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해외사업 재편은 권오준 회장이 떠안아야 할 장기적인 과제다.
당초 권 회장이 포스코 수장 자리에 오르면 수익성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가지치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권 회장 취임 6개월동안 기대했던 해외사업 재편은 없었다.
포스코의 글로벌 사업 전략의 근간은 지난 2010년 정준양 전 회장이 제시한 'UaI 전략'. 글로벌 생산·판매 네트워크를 중앙아시아에서 'U'자 형태, 아프리카에서 'a'자 형태, 북미와 남미에서 'I'자 형태로 각각 잇겠다는 의미.
하지만 공격적인 해외 진출은 결과적으로 포스코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고, 포스코는 결국 잇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권 회장의 해외 사업 재검토는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해외 사업, '손 안 대나, 못 대나'
포스코는 현재 남미 우루과이에 1000㏊(약 300만평) 부지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조성하고 있는 조림업체 포스코-우루과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을 뿐 그 외의 해외사업은 정리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해외사업은 주로 주력 사업인 철강사업 위주로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구조조정은 필요치 않다는 것.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사업에서 비철강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철강수요 회복은 더디고 업체들의 고부가가가치 제품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포스코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 권 회장의 리더십은 해외 사업에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인도 일관제철소 건립은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의 인도 오딧샤 프로젝트는 총 12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 현지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대형 사업.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포스코는 총 6억t의 철광석 채굴권을 얻어 연간 1200만t 규모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난 9년간 반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광산 탐사권 분쟁,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발 등에 직면한 탓.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잇달아 인도를 국빈으로 방문,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포스코가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포스코가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한 2005년과 지금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철강시장이 공급과잉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쇳물 생산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더구나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 생산을 비판해온 포스코가 일관제철소를 늘려 대응한다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도 직면해 있다.
또 인도 현지 주민들이 반발하듯 산림 벌채 등을 통한 환경 파괴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지속해야할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권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포스코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도 일관제철소 건립과 관련 "인도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과 원료를 보유하고 있다"며 "현지 상황에 맞게끔 속도에 맞춰서 진행을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철수를 선언한 뒤 나중에 다시 투자를 시작하려면 포스코가 우선 순위에 밀릴 수밖에 없어 (오딧샤 프로젝트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키 포인트는 신용등급 회복…현금 창출 능력이 관건
권 회장이 지난 5월 제시한 '신 경영전략'의 종착지는 신용등급 회복.
포스코는 지난 2011년 이후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 해외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이 잇따라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지난 6월11일 국내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도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안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포스코가 국내에서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 앉은 것은 지난 1994년 이래 20년만이다.
권 회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이 같은 외부의 평가다.
그가 신 경영전략을 통해 제시한 최종 목표는 2016년 기준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8조5000억원과 신용등급 A등급 회복이다. EBITDA는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
포스코가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서는 적어도 EBITA를 지난 2011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포스코의 연간 EBITA는 5조6817억원으로 지난 2011년 7조7208억원보다 26.4% 줄어들었다.
일단 포스코는 올 상반기 EBITA를 3조1178억원까지 끌어 올리면서 전년 수준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5월 신 경영전략에 대해 S&P도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향후 신용지표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보냈다.
한편 권 회장이 제시한 신 경영전략인 2016년 단독기준 ▲매출액 32조원(단독기준) ▲영업이익 3조원 ▲영업이익률 9%대, 연결기준 ▲매출액 78조원 ▲영업이익 5조원 ▲영업이익률 6%대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61조 8646억원으로 전년보다 2.7%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2조 99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나 큰 폭으로 줄어 영업이익률(4.8%)이 4%대로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한 32조143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5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줄며 고전 중이다. 영업이익률(4.9%)도 5%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