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장기 불황에 굳게 닫혔던 소비자들의 지갑이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조금씩 열리고 있다.
황금연휴와 맞물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정의 달 행사와 스승의 날 등 기념일 선물 수요가 몰리며 관련 매출이 늘었으나, 세월호 사고 여파로 관련 행사를 아동용품 위주로 조용히 진행하는 모습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달 들어 28일까지 가정의 달이 다가오면서 아동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9% 증가했으며, 아웃도어와 건강 관련 매출도 각각 15%, 12.2%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1~27일 유·아동의류(12.3%)와 아웃도어(5.3%) 등이 고른 신장률을 보였으며, 신세계백화점은 동기간 아동 상품군과 아웃도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7%, 0.9%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야외 활동 필수품인 텐트 및 랜턴·가스 등의 판매량이 같은 기간 각각 540%, 412% 급증했다. 침낭 140%, 롤러용품 82.7%, 야외용품(완구)가 18.8% 상승하는 등 가정의 달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오픈마켓 시장 역시 어린이날 특수가 한창이다.
G마켓은 지난 1∼27일 완구 판매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9%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내 브랜드 완구의 경우 97% 증가했으며, 유아자전거·승용완구는 63% 늘었다.
또 RC(무선조종) 완구(46%), 피규어(42%), 점토·공작놀이(40%), 캐릭터·패션인형(23%), 감각발달완구(21%), 음악·악기놀이(15%), 프라모델·모형조립(12%) 등의 판매가 증가했다. 유아동의류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9%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옥션이 어린이날을 앞둔 최근 2주간(15~28일) 유아용 의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나들이 준비로 의류 구매가 늘었으며,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인 완구 판매 역시 크게 늘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무선조종완구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상승했으며, 가격이 다소 높은 승용완구도 45% 신장했다. 작은 사이즈인 붕붕카는 175%, 자전거와 씽씽이·킥보드 등 활동성이 큰 스포츠완구도 65% 늘었다.
아이들에게 인기선물로 꼽히는 캐릭터완구도 80% 증가했으며, 이 중 여아에게 인기인 뽀로로 완구와 남아에게 인기인 파워레인저는 각각 85%, 290% 증가했다. 또 남아들이 선호하는 변신로봇 또봇 완구는 84% 상승했으며, 최근 전국을 강타한 타요버스 신드롬에 힘입어 타요 완구 판매도 40% 늘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건강식품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노안을 위한 루테인 등 눈영양제가 같은 기간 120% 급증해 어버이날 베스트선물로 꼽혔다. 마늘과 블루베리, 산수유 등의 건강즙과 전통적 효도선물인 홍삼은 각각 30%, 80% 판매가 늘었다.
옥션 유아동팀 이은영 팀장은 “어린이날 선물로 캐릭터완구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교적 고가인 RC완구와 승용완구의 판매도 평균을 웃돌고 있다"며 "어린이날 선물 구매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어버이날 효도선물로 부모님 건강에 맞춘 다양한 식품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마케팅·홍보 활동을 자제하고 한동안 주춤했던 업계도 모처럼 분주해졌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9층 행사장에서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잠실점은 다음달 1일~5일 롯데호텔 및 9층 행사장에서 'Luckids 어린이날 선물상품전'을 진행한다. 엘카, 스파이더맨, 라바 등 완구 및 용품 브랜드 12개가 참여하며, 선물 상품들을 10~50%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다음달 5일까지 9층 아동매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동물인형 브랜드인 '한사토이'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신세계백화점은 다음달 5일까지 본점 6층 이벤트홀에서 완구 및 아동의류를 30~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골드 키즈페어'를 진행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가정의 달' 대목을 겨냥한 마케팅이 한창이겠지만,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슬퍼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를 기대하지는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들을 생각해 아동용품 위주로 차분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