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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류분 제도’, 47년 만에 전면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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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상실사유 없는 ‘상속비율' 강제 헌법불합치”
“유류분 제도 여전히 가족간 연대 유지 기능”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제자매에게 일정 이상의 유산 상속을 강제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유류분 제도’가 47년 만에 변화를 맞으면서,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헌재 “형제자매 의무 상속 유류분제 위헌”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에서 일부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 이전까지 유류분청구권은 부모와 자녀 혹은 배우자와 형제 간에도 주장할 수 있는 상속 권리 중 하나였다.

 

유류분 제도는 법이 정한 최소 상속 금액으로, 특정인이 상속분을 독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977년 12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최초 도입되어 1979년 1월에 시행됐다. 제도 도입 전까지는 호주 상속을 한 장남이 가장 많은 상속분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 전부 남편 명의로 돼 있거나 부인과 딸은 배제된 채 아들에게만 상속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된 바 있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유류분 제도는 망인의 자녀와 배우자 각각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씩 보장받는다. 

 

가령, 부모가 두 자녀에게 총 2억 원의 유산을 남겼을 경우 각각의 법정상속분은 1억 원이며, 유류분 제도에 따라 법정상속분의 절반인 5,000만 원을 최소 금액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민법 제1112조 제1~3호에서 고인의 배우자와 부모, 자녀의 법정상속분을 규정한 부분이 별도의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아 헌법에 맞지 않다고 판단(헌법불합치)했다. 또 재산 형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형제자매에게 법정상속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해서는 위헌으로 결정했다.

 

특히, 재판관들은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할 것”이라며 “민법 제1112조에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류분 산정에 있어서 기여분(제1008조의2)을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민법 제1118조에 대해서도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들은 “앞서 대법원 판례로 기여 상속인이 기여에 대한 대가로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증여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기는 했지만,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조항들에 관해 위헌결정을 선고해 효력을 상실시키면 법적 혼란이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기존 조항들을 유지한 채 2025년 12월31일까지 입법하라”고 결정했다.

 

해당 조항이 위법하지만, 당장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기한을 정해두고 대안을 마련하라는 의미다.

 

‘구하라법’ 입법 탄력

 

이번 헌재의 판단 사항은 유류분청구권이 상실되는 사유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류분 상실 사유란 故구하라 가수 사건과 같이 20년간 자녀를 돌보지 않았기에 가족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않은 등의 패륜 행위에 대한 유형을 말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실 사유를 명시하지 않는 것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상속재산 분배를 주장하는 사태를 방지하라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일명 ‘구하라법’ 입법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 2019년 구하라 가수가 사망하자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딸의 유산을 받아 가면서 상속제도 전반에 대한 개정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민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재상정됐지만, 여전히 소관 상임위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거나, 유류분 소송 중인 경우 쌍방 간에 입증 관계는 더욱 첨예하고 복잡해질 전망이다. 양측간 패륜적인 행위에 관한 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그간의 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 등 더욱 치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유류분 제도는 오늘날에도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가족의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헌법적 정당성은 계속 인정했다”며 “다만 일부 유류분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을 선언하고 입법 개선을 촉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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