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이용자에게 공평하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10월 시행을 앞두고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오는 2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출한 단말기유통법 하위 고시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 고시안에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휴대폰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조금 분리공시안'도 담겼다.
보조금 분리공시가 담긴 고시안이 위원회를 통과하면 법안 확정 등을 거쳐 단통법 효력이 발생한다. 민간·정부 위원들로 이뤄진 규제개혁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보조금 분리공시 여부가 결정되면 통신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방통위, 이통사, 소비자단체 등 대부분은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명확히 구분해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보조금 중심의 마케팅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특정 장소와 시간에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일부 소비자만 혜택을 보고 '호갱님(어수룩한 고객)'만 제 값을 주고 사는 기현상이 반복됐다.
보조금 분리공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통법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높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마련한 요금할인 고시안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에 따라 이통사 지원금에 상응해 지급된다"며 "보조금 분리공시가 병행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이통사 지원금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전체 지원금에 대해 요금할인을 해주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법상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원금(보조금)자체가 공시 대상인 점도 보조금 분리공시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보조금 분리공시안이 고시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통법을 근거로 제조사가 이통사에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 뿐 아니라 이용자당 제품별로 지급되는 장려금도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통사가 제출하는 자료(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규모 등)는 제조업자별로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게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통법 제12조 1항을 해석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분리공시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로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내세우고 있다. 해외 경쟁사에 마케팅 전략이 노출돼 해외 판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 휴대폰 매출 중 수출 비중은 90% 가량에 육박한다.
한편 일각에선 규제개혁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추후 2차 회의를 통해 보조금 분리공시 여부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