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2.28 (토)

  • 맑음동두천 2.8℃
  • 흐림강릉 4.9℃
  • 맑음서울 6.1℃
  • 맑음대전 4.5℃
  • 흐림대구 6.3℃
  • 맑음울산 5.1℃
  • 맑음광주 7.1℃
  • 흐림부산 6.5℃
  • 맑음고창 2.3℃
  • 흐림제주 10.7℃
  • 맑음강화 4.9℃
  • 맑음보은 0.9℃
  • 맑음금산 2.2℃
  • 흐림강진군 7.0℃
  • 맑음경주시 3.9℃
  • 흐림거제 8.1℃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대한민국은 비상사태다

URL복사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상사가 최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상사가 독선적인데다가 자신감까지 겸비한다면? 최악의 제곱이라고 해야 할까? 최악 킹왕짱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 11월 27일 밤 35개 채널을 통해 방영된 <대통령과의 대화>를 본 나의 종합적인 소감이다. 청와대 직원들에게 대통령이 내복 입은 것을 슬쩍슬쩍 보여준다는 얘기 등에서는 중간중간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지만, 웃음이 허탈로, 또 위기의식으로 바뀌는 데는 몇분이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진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방송을 보니 이대통령이 이전에 비해 확실히 말을 재미있게, 특히 보통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도 느껴졌다. 시쳇말로 드디어 자기 페이스(pace)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 때문에 내 위기의식이 더 커졌다. 물론 위기의식의 뿌리는,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흡수해야 할 대통령직에 어울리지 않는 그의 지적 능력과 파당적(서울·공무원·청와대 중심적) 사고이다.
부실한 '팩트'로 진솔한 대화 가능할까
이번 방송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한 것은, 이대통령의 지적 능력이 실제 나이나 얼굴보다 훨씬 퇴락한 노인의 그것이라는 사실이다. 고정관념과 아집이 강하여 새로운 정보나 지식이 잘 흡수되지 않는 것 같고, 주변의 '현명한' 참모들의 보좌도 거의 먹히지 않는 것 같아서다. 이는 2008년 9월 멜라민 파동이 일어났을 때 식약청을 전격 방문하여 '(한참 대화를 나누고도) 분유에 왜 멜라민 함량 표시가 안되어 있느냐'고 묻던 YTN <돌발영상>을 보면서 처음 들었던 느낌이다. 이번 방송은 이대통령의 발언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런 느낌을 주는 장면이 수두룩했다.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fact) 파악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4대강사업 설명이 그랬다. 홍수 예방을 위해서라는데,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홍수는 2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천에서 일어났다. 한강의 수질이 개선된 것도 잠실, 신곡 수중보 때문이 아니라 하수처리율이 100%에 이르고 경안천, 왕숙천 등 지천 관리를 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이가 10m가 넘어 댐이나 마찬가지인 4대강사업의 보(洑)와 잠실, 신곡 수중보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이대통령이 TV 화면을 통해 보여준 문건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2007년 당시 건교부, 농림부, 소방방재청 등 9개 부처가 국가방재의 틀을 예방 위주로 짜기 위해 마련한 로드맵으로, 하천 재해예방 사업비는 14조여원이다. 이 역시 본류보다는 상류나 지천 정비에 주안점을 둔 예산이다.
세종시 건설로 인한 행정 비효율이란?
내려야 한다고 말한 법인세율도 2009년 현재 24.2%로서, OECD 30개국 중 22위로 낮은 편이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하나같이 우리보다 법인세율이 높다. 일찍이 대전으로 이전한 11개 행정기관 공무원도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89% 이상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 그밖에도 사실 시비를 할 이대통령의 발언은 많다. 내가 특별히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는 대통령의 취약한 통치자 마인드와 디지털 마인드다. 이대통령은 행정부처의 상당수가 청와대에서 멀리 떨어진 세종시로 이전해 생기는 비효율과 불편에 특별히 예민한 것 같다. 이는 디지털 기술·문화와 권한 위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대리, 과장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시로 각료(부하)들을 불러 세세한 것을 캐묻고, 깨고, 지시하고, 결재판에 붙어온 종이문서에 결재를 하는 이대통령의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그가 느낄 불편이 얼마나 크겠는가! 게다가 대한민국 국회 역시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을 하릴없이 국회에 장시간 대기시키는 것이 다반사 아닌가! 그렇기에 애국적 일념으로 행정부처를 청와대와 서울 인근에 집중시키려 하는지도 모른다. 행정부처의 지리적 분산으로 인한 대통령과 공무원들의 불편은 보통 사람들에게 확실히 호소력이 있어 보였다.
블랙홀 같은 중앙집중 해소하려면
그런데 세종시는 극심한 서울·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려는 고육책으로 나온 것이다. 대통령과 세종시로 내려갈 공무원의 불편을 몰라서 만든 정책이 아니다. 한마디로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인 것이다. 굽은 것을 펴기 위해 역으로 구부린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그 유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은 그 나라의 수도권과 중앙권력이 한국만큼 강력한 블랙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종시로 내려간 공무원 대다수가 저녁에는 서울로 올라와버릴 것이라는 이대통령의 우려는 9개 행정부처를 내려보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무리해서라도 내려보내야 하는 이유다. 그만큼 서울의 흡인력이 강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나라 행정써비스의 핵심 문제는 지리적 근접성이 보장하는 풍부한 면대면(面對面) 소통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단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관련 논란도, 대운하-4대강-세종시로 이어지는 오락가락 행보에서도 행정부처간 소통의 문제는 한참 후순위다. 분명한 것은 9개 행정부처 공무원은 서울에 살아야 할 인간이고, 내려보내려는 기업, 교육, 과학 부문의 종사자는 지방에 살아도 좋을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도 서울에 본사 본원 본교가 있고, 나름대로의 불편과 비효율이 있고, 강력한 서울·수도권 선호도가 있다. 만약 힘있는 행정부처 대신 떠밀리다시피 세종시로 내려간다면 그들의 가슴에는 2등국민이라는 자괴감이 흐르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대통령의 뒤집기 한판으로 인해 망국병인 '묻지 마'식 서울·수도권·공무원 선호도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서울·수도권 주민의 이기주의와 공무원의 편의주의는 잦아들지 않는다. 아파트값 하락을 우려하는 강남과 과천 민심도 마찬가지다. 바로 그렇기에 전 국민을 보고, 전 국토를 보고, 미래를 보는 대통령의 안목과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공무원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대통령은 자신이 서울, 수도권, 강남 주민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 같지 않다.
"믿음을 잃으면 정치는 설 수 없다"
한국은 오랜 중앙집권의 전통과 냉전, 그리고 국가주도의 경제·사회 발전전략으로 인해 중앙권력, 특히 행정권력(규제·촉진권, 재정조달·할당권, 처벌권 등)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의 상당부분이 세종시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업, 연구소, 대학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이 아닐 수 없다. 이것만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것도 없이, 즉 공무원의 솔선수범 없이 국가균형발전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여야가 오래전에 합의했고, 이대통령 스스로 누차에 걸쳐 확약한 국가대사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다면, 도대체 누가 대통령과 정부의 말을 믿겠는가?
2천년 동안 동양 정치사상의 정수로 여겨져온 <논어>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제자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는 "무기와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자공이 또 물었다.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무기를 버려라." 자공이 다시 물었다. "남은 둘 중 하나를 또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는 말했다. "식량을 버려라. 믿음을 잃으면 정치는 설 수가 없다."
이 대통령은 정말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혼동하고 있다. 지리적 분산으로 인한 불편과 비효율은 대통령과 국회가 마인드를 약간만 바꾸면 상당부분 해결할 수가 있다. 보수와 진보를 초월하여,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깨어 있는 시민이라면 대한민국 최고권력자의 지적 유고상태와 통치자 마인드의 유고상태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며 손을 맞잡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비상사태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 보유 성남 아파트 싸게 매물로 내놔..."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사진)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강유정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은 27일 공지를 해 “이재명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를 오늘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다”며 “거주 목적의 1주택 소유자였지만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의지를 국민께 몸소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해당 아파트는 전년 실거래가 및 현재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물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는 지난 6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집을 팔라”고 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팔면 나도 팔겠다”고 응수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27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장동혁 당 대표는) 아마 속으로는 ‘대통령이 설마 팔겠어?’라며 안일한 계산기를 두드렸을지도 모르겠다”먀 “장 대표가 스스로 쳤던 배수진은 이제 퇴로 없는 외나무다리가 됐다”며 장동혁 대표도 집을 팔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우리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5월 9일 후에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도 매각’ 이익인 상황 만들 것”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오는 5월 9일 후에도 다주택자들이 실거주하고 있지 않은 보유 주택을 매각하는 것이 이익인 상황을 만들 것임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재명 정부는 강력한 금융, 세제, 규제를 통해 2026년 5월 9일이 지난 후에도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감수하고 매각하는 것이 이익(버틴 것이 더 손해)인 상황을 만들 것이다.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다. 초고가 주택은 선진국 수도 수준의 상응하는 부담과 규제를 안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의 권위는 신뢰와 일관성에서 나온다. 정부의 안정적 운영, 정부정책의 권위와 신뢰를 위해서라도 5월 9일 이전에 매각한 다주택자보다 버틴 다주택자가 유리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5월 9일이 지났는데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아 매각한 것보다 버틴 것이 더 유리하게 되면 매각한 사람은 속았다고 저와 정부를 욕할 것이고 버틴 사람은 비웃을 것이며 부동산 시장은 걷잡을 수

사회

더보기
서울대 AIC 신년교례회 및 특강
[시사뉴스 박성태 기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TAIC(창의융합) 최고위정책과정 및 (사)정보통신정책포럼(이하 정책포럼) 2026년 신년교례회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마로니에룸에서 이달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전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대학교 TAIC 이찬 주임교수, 박규홍 총동창회장, 김춘수 수석부회장 등 총동창회 및 정책포럼 임원진 및 회원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오후 6시에 열렸다. 이날 신년교례회 축사에 나선 박규홍 총동창회장 겸 정책포럼회장은 “올해는 우리 과정이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을 넘어 첨단융합부로 새롭게 자리하여 AIC에서 TAIC로 도약하는 전환의 원년이라는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단순한 명칭변화가 아니라 시대변화를 선도하는 ‘첨단융합리더십’의 확장이라는 미래 비전을 이끌어 나가는데 방점을 두고 우리모두 동참하자”고 말했다. 이어 TAIC 주임교수인 이찬교수는 “미래에 첨단 산업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기업인들의 육성과 양성을 위해서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경영 경제 기술이 아우러진 과정을 준비해서 어려운 경제 시대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AI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인사말에 갈음했다. 그리고 만찬 후 ‘경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리더의 적극적 SNS 약인가 독인가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SNS 정치’다. 정책 현안이 발생하거나 특정 언론 보도가 나오면 대통령이 직접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이에 맞춰 청와대는 ‘6시간 신속 대응 체계’라는 전례 없는 기동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루 평균 4건에 달하는 대통령의 SNS를 통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정책관계자 대응이 오죽 느렸으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겠냐”는 자성론과 함께 “정부 조직 전체가 대통령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정부 정책 수단 중 하나”라며, “공무원은 물론, 국민과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관료 조직의 완만한 호흡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받는 이 대통령의 SNS 활용은 2025년 한 해 동안 엄청난 양의 트윗을 쏟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될 만큼, 단순한 소통을 넘어 통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실시간 SNS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라는 두 갈래 길 위에 놓여 있다. 우선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