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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업의 ‘가면을 벗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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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필버그의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는 광고의 홍수에 파묻힌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가 나온다.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엄청난 광고의 압박 속에서 살고 있고 그 같은 광고의 대홍수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광고산업 규모가 수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 규모는 10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외국 통계에 의하면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량이 3,000개에 이른다. 수치적 방대함만으로도 광고는 단순한 정보제공의 수단을 넘어서 문화 사회적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광고의 부정적 영향 또한 거대해짐은 물론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부당 기업 고발 캠페인인 ‘가면을 벗겨라’는 바로 이 같은 광고의 이면을 들추어내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작년에 처음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을 통해 시민행동은 SK그룹, KTF, TV홈쇼핑사, LG텔레콤 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시정을 촉구해왔다.

SK그룹의 경우 지난 2002년 장애인 선수를 등장시킨 ‘넘고 싶은 건 1m63cm의 높이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입니다’라는 광고가 큰 호응을 얻었지만 광고와는 달리 당시 SK그룹은 장애인고용률이 법정의무고용률 2%는 물론 30대 그룹 장애인고용률 평균인 0.91%에도 크게 못 미치는 0.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페인 이후 SK그룹은 장기적으로 장애인고용률을 높이고 사내교육 등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 앞장서겠다고 답변했다.

나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비판하며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KTF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뒤에 감춰진 KTF의 고용차별 또한 도마에 올랐다. 시민행동은 광고와 달리 신입사원 모집시 28세 이상은 응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지원자격을 판가름 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채용시 연령제한 차별을 두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후 형식적으로는 직원채용시 나이제한은 사라졌다.

올해도 시민행동은 광고에서는 ‘정직과 상식’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영업에 있어서는 비상식적 행동을 한 LG텔레콤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임직원에게 핸드폰 강제할당 판매를 했던 LG텔레콤은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자본주의의 교묘한 포장술

‘가면을 벗겨라’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콘테스트는 패러디를 통해서 기업의 광고 뒤에 숨겨진 부정한 모습을 고발하는 행사다. 패러디가 사회적 부조리를 풍자하고 조롱하고 저항하며 변화시키는 유용한 전략이라는 점에 착안, 패러디를 통해 기업의 부당한 활동을, 나아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제도를 꼬집어보자는 의도에서 마련됐다.

행사는 공모전 형태로 시민행동 홈페이지(http://www.ww.or.kr)게시판이나 이메일(first93@action.or.kr)을 통해 응모를 받았다. 심사를 거쳐 12월15일 선정작을 발표해 상품을 증정하고 오프라인 전시회를 가질 계획. 현재 온라인 전시관에서 응모작과 함께 아마추어패러디작가연대(아패연) 소속 작가들과 시민행동의 작품을 전시하는 특별전, 기업관련 운동을 하고 있는 다른 시민단체들의 작품과 해외작품, 그리고 제1회 수상작을 전시하는 협찬전을 열고 있다.

실 광고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단순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와 문화적 시대적 감수성을 담아내는 주요한 매체가 됐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광고를 실제 모습을 위장하고 허상을 제공하는 자본주의의 포장술로 사용하고 있다.

‘가면을 벗겨라’ 콘테스트는 이 같은 기업의 교묘한 위장술을 시원하게 벗겨내는 축제의 장이다. 온라인 전시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패러디들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작년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은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힘' '대한민국은 이미 변하고 있습니다'는 카피가 인상적이었던 SK 기업의 광고를 패러디 했다. ‘선거 치르기 힘드시죠’ ‘부탁하신 선거 자금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씨가 붙은 사과박스가 쌓여있는 사진에 ‘대한민국은 이미 더러워지고 있었습니다’는 문구를 넣어 SK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의 불합리한 관행을 비판하고 있다.


무기제조 기업이 세계평화를, 환경 파괴 기업이 자연보호를 외치다

이밖에도 협찬전에는 재치 넘치는 해외작품들도 눈에 띈다. 수술대 위에 환자가 누워있으며 심전계에는 맥도날드 상표 그래프가 생명의 위협을 암시하듯 그려져 있는 ‘빅맥의 공격’은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말보로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몇몇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묘사한 말보로 광고 패러디는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아패연과 시민행동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에는 씨리얼 광고를 비판한 패러디 작품이 눈에 띈다. 씨리얼에 사과, 현미밥 등의 이미지를 겹친 이 광고는 씨리얼 1회 식사분에 비타민B1(0.0016%) 비타민D(0.0135%) 철분(0.018%) 비타민C(0.04%) 등의 영양소가 들어있다며 씨리얼이 ‘영양 많은 아침식사’라고 광고한다. 패러디에서는 광고의 마지막에 ‘하지만 설탕과 소금은 훨씬 더 많아요’라며 설탕은 40%, 소금은 1%로 과다하게 함유돼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설탕이 40%인 아침식사, 계속드실건가요?’라고 소비자에게 묻는다.

 포스코의 환경파괴를 비판한 아패연의 작품도 주목할만 하다. ‘철이 없다면 이 세상은 움직이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는 포스코의 광고 뒤에 패러디는 ‘그러나 기업이 환경 문제에 대해 철이 없다면 우리의 환堧?심각하게 훼손되기도 합니다’는 문구를 덧붙여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환경파괴 사례를 열거했다.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는 포스코의 대표 카피는 ‘소리없이 환경을 파괴합니다’로 바꿨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이 노사화합을 이야기하고, 아동노동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이 환경보호를 외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이 소비자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양 선전하고, 담배나 술 등 사람에게 유해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사회공헌활동만을 부각시키고, 무기제조나 군수산업 기업이 세계평화를 외치고 있다”며 광고로 위장하고 있는 기업의 추악한 이면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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