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운 경쟁을 준비하자."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유럽행이 잦아졌다.
이번 정 회장의 유럽 방문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만이다. 유럽 시장에 경기 회복 징후가 나타나자 그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는 셈.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정 회장은 유럽 시장으로 출국,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한 유럽 시장에 대한 현지 생산·판매법인의 유연한 대응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첫날 슬로바키아기아차 공장을 방문, "올해부터는 유럽 시장의 수요가 증대되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산과 판매 전 분야에서 전열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어려운 유럽 시장 환경에서도 직원들의 위기극복 노력으로 두 자릿수 이상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지난 6년이 판매 확대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이제까지의 성과를 유지하고, 기본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에 굳건히 뿌리를 내려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협력업체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한 원활한 부품 공급 체계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생산 각 공정에서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시장 수요에 탄력적 대응체계를 갖추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 회장은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 유럽 현지 전략 차종의 생산 품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기아차 유럽판매법인에 들러 유럽 전략차종 개발 현황 및 판매 전략 등을 보고 받았다.
정 회장은 "시장에서 선전한 차종들의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신규 차종은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유럽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의 이번 유럽 방문은 불과 5개월만에 재차 성사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이 지난 2012년 3월에 유럽 금융 위기를 진단하기 위해 유럽행을 택했던 것을 감안하면 방문 주기가 19개월에서 5개월로 짧아진 셈.
정 회장의 현장을 바쁘게 찾아다는 이유는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이 조만간 격변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08년부터 6년간 지속적인 판매 감소가 지속됐으나 최근들어 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시장 자동차 판매 대수는 1374만대.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유럽의 산업 수요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유럽 시장 자동차 수요가 증가, 전년보다 2.9% 증가한 1414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시장 공세가 가열되고 있다. 올해 예고된 유럽 시장 신차는 20여 개. 전년(10여 개)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메이커들은 적극적으로 신차 출시에 나서고 있다. 수요 선점을 위한 무이자 또는 저금리 할부 등 혜택을 늘리는 움직임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엔저 혜택을 입은 일본 메이커들도 가세한 상황. 일본 업체들은 인센티브 확대,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일전을 치를 각오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유럽 시장 전략을 물량확대보다 본격적인 회복에 대비한 중장기적 기초체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유럽 시장 판매목표를 75만대로 전년 대비 1% 늘려 잡았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어려운 유럽 경기 상황에서도 현지 생산법인이 가동률 100%를 상회하며 각각 30만3000대와 31만3000대씩 생산했고, 유럽 시장 전체 판매량이 74만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목표치가 보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기본에 충실한 판매전략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6년간 유럽 수요 감소에도 유럽 전략 차종의 선전과 직영체제 구축 등을 통해 판매량이 2007년 56만대에서 지난해 76만대로 36.1%가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2007년 3.5%에서 2013년 6.2%로 늘어났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현지전략 신차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면 판매목표 달성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형 i10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럽 최대 차급인 B세그먼트 신차 i20을 유럽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도 최근 디자인으로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신형 쏘울을 선보인다.
특히 정 회장이 6일 방문 예정인 러시아 공장에서 올해 상반기부터 생산되는 쏠라리스 개조차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쏠라리스는 현재 러시아 시장 판매 2위의 베스트셀링 모델. 쏠라리스 개초차는 정 회장이 이번 유럽 방문에서도 관심을 갖고 보는 차종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우수 딜러를 적극 영입하는 등 판매망을 확충하고 판매 금융부문의 활성화를 통한 판매 지원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 최초로 양산 체계를 갖춘 수소연료전지차의 유럽내 보급에 적극 나서 친환경 기술 분야 선도기업 이미지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정 회장은 "시장에서 선전한 차종들의 경쟁력을 재점검 하고, 신규 차종은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유럽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