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내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취업자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취업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제조업은 한때 ‘경제의 심장’이라 불렸지만, 제조업 노년층 취업자 수가 60만 명에 근접함에 따라 60대 이상 제조업 취업자 수가 청년층을 넘어섰다. 제조업 현장이 고령화되어가면서 산업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0대 제조업 취업자 수 20대 넘어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사회활동이 늘어났고 정보통신업 등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고용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고령층 일자리는 크게 증가했지만, 청년층과 40대 취업자는 감소하고 제조업 취업자도 감소하면서 연령별·산업별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 등으로 제조업 60대 이상 노년층 취업자 수가 60만 명에 근접함에 따라 제조업 취업자 수가 청년층을 넘어섰다. 지난 2014년 산업 분류 개편 이후 제조업에서 60세 이상 취업자가 20대 이하보다 추월한 건 처음이다.
지난 1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전년보다 5만 1,000명 늘어난 59만 9,000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이하는 전년보다 3만 3,000명 줄어든 55만 5,000명으로 집계되어, 60세 이상보다 4만 4,000명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9.2세였던 한국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2021년 43.0세로 3.8세 높아졌다. 동일 기간 일본은 41.6세에서 43.1세로 1.5세 증가, 미국은 44.1세에서 44.2세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20대, 제조업 대신 숙박·음식점업
지난해 하반기 들어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전년부터 이어진 수출 부진은 제조업에 직격탄이 됐다. 광공업생산은 2022년 4분기(-6.4%)부터 지난해 3분기(-2%)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황이 둔화하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제조업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대학에 진학하는 청년이 증가하면서 20대 초반 고졸 취업자가 감소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조업에서 20대 청년의 외면 요인으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성향과 생산직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와 직업 환경이 이탈하는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2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54만5,000명으로, 20대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57만 4,000명)에 밀렸다. 지난해 53만7,000명보다 3만7,000명 증가했다. 중소 제조업엔 빈 일자리가 많지만, 청년층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고 취업이 쉬운 음식점·카페 등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대기업은 국내보단 해외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국내 고용을 이전처럼 늘리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청년층이 서비스업에 몰리는데 음식점이나 배달 등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 대부분이라 장기적 성장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조업 취업자도 4만3,000명(-0.9%)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2020년(-5만3000명) 이후 3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자동차와 의료 관련 제조업 분야 취업자는 증가했으나 전자부품, 화학물질, 전기장비 제조업 등에서 감소하면서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최근 재학생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인구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많이 빠진 상황”이라며 “2022년 청년층 고용률이 높았던 점에 따른 기저효과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로 취업자 평균 연령 상승
지난해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10% 가까이 늘어나며 모든 연령대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 전체 업종의 고령 취업자 증가율(6.2%)을 크게 웃돈다.
반면 20대 제조업 취업자는 전체 업종에서 20대 취업자가 줄어든 폭(―2.1%)보다 두 배 넘게 감소했다. 인구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제조업 현장이 늙어가는 속도가 유난히 빠른 것이다.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2%에서 13.4%로 증가했다. 이는 인구 구조 자체가 고령화되는 데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일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런데다 젊은 층의 제조업 현장 기피 현상으로 신규 직원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기존에 일하던 근로자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업입장에서는 인건비 등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는 “호봉급을 주는 회사가 많은 만큼 근로자가 고령화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한국은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특히 높아 우려가 더 크다”며 “그간 각종 지원금을 투입했는데도 고령화 판도를 바꾸지 못한 만큼 청년들이 선호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