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중교통 개편이 시행된지 두달이 지났다. ‘교통개혁의 혁명’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서울시는 시행초부터 요금인상 등 갖가지 문제들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시민들의 불만에도 밀고 나갔던 정책, “차차 나아질 것”이라며 “개선해 나겠다”고 여론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버스개편을 둘러싼 시민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엔 단말기 오작동으로 인한 교통카드와 정기권의 부당한 요금 부담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하철 정기권 횟수 ‘오락가락’
버스 개편으로 기존보다 평균 25%에서 많게는 두배 가까이 올라 서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자, 서울시는 거리에 상관없이 한달에 60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 정기권(3만5,200원)을 발급했다. 비교적 부담이 덜 돼 서울시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반겨했다. 그러나 기기작동의 오류로 쓰지도 않은 횟수가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해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윤선영 씨는 “처음에 사용한 정기권에 문제가 생겨 다시 계산을 해 재발급 받았는데, 사용하지도 않은 횟수까지 터무니없이 줄어들었다”면서 “판매소에 가서 문의를 해도 지하철 역무원은 ‘그럴리는 절대 없다’는 말만 계속하고 방법을 제시해 주지도 않았다”고 답답해 했다.
정기권에 문제가 있어 환불을 받을 때도 이용객들에게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남은 일수와 횟수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환불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기권을 구입해 5일 동안 30회를 승차한 뒤 마그네틱 손상 등으로 환불할 경우, 남은 일수(25일)를 기준으로 2만9,300원이, 남은 횟수(30회)을 기준으로 하면 1만7,600원이 환불되는데, 이럴 경우 남은 횟수로 환불해 준다. 지하철 공사는 “워낙 저렴하게 나온 정기권 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같은 지하철 기기오류로 인한 환불건수가 지난달에만 무려 2,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카드 단말기 오작동 환불액 2개월간 7,000만원 넘어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할 경우, 매일 같은 거리인데도 요금이 달리 나오는 경우도 있다. 김경진 씨는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 출퇴근을 하는데, 요금이 매일 100~200원 정도 달리 나온다”며 “적은 돈일수도 있지만 한달간 부당 요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토로한다. 이외에도 교통카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거나, 요금이 두배로 청구됐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교통카드 단말기 고장으로 과다 청구돼 환불된 요금만 지난 2개월간 7,000여만원에 달한다. 요금 과다 청구에 대한 민원만 5만여건이 넘게 접수됐다. 하지만 교통요금이 과다 청구됐어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거나 알고도 몇백원에 번거로움 때문에 자발적으로 환불을 요구하지 못한 이용객들까지 더 있을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피해건수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 단말기 오류로 기기 앞에 ‘점검중’이라는 팻말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특히 출퇴근으로 붐빌 시간에 작동되던 기기가 말썽을 일으킬 경우,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비상 공익요원들이 총출동되고, 고장 표시를 확인한 승객들이 허겁지겁 다른 줄을 선다. 단말기 전체가 말썽이 나는 날엔 현금을 주고 승차권을 사려는 이용객들로 매표소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환불요금환불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 한국스마트카드는 “위성추적장치(GPS)에 따라 요금이 책정되는데, 기기의 민감성에 따라 오류가 발생한다”며 “계속 오류를 수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무책임’에 시민들 분노부당요금은 티-머니 홈페이지(www.t-money.co.kr)나 고객센터(1644-0088)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교통카드 부당요금의 환급신청도 쉽지만은 않다. 일단 부당요금 환급 신청에 대한 홍보가 덜 돼 있다. 인터넷 부당요금 환급신청은 이미 폐지됐고, 서울시청 홈페이지에도 ‘새로 바뀐 서울시 버스노선안내’ 배너를 클릭해야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어 여간 번거롭지 않다. 때문에 환불을 받으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차 몰라 헤매다 마는 경우가 많다. 교통카드 환불신청 전화를 걸어도 상담원과 연결하는 것 조차 힘들다. 기자도 몇번의 시도 끝에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시피 인내과 끈기로 버티고 있다보니 겨우 한 명의 상담원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상담원은 “환불을 요구하는 이용객들이 새 교통카드 시스템 도입 후 많아졌다” 면서 “시정노력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환불신청 건수는 줄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버스와 지하철 관련 시민 불편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정작 서울시는 이러한 현실과는 다른 말만 되풀이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민원신청도 많이 줄었고, 몇 명의 민원이 발생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무책임한 발언을 한다. 한마디로 ‘大’를 위해 ‘小’를 희생하는 건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지하철 정기권과 교통카드 단말기 오작동으로 인한 부당 요금에 대한 부분도 “기술적인 문제라 모르겠다”는 말만 한다. 서울시는 정책 시행초기 발생되는 문제는 당연히 있을 수 있고, 개선 중이라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어떤 문제든 처음엔 문제가 한 두가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세상에 완벽이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처음부터 적게는 6개월에서 1~2년간은 (문제가) 갈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책을 시행하기 앞서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사전 점검과 검토를 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2년간 충분히 점검하고 준비했다”면서 “현재 조기혼란에 대해 개선, 보완하고 있어 안정화 되고 있다”고 대답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시행 초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개선된 게 거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시민들은 처음부터 잘못된 행정을 벌인 서울시청에 책임이 있다며 화살을 돌린다. 참다가 글을 올린다는 한 시민은 “모든 것은 탁상행정의 결과”라며 “서울시는 차차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웃기는 얘기다. 미리 예상하고 점검하고 시행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