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검찰이 무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디지텍시스템스 전직 임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디지텍시스템스 전직 임원 남모(39)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터치스크린패널 등을 제조해 납품하는 업체로, 남씨 등은 2012년 빌린 돈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335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2월~11월 디지텍시스템스와 이동통신망 간섭신호제거 중계기 개발업체인 알에프윈도우를 인수하면서 30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부족한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위 매출을 올리거나 생산설비 구입 비용을 거짓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유모(43)씨는 2012년 11월 알에프윈도우 인수 과정에서 디지텍시스템스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회사 자금 30억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 혐의와 함께 이들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 등을 위조해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1720만 달러(약 182억원)를 허위로 대출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가 지난해 초부터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 2곳에 모바일용 터치패널을 납품하면서 수출 관련 서류 등을 위조해 매출 규모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씨티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출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즈는 씨티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은행에서도 1000억원대의 대출을 더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기 대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디지텍시스템스의 매출채권 위조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