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여성 대상 폭력과 살인, 온라인 집단 괴롭힘, 여성과 외국인 혐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까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젊은 남성의 분노 표출은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사안이다. 우리 사회는 성 전쟁을 가속화하는 이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분노와 폭력적 저항
극심한 빈곤, 복지의 부재, 부모에게서 버려짐, 직장에서의 홀대, 사랑하는 이의 부재 등의 불행한 조건 속에서 아서 플렉이 코믹스 희대의 빌런인 조커로 변해가는 영화 <조커>는 개봉 당시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상징적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바로 비자발적 독신주의자 ‘인셀’의 수호신이다.
인셀은 자신들이 유전적으로 좋은 외모를 타고 나지 못해 여성들과 연애와 결혼에 실패하는 것이라 믿는 특정 집단을 말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자신과 같은 고충을 토로하는 부류와 온라인에서 교류하는 것을 넘어 그들끼리 강화한 오갈 데 없는 분노를 이 사회와 여성을 향해 터뜨리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인셀이 저지른 총기 난사, 여성혐오 살인이 사회문제로 부상하자 인셀 남성에 대한 학술 논문이 출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셀들은 영화 <조커>가 폭력과 사회 혼란, 소요를 이용해 남성성을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사회에 저항의 목소리를 낸다고 해석하며 공감을 느낀다. 사회에서 낙오한 패배자나 타고난 여성 혐오자가 아니라 평범한 남성들조차 자신들이 역차별당했다고 억울해하며 마음속에서 극우적 사상에 동조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같은 사회 현상은 무엇으로 비롯된 것일까?
자본주의와 남성성의 위기
서구 사회의 여러 통계를 분석해 보면 ‘남성성의 위기’가 온 것은 맞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남성은 학업성적, 대학진학률이 여성보다 낮으며, 자살율과 학습장애 빈도, 범죄율은 여성보다 높다. 하지만, 다른 통계는 대학 졸업 후 사회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남성이며 남녀 간 임금 격차도 엄연히 상존한다.
이 책은 젊은 남성이 분노하는 이유에 관한 구조적 원인을 다각도로 탐사한다. 먼저,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경제적 구조와 문화는 남성은 개척자이며, 적을 무찌르는 보호자이고, 가족을 부양하며 형제애로 뭉친다는 전통적 이상을 해체해 버렸다.
20세기 후반의 자본주의는 일에 대한 전통적 개념과 경제적 안정성을 해체했으며 자유라는 이름 아래 노동을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남성성은 이제 국가와 가족을 책임지는 기둥이 아니라 젊음과 외모, 매력, 돈, 과시적 상품 등 남과 구별되는 인플루언서로서의 개성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기준에 잠식되었다.
이런 체제의 변화는 남성이 그동안 갖고 있던 삶의 목표와 방향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노력으로 성취할 수 없는 버거운 요구는 수많은 남성에게 좌절과 환멸을 불러왔다. 분노하는 남성들은 그들만의 공동체, 소위 ‘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 여성과 사회에 대한 원한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외부인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와 폭력으로 무장한 극우 사상의 먹잇감이 된다. 저자는 남성이 남성성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해법을 제시한다. 또한, 남초 커뮤니티로 내몰지 않도록 새로운 형태의 소속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에게는 더 어려운 의무가 있다 바로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제도적,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협력과 공동체, 삶의 기쁨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남성성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고 저자는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