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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가 져야 할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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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같은 사건을 다룬 두편의 영화가 중국과 독일에서 각각 개봉되었다. 루 촨(陸川) 감독의 <난징! 난징!>과 플로리안 갈렌베르거(Florian Gallenberger) 감독의 <욘 라베>. 중일전쟁 당시 중국의 수도 난징(南京)을 점령한 일본군이 30만의 포로와 양민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진 난징대학살을 다룬 두 영화가 약속이나 한 듯 동서 양편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사건에 접근하는 시각은 서로 다르다. <난징! 난징!>이 양심적인 일본군 장교의 시선으로 본 중국인의 저항정신을 그렸다면, <욘 라베>는 지멘스(Siemens) 난징 지사 대표로서 안전구(safety zone)를 설정, 20만의 양민을 구했던 욘 라베(John Rabe)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자 사이에는 무시하지 못할 공통점이 있다.
역사의 상처에서 자유로운 세대, '화해'를 말하다
우선, 두 감독 모두 30대 후반의 젊은 세대다. 6세대 영화감독으로 각광받고 있는 38세의 루 촨과 빔 벤더스의 제자로 이제 두번째 장편영화를 낸 37세의 플로리안 갈렌베르거.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그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세대가 지난 세기 역사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만으로도 이들 영화는 충분히 눈길을 끈다. 또다른 공통점은 두 영화가 우리시대 화해의 문제성을 날카롭게 환기한 점에서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터부시되어온 역사의 음지를 밝은 곳으로 끌고나와야 하는 만큼, 화해는 필연적으로 문제적이다. '항전승리'의 기반 위에 구축된 중국현대사에 30만의 중국인이 변변한 저항 없이 처참하게 학살당한 사건이 들어설 자리는 좀처럼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난징! 난징!>이 제시한 화해는 이중적이다. '일본군의 양심'과 '중국인의 저항'이라는 모순된 두 선율이 기이한 조화를 이루는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일본을 용서하자고 말하지만, 더 깊은 곳에는 오욕으로 얼룩진 과거와 화해하고자 하는 염원이 잠복해 있다.
<난징! 난징!>: 승리의 기억 위해 묻어버린 갈등의 실체
감독은 말한다. 중국인은 결코 무기력하게 살육당하지 않았다, 그들은 용감히 저항하다 조국을 위해 명예롭게 죽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역사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전지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하자라고. 그러나 <난징! 난징!>에서 '저항'은 역사를 문제화하기보다 초월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儀式)'에 가깝다. 가해-피해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자고 말하면서 정작 용서받을 대상을 일본에 한정함으로써, 화해를 위해 풀어야 할 복잡한 갈등의 실체를 외면한 채 추상적 인도주의로 해소해버린 것이다.
반면, 갈렌베르거는 화해에 따르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다. 당시 '살아 있는 부처'로 칭송받았음에도 오랫동안 매장되었던 욘 라베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의 나찌 경력과 맞서야 했던 것이다. '좋은 나찌'(The Good Nazi)라는 컨셉트가 다른 곳도 아닌 독일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이미 이 영화가 발딛고 선 아찔한 임계점을 가늠케 한다. 물론 '좋은 나찌'의 원조는 오스카 쉰들러이다. 그러나 쉰들러를 세상에 알린 것은 '유대계 미국인'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게다가 스필버그는 나찌당원으로서의 쉰들러를 거의 부각하지 않았다. 군부의 연줄과 유대인의 자금 및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돈벌이에 혈안이었던 세속적 상인 쉰들러가 왜 갑자기 전 재산을 들여 유대인을 구했는지, 사실 <쉰들러 리스트>는 모호하게 처리했다.
<욘 라베>: '좋은 나찌'라는 아이러니의 위험을 감수하며
그에 반해, <욘 라베>는 중국인을 구한 라베의 인도주의가 나찌즘에 대한 충성심과 단단히 결합되어 있음을 드러내기를 꺼리지 않았다. 일본군의 폭격이 시작되자 지멘스 사옥 정원에 펼쳐진 거대한 나찌 깃발 밑으로 난징 시민들이 피신하는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압권이다. 유대인 대학살의 상징인 나찌문양이 난징 대학살로부터 양민을 구하는 이 아이러니컬한 장면은, 그 많은 중국인을 구할 수 있는 힘을 라베에게 부여한 것이 다름아닌 나찌였다는 역사의 역설 위로 오버랩된다.
문제의 핵심은 라베가 히틀러와 나찌즘에 대한 신실한 믿음을 가진 독일인이었다는 데 있다. 귀국 직후 게슈타포에 체포되기 직전까지도 히틀러가 난징을 구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그를 나찌에 무지한 나찌주의자였다고 변호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갈렌베르거는 그런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욘 라베>로 '독일영화상' 최우수감독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의 상을 휩쓴 그는 "이제 세상이 '중국의 쉰들러'를 받아들일 만큼 원숙해졌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베를린 로이스터와의 인터뷰에서는, 이 영화가 일본에서도 논쟁을 일으키기를, 그래서 "일본도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쉬운 용서를 넘어 진정한 화해에 이르는 길
영화 <욘 라베>는 <책 읽어주는 남자>와 <작전명 발키리> 등 히틀러 시대를 재조명하는 최근의 작은 붐과 흐름을 같이 한다. 나찌시대를 살았던 개인들에게 운명적으로 지워진 원죄의 정당성을 되묻는 이들의 시도가 결코 안전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전후 과거를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박탈당한 일본에 우익이 기형적으로 돌출한 것처럼, 어쩌면 진정으로 위험한 것은 과거를 시간의 그늘 속에 억류함으로써 생기는 역효과일지 모른다.
이 점에서 <난징! 난징!>과 <욘 라베>, 두 젊은 영화가 제안한 화해는 그 위험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일괄 부인하거나 그에 전면 투항하는 두 편향을 가로지르는 토론과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이 시대의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과거사에 대한 불철저한 처리가 여전히 사회의 질곡으로 남아 있는 우리에게 두 영화가 타산지석의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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