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5.9℃
  • 구름많음강릉 10.5℃
  • 흐림서울 7.4℃
  • 맑음대전 4.2℃
  • 맑음대구 4.4℃
  • 맑음울산 10.7℃
  • 맑음광주 11.5℃
  • 맑음부산 13.2℃
  • 맑음고창 11.6℃
  • 맑음제주 13.3℃
  • 흐림강화 8.2℃
  • 맑음보은 0.3℃
  • 구름많음금산 2.9℃
  • 맑음강진군 6.1℃
  • 맑음경주시 5.5℃
  • 맑음거제 8.5℃
기상청 제공

문화

'제보자' 박해일 "역할에 몰입… 다른 건 아무것도 기억 안나"

URL복사

[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박해일은 눈을 맞추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거나 앞에 놓인 컵만 응시했다.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래 생각했다. 분명 '집중'하고 있었다. 많은 관객을 홀리고 동시에 섬뜩하게 했던 영화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 속 '박현규'의 눈빛, 바로 그 눈빛을 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최대한 솔직한 답을 하려고 애썼다. 어떤 장면을 촬영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상투적인 질문에도 오래 생각했다. "잘 생각나지 않는다" 뻔한 질문에도 준비된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에서 그는 '이장환 박사'(이경영)의 거짓말을 파헤치는 시사고발프로그램 PD '윤민철'을 연기했다. 윤민철은 집요하고 끈질기다. 무서운 집중력으로 취재를 강행하고 방송에 성공한다. 이것은 에너지의 문제다. 윤민철이 진실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하던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몰두하는 태도, 그것이 곧 진실일지 모른다.

윤민철의 태도는 흡사 박해일이 연기와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같았다. 박해일의 신인 시절, 그는 멜로 배우의 탄생을 환영하던 대중의 기대를 단번에 저버렸다. 유령 같은 살인 용의자('살인의 추억')를 연기하더니 섹스에 집착해 관계를 망치는 징글징글한 남자('연애의 목적')가 됐다. 때로는 명사수('최종병기 활'), 다시 젊음을 갈망하는 늙은 소설가('은교')가 되기도 했다. 그의 이런 행보는 진실로 다가서려는 윤민철의 노력과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역시 제 에너지의 동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민철이라는 인물 자체가 강한 근성을 가진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죠. 촬영장에서 제 컨디션이 그렇게 연기할 수 없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제보자'는 사전 설명 없이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서 달리는 영화니까요."

영화는 10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영화가 묘사하는 것처럼 황우석 박사 관련 보도를 한 방송사와 프로그램, 담당 PD는 일부 국민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제보자'에서 윤민철은 동료 PD에게 묻는다. "진실과 국익 중 뭐가 중요해?"

박해일에게도 이 질문은 중요했다. 윤민철은 "진실이 곧 국익"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아무리 연기이지만 '제보자'를 가장 간단히 정리하는 이 말에 수긍하지 못하면 그가 앞서 말했던 에너지는 동력을 잃는다. 박해일은 이 대사에 대해 "촬영 전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대사"라고 말했다.

"화두를 던지는 대사입니다. 동시에 이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하죠. 여기에 공감하지 않으면 제 캐릭터를 진행하기 힘들다고 봤어요. 10년 전이니까 저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어떤 파문을 불러왔는지 생각이 나요. 참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그렇게 기억을 더듬어 가고 또 이 사건에 대해 공부를 해보니까 답이 나오더라고요."

정리가 되자 몰입이 됐다. 그는 "쉴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영화에 윤민철의 사적인 영역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내 에너지를 한곳에 모으는 데 도움이 됐다. 쉬지 않고 여유 없이 집중했기 때문에 촬영 중에 특별한 기억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제보자'에서 윤민철은 "모든 걸 걸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윤민철에게 진실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묻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연기자에게도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연기에 진실이 있기는 한 것일까. 있다면 박해일은 그 진실에 얼마만큼 다가갔을까. 그는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기더니 "쉽지 않죠"라며 입을 뗐다.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일차원적인 이야기로 들릴 텐데요. 매 순간 진실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참 잘 안돼요. 운이 안 좋을 수도 있죠. 능력 자체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도를 닦는 것처럼 하는 건 또 아니란 말이죠. 다만 제 연기의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호흡을 가져가고 싶다는 바람뿐입니다."

그는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호흡'을 "나이와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경험이 필요한 과정이고 그 경험들 속에서 고민을 통해 드러나는 결과물이 진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연기의 깊이와 넓이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해일에게 진실한 연기는 "관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관객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대화의 수단이다."

'제보자'는 박해일과 임순례 감독의 재회로도 주목받았다. 박해일은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때는 초등학생이었죠.(웃음) 지금은 대학생이라고 할까요. 지난 13년 동안 저나 임 감독님이나 각자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자기 자신을 구축했어요. 그런 것들이 10년이 넘게 지나 어떻게 교감할지 궁금했습니다. '저 이렇게 잘 컸습니다'하고 검사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감독님과의 작업은 매우 즐거웠어요."

박해일은 모든 질문에 신중히 답했지만, 딱 한 가지 질문에는 고민 없이 말했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으냐는 것이었다. 그는 "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다"며 "결국 내가 맡은 캐릭터가 사회 구성원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람 냄새 나는 연기겠죠. 결국은요."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