외형적인 이념적 간극이 10이라면, 정당과 지지자의 차이는 5, 대선 후보들간의 차이는 1~2에 불과했다. 결국 이념이나 사상, 그리고 정치는 다양한 이해집단의 권력에 대한 명분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권력과 이해관계에 얽매인 정치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정국에서 내가 직접 광화문을 찾은 것도 대선후보 블로그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기성세대가 전하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세대가 직접 보고 느끼자는 것이었다. 그것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을 따름이다. 그 일은 내가 어느 편에 서겠다는 선언이 아니었다. 우리사회를 양분한 편견과 선입견 없이, 우리 정치를 직접 체험하고 판단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내 목소리를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장 소속 언론사가 나를 내쳤다. 그 후 보수매체들은 나를 노골적으로 생채기 낼 궁리만 한다. 언론계에 터무니없는 뒷말을 흘리거나, 일부 보수적 인터넷매체들은 악의적 인신공격을 해댈 따름이다.
이 과정에서 난 우리사회의 보수언론과 더 넓게는 보수진영이 진정한 보수의 이념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다. 보수라면 넓은 의미에서는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자는 움직임이고, 좁게는 정부 대신 시장의 역할을 믿는 신념이다. 그러나 안에서 들여다본, 우리 보수언론들은 그런 기치에 충실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얼마나 권력이나 사업적 이해에 충실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언론의 자유를 표방한 언론이 내부에 나처럼 다른 목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어떤 이념이냐가 아니라 누구 편인가를 묻는 사회
이명박 정부 역시 이념보다는 권력에 충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친서민 행보로 돌아섰다. 추락하던 경기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집권 초 한자리 수의 지지율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대통령과 정부의 지지율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촛불정국 당시나 지금이나 국민을 지지나 숭앙을 이끌어낼 객체로만 바라본다. 반대 목소리에는 가차 없다. 언론의 자유가 점차 퇴보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를 상징한다.
물론 이런 퇴행에 지난 10년간의 개혁정권과 진보진영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들이 지나치게 오만했고 상대를 적대시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요는 보수나 진보 진영 모두 현실을 개선하는 데 누가 더 낫느냐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이념은 사람을 모으고 편가름하는 수단이었을 따름이다. 정작 두 이념은 그것이 유행할 때 소수가 권력을 향유하는 방편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언론현장에서의 짧은 체험이 내게 준 자각이었다.
정치 무관심만큼 위험한 정치 과잉
기성세대의 상당수가 우리 20대의 정치 무관심이나 무지를 꾸짖는다. 특히 지금처럼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퇴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그 힐난에는 나도 어느정도 공감한다. 그런 태도가 자칫 우리 미래에 대해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정치 과잉 역시 마찬가지로 우려스럽다. 일단 권력을 쥔 진영이 판단에서 독주하고, 이해를 독식한다는 점에서 그들 역시 우리의 미래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 20대마저 편가르기의 대상으로 삼는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 되길 원하고 있다.
누군가 20대가 정치에 눈뜨는 일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면, 나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기성세대가 세상만사를 정치의 틀로만 바라보지 않게 되는 것도.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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