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현대 사회의 기술 발전은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 기계를 통제하는 일,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조작하는 일의 윤리적 문제, 로봇화와 인공지능이 직업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여파, 인간의 지구 약탈로 인한 행성의 수명 등 운명을 가르는 중대하고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를 넘어 협업할 때다.
마음도 기술만큼 중요하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 이상으로 세계는 다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인류가 있다. 지구가 생겨난 이래 처음 맞이하는 지적·물적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여러 문제를 불러왔고, 그중 일부는 인류의 존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을 지은 마르셀루 글레이제르는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 다트머스 학제 간 참여 연구소 소장으로서 우주론과 정보 이론의 응용은 물론 과학의 역사와 철학, 과학과 문화 간 상호작용의 복잡한 현상을 연구하며 과학 대중화에 헌신해왔으며, 2019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하며 과학과 정신성을 융합해온 노력을 인정받았다. 영혼성, 정신성과 관련해 인류에 크게 기여한 테레사 수녀, 알렌산드르 솔제니친, 달라이 라마, 제인 구달 등이 이 상을 받았다.
마르셀루 글레이제르는 다트머스 학제 간 참여 연구소 연구 활동의 일환으로 우리 시대 가장 도전적인 질문들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하기 위해 ‘건설적 협업’이라 부르는 자리에 과학자와 인문학자를 불러 모은다. 2016년 가을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와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의 극장과 대학을 돌며 5년간 대담을 여덟 차례 진행한 내용을 묶어 이 책을 펴냈다. 주제는 ‘실재의 본질은 무엇인가’부터 ‘기술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바꿀 수 있을까’ ‘AI와 유전공학은 우리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도록 도울까’ ‘기후 위기 속 지구와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까지 다양하다. 우리 시대에 던져진 질문이 다양한 만큼 그 질문에 답하는 데 진전을 이루려면 여러 학문 차원에서 다원적으로 접근해 서로 다른 앎의 방식을 결합해야 한다.
인류 문명이 직면한 문제
마르셀루 글레이제르는 2016년 가을부터 5년간 우리 시대 가장 도전적인 질문들에 관한 여러 석학의 대담을 여덟 차례 진행하며 토론한 내용을 묶어 이 책을 펴냈다. 과학이나 인문학 어느 한쪽이 다루기에는 복잡한 질문들을 주제로, 마르셀루 글레이제르의 진행, 논평과 함께 안토니오 다마지오, 데이비드 차머스를 필두로 이론물리학자 션 캐럴, 철학자 퍼트리샤 처칠랜드, 물리학자이자 소설가 앨런 라이트먼, 템플턴상 수상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 신경과학자 에드 보이든, 인문학자 마크 오코널, 퓰리처상 수상 작가 엘리자베스 콜버트와 싯다르타 무케르지, 우주생물학자 데이비드 그린스푼 등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사상가들이 참여해 실재의 본질, 과학과 종교, 의식과 유물론, 시간의 신비 등 인류 문명이 직면한 과학적, 문화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 독자적인 분석과 전망을 제시한다.
이들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핵심 문제에 관해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고 여러 아이디어를 생산적으로 소통하며, 편협함과 뿌리 깊은 편 가르기로 시민 담론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이 시대에 이견이 있을 때조차도 건설적인 대화를 이루는 본보기를 보여준다. 융합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종으로서 지금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식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질문하고, 지식을 의식적으로 통합해 지구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맺는 쪽으로 행동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인류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