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월드컵이 낳은 또 다른 스타 MBC 김성주(42)가 MBC 월드컵 캐스터로 8년 만에 돌아온다.
김성주는 2006년 독일월드컵의 최대 수혜자였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김성주는 대표팀이 16강에 오른 것보다 더 큰 영광을 누렸다. 차범근·차두리 부자와 MBC의 월드컵 중계를 맡아 압도적인 수치로 MBC를 월드컵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렸다. 국민캐스터의 탄생이었다.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월드컵 직후 프리랜서를 선언했고 배신자라는 말을 들었다. 방송에 나오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스포츠 중계는 꿈도 꾸지 못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도 당연히 중계석이 아닌 집에서 지켜봐야 했다.
기회가 온 건 6년이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때다. 당시 파업으로 홍역을 앓던 MBC는 김성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스포츠 중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세는 올해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이어졌다. 한국 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주요 종목 캐스터를 맡은 건 MBC의 아나운서들이 아닌 프리랜서 김성주였다. 그가 중계한 경기의 시청률은 타사에 밀리지 않았다. 그런 김성주가 이번에는 월드컵 메인 캐스터 자리를 꿰찼다. 그것도 MBC다.
"많이 설렌다"며 입을 뗀 김성주는 "이번 월드컵이야말로 캐스터 김성주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옆에는 베테랑 축구 해설자 차범근(현 SBS 해설위원)이 없다. 그 자리는 초보 해설자 송종국·안정환 해설위원으로 대체됐다.
김성주는 "차범근 없는 김성주의 중계를 시청자가 봐주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며 "그걸 극복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짚었다.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요. 김성주가 어느 정도의 역량이 있느냐가 판가름나기 때문입니다. 지난 월드컵은 SBS가 독점 중계를 했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요. 이번이 진짜입니다. 캐스터를 믿고 볼 수 있는 중계를 만들겁니다."
김성주가 스포츠 중계, 특히 축구 중계를 떠난 자리를 차지한 건 SBS의 배성재 아나운서다. 배 아나운서는 대표팀 경기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 중계까지 도맡으며 자신만의 스포츠 중계 브랜드를 구축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차범근 해설위원도 있다.
여기에 맞서는 MBC 중계팀의 전략은 '삼인' 중계다. 김성주를 가운데 두고 송종국·안정환 두 해설위원이 지원한다.
김성주는 "송종국, 안정환 두 해설위원이 선수로 활약할 때의 포지션이 달랐다는 점이 MBC 중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수비수의 관점에서, 안 위원은 공격수의 입장에서 세밀한 해설이 가능하다. 이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축구에 대한 심층적인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까지 국가대표팀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 게다가 안정환과 송종국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과 2002년 4상 신화를 함께 하기도 했다.
"두 해설위원은 대표팀으로부터 고급 정보를 얻어 올 수 있다. "이는 다른 방송사 중계진에게는 없는 특별한 장점이다."
김성주, 송종국, 안정환은 MBC TV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이미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캐스터와 해설자 간 친분이 두텁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김성주는 "아빠들이 축구 보면서 수다 떠는 듯한 느낌의 중계를 하겠다"고 말했다.
MBC 월드컵 중계진은 6월9일 브라질로 향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6월13일(현지 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