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두 차례 철회 권고됐던 ‘폭염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규정이 의무화됐다. 이에 고용부는 개정안에 대한 법제 심사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하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산안규칙)을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도 나선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안 시행 안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 산업재해자 58명 중 건설 현장 근로자가 31명으로 절반 이상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특성상 야외 작업이 많다 보니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와 건설업계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두 차례 철회 권고됐던 ‘앞으로 작업장이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규정이 의무화되면서 17일부터 시행됐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1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여름철 폭염 속 발생할 수 있는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를 상세하게 담은 산안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폭염·한파 관련 내용이 들어간 산안법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6월 1일에 맞춰 시행될 예정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체감온도 31℃ 이상 환경에서 충분한 음료수 비치 ▲근로자 대상 온열질환 예방 교육 시행 ▲작업장 온도 및 습도 기록 관리 ▲적절한 휴식 시간 제공 등 지난달부터 폭염 환경에서 작업 시 사업주의 온열질환 예방 조치가 의무화됐다.
이 중에 해당 조항 20분 휴식 의무화를 위반하여 온열질환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근로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해질 수 있다.
규개위, 산안 기준 통과…“건강 보호 시급성 인정”
규개위는 주된 작업장소의 체감온도가 33도일 때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한 조항이 과도하다며 두 차례 재검토를 요구했다.
규개위가 철회를 권고한 이유는 일괄적으로 처벌 규정이 적용되면 중소·영세사업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최근 기록적인 폭염 상황을 고려해 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규개위가 같은 안건을 세 차례 심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결국 지난 11일 규개위는 고용부가 기존 심사에서 권고했던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점과 예상을 뛰어넘는 폭염 확산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한 시급성을 인정해 개정안 원안에 동의했다.
이에 노동계는 “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쓰러져 목숨을 잃어야만 폭염대책이 통과되는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규개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제는 폭염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작업 중지 의무화가 현장에 실질적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라며, “폭염 노출에 가장 취약한 택배·배달 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므로,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대대적인 홍보
고용부는 개정안에 대한 법제 심사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하고 산안규칙을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도 나선다.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은 물 제공, 바람·그늘막 설치, 휴식, 보냉장구 지급, 질환자·의심자의 119 신고 등 응급조치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도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공계약 업무처리 지침’을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전달했다. 공공 발주기관이 폭염으로 작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공사를 일시적으로 정지하도록 했다.
또한, 폭염으로 정지된 기간은 계약기간 연장과 계약액 증액을 통해 추가 비용을 보전하기로 했으며, 공사가 지체된 경우 ‘지체상금’(준공기한 내 완공하지 못할 때 부과되는 것)을 내지 않도록 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도 체감온도 기반 건설 현장 폭염 관리 대책을 실시한다. LH는 이를 위해 건설 현장에 체감온도 측정기 비치를 의무화하고, 2시간마다 측정하도록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더운 역대급 폭염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현장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근로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여러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름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폭염은 피할 수 없지만 노사 모두가 주의를 기울이고 산업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면 온열질환은 예방할 수 있는 위험”이라며, “폭염안전 5대 수칙, 특히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부여는 법적 의무인 만큼 철저히 준수되도록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