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3 (금)

  • 맑음동두천 -12.2℃
  • 맑음강릉 -6.2℃
  • 맑음서울 -10.0℃
  • 맑음대전 -7.6℃
  • 맑음대구 -5.5℃
  • 맑음울산 -5.0℃
  • 광주 -4.5℃
  • 맑음부산 -4.3℃
  • 흐림고창 -5.1℃
  • 구름많음제주 2.5℃
  • 맑음강화 -10.2℃
  • 맑음보은 -9.9℃
  • 맑음금산 -8.7℃
  • 흐림강진군 -6.3℃
  • 맑음경주시 -6.0℃
  • -거제 -2.8℃
기상청 제공

사회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념의 경계를 넘나든 지식인, 설정식의 문학적 궤적을 돌아보다

URL복사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신간 『설정식 문학선: 해방의 문학, 청춘의 상상력』 발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작가 설정식(薛貞植, 1912~1953)에 주목했다. 이번에 펴낸 『설정식 문학선: 해방의 문학, 청춘의 상상력』은 희곡, 논평, 대담, 소설을 중심으로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설정식의 문학 자료들을 담고 있다. 엮은이의 상세한 해설을 더해 독자들이 설정식의 삶과 문학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설정식, 격랑의 한국 근대사를 극적으로 살다 간 작가

설정식의 삶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1912년 함경남도 단천에서 태어나 경성에서 자란 그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 서울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경성공립농업학교에서 권고 퇴학을 당했다. 이후 중국, 일본을 거쳐 경성으로 돌아왔고, 연희전문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뒤 미국 마운트유니언대학과 컬럼비아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이어갔다. 해방 후에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국내 최초로 완역하고 미군정청의 관료로도 활동하는 등 엘리트 지식인의 면모를 보였지만, 미군정청에 몸담으면서도 조선공산당에 입당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한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가도 결국 한국전쟁 중에 월북하여 휴전회담의 북측 통역관으로 등장해 충격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는 결국 1953년 남로당 숙청 과정에서 사형당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삶의 궤적 때문에 남북한 양측에서 오랫동안 잊힌 설정식의 문학은 이번 문학선을 통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90년 만에 빛을 본 등단작, 「중국은 어데로」

이번 문학선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설정식의 등단 희곡 「중국은 어데로」가 작가 약력 및 당선평과 함께 9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다는 사실이다. 1932년 만주사변 직후의 중국 난징 외교부를 배경으로 한 이 단막극은, 일본의 침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빚어지는 첨예한 갈등을 다룬다. 설정식은 국제연맹에 기대를 거는 장제스와 교전을 주장하며 외교부로 진입하는 학생단의 갈등을 보여주면서, 흔들리는 중국의 미래가 지배 권력이 아닌 청년 학생들의 힘과 열정에 달려 있음을 부각시킨다. 또한 결말에 등장하는 ‘XX당원’의 목소리를 통해 일본은 물론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야욕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국제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동안 설정식은 식민지기에 영문학도로서 글을 썼을 뿐 이념적 입장은 뚜렷하게 표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일찍이 동아시아 약소민족 전체의 독립과 자존을 주장하고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체제를 모색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의 그늘 뒤 ‘소설가’의 얼굴

설정식은 해방기에 세 권의 시집 『종』, 『포도』, 『제신의 분노』를 출간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사실 소설가로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이번 문학선에는 설정식의 단편소설 「오한」과 「척사제조업자」가 실렸는데, 두 소설 모두 작가의 페르소나인 ‘박두수’가 등장하여 미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예리하게 꿰뚫어 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박두수의 눈에 비친 뉴욕은 돈이 없으면 바로 ‘인간 이하’로 전락하는 “화려한 지옥” 그 자체이며, 이러한 위계 구조와 배제의 원리는 민족과 인종을 불문하고 평등하게 적용된다.
또한 장편소설로는 「청춘」과 미완성작인 「한류·난류」가 수록되었다. 특히 이번에 실린 「청춘」은 1946년 『한성일보』에 연재된 것으로, 기존에 잘 알려진 1949년 동명의 단행본은 이 연재본을 수정해 완성한 것이다. 따라서 두 판본을 비교하면 설정식 문학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한류·난류」는 1948년에 『민주일보』에 연재된 설정식의 마지막 소설로, 미국의 자본주의가 일본 제국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었음을 비판하면서 젊은이들의 연대와 실천을 강조한다. ‘재미국 약소민족 청년 반제국주의 동맹’이라는 조직을 통해 민족 해방을 전 세계 약소민족의 문제로 인식하는 트랜스내셔널한 감각은, ‘해방의 문학, 청춘의 상상력’이라는 책의 부제가 의미하듯 시대의 아픔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설정식의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공개 자료 소개와 상세한 주석을 통한 설정식 연구의 새로운 시작

1980년대 말 해금 조치를 통해 월북 작가들의 문학 작품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기림, 정지용 등 다른 문인들에 비해 설정식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2010년대 전반 『설정식 선집』(곽명숙, 현대문학, 2011)과 『설정식 문학전집』(설희관, 산처럼, 2012)의 출간은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했지만 발굴되지 않은 자료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2023년에는 설정식의 문학 전집이 유족에 의해 발간되어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학술적인 접근으로 나아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미공개 작품을 포함하고 상세한 주석과 해설을 덧붙인 이번 문학선은 본격적으로 국문학계에서 설정식 연구를 심화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대한민국 국민들을 가해하면 국내든 국외든 패가망신한다는 것 보여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가해하면 국내든 국외든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것을 국내외에 확실히 인식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해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조직원들이 우리 정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금명간 국내로 추가 송환된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가해하면 국내든 국외든 패가망신한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범죄 행위를 하면 이익은커녕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Task Force)’가 내일 오전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우리 국민 869명에게 약 486억원을 편취한 한국 국적 피의자 73명을 강제 송환한다”며 “피의자들을 태울 전용기는 오늘 저녁 8시 4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1월 23일 금요일 아침 9시 10분 인천공항에 다시 도착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초국가범죄는 우리 국민들의 개인적 삶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신뢰 기반을 훼손하는 것이고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박홍배 의원,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일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권리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비례대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초선, 사진)은 20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일하는 사람’이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업자’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에게 직접 보수를 지급하는 개인, 단체, 법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나. 다른 사람에게 일하는 사람을 소개·알선하는 사업을 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의 보수 결정, 노무제공 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단체, 법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3. ‘일터’란 업무와 관련한 모든 물리적·사회적 공간과 장소(온라인 환경을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제1항은 “일하는 사람과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