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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동원해 재정적자 메우는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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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재정 건전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크다. 올해 재정적자가 51조원에 달한다니 당연한 일이다. 경제위기로 나라 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재정균형을 강조해온 나라다. 지금까지 두번 큰 재정적자를 맞았다. 한번은 1998년 IMF 금융위기로 인한 적자인데 다행히 2000년부터 거의 균형으로 복귀했다. 재정적자 원인이 외부 요인이었기에 경기가 호전되면서 재정수지도 개선된 것이다.
2009년 재정적자, 심상치 않다
또 한 번이 바로 올해의 적자다. 정부는 경기가 좋아지면 2013년부터 재정적자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적자는 10년 전과 다소 다르다. 국제적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슷하지만, 올해는 내부적 요인도 한몫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중 총 90조원의 감세로 재정수입을 대폭 줄였다. 세율 인하를 수반하는 감세조치는 항구적으로 국가재정에 영향을 미친다. 감세가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할 내년부터 매년 약 24조원씩 세수가 감소한다. 이는 GDP 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를 국채발행으로 메운다면 해마다 국가채무가 2%씩 누적적으로 증가한다는 얘기다.
재정지출 관리도 허술하다. 사업 타당성, 환경영향평가, 법률적 근거 등에서 졸속사업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4대강사업을 강행한다. 정부의 밀어붙이기 사업방식을 보면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국가재정을 사유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들 정도다. 이 과정에서 국가재정 낭비를 막는 핵심장치인 예비타당성조사도 거의 무력화되고 있다.
단기 경기부양에 동원되는 공기업
사실 재정건전성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 큰 부담이다. 정부는 2012년 10월에 2013년 재정수지 전망을 담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의제가 차기 대통령선거 한복판에 등장할 개연성이 높다. 그만큼 재정균형은 이명박 정부에 정권재창출까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에 승부를 걸고 있다. 보통 명목성장률이 1% 증가할 때마다 약 1.5~2조원의 세수가 더 걷힌다고 한다. 정부는 내년 6.6%, 2011년부터 매년 7.6%의 명목성장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통해 연 15조원 안팎의 세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4대강사업에 집착하고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것 역시 단기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성장률 목표가 잠재성장능력에 비해 높고, 세수 전망도 과대추계되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사회적 필요와 동떨어져 이루어지는 경기부양이 낳을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근래 특히 눈여겨볼 일은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기업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재정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겨 재정지출을 줄이고, 다른 한편 공기업들을 매각해 재정수입을 늘리려 한다.
수자원공사로 넘어간 4대강사업의 앞날
애초 4대강사업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식품부 등이 주관하는 총 22조의 재정사업으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8조원에 이르는 사업이 수자원공사로 넘어갔다. 이는 단순히 정부와 공기업이 국가사업을 나누어 맡는 역할분담의 차원을 넘어서 사업의 성격을 수정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가재정은 원금 상환을 염두에 두지 않는 순수지출이지만, 공기업 사업은 이후 공사채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투자활동이다. 국가재정 사업이 공기업 업무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곧 사업의 성격도 바뀌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자를 부담한다지만 원금 부담은 수자원공사에 계속 남고, 수자원공사는 원금 상환을 위해 상업적인 경영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는 4대강사업이 수자원을 공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천유역 개발이익, 수익형 휴양시설 등 난개발사업으로 나아갈 것을 시사한다. 애초부터 4대강사업의 정체성이 불투명했음을 정부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부문 민영화로 국고 메우기
또한 정부는 재정적자의 일부를 공기업 매각으로 메우려 한다. 작년 촛불운동의 저항으로 공기업 민영화 속도가 늦추어지긴 했지만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대통령이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의료, 물, 가스 등의 민영화도 최근 각각의 경로로 재추진되고 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공기업 민영화 계획의 일부가 공개되었다.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약 18조원의 재정을 확충할 계획이란다. 매각금액이 가장 큰 것은 산업은행으로 약 8조원이고, 이어 기업은행이 약 5조원에 달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의 매각수입도 약 2조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공공성 훼손하는 정부, 국가 관리할 자격 있을까
우리나라 공기업이 지닌 근본적 문제는 공기업이 공기업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 측근의 낙하산 인사, 사업독점성을 악용한 수익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공공써비스가 양과 질에서 취약한 나라에선 시민들이 실제 의사결정에 참여해 공기업을 제대로 세우는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꾸로 공기업을 정부의 꼭두각시로 만들거나 해외자본 혹은 대기업에 넘기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간 공기업의 공공성은 우리나라에서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각국 정부는 재정적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순리에 맞게 국가재정을 관리해야 한다. 가뜩이나 사회양극화가 심각한데, 경제위기 상황에 ‘부자 감세’를 강행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자신이 져야 할 재정적자 책임을 공기업에 전가하며, 그나마 취약한 공기업의 공공성을 더욱 훼손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 이 정부가 국가를 관리할 자격이 있는지 자꾸만 의심이 든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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