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70년 기념일(다음달 10일)을 전후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개선 조짐을 보이던 남북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북측의 미사일 발사는 도발행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면서도 향후 대응과 관련해서는 일단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북한의 발언이 실행되지도 않았고, 인공위성을 발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강경대응 등의 조치를 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더라도 개선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가 8·25합의 폐기 등과 같은 극도의 긴장상태로 반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14일 조선중앙통신과의 질의응답에서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1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중대한 도발 행위이자 군사적 위협이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가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시기도 그렇고 아직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예단할 상황은 아니다. 미래 상황이 결정적이지 않은데 예단해서 여러가지를 준비하는 것은 맞지 않다. 발사를 기정사실화해준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예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 역시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 인공위성 발사시 대북확성기방송을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문제는 국방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 역시 조심스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설혹 발사하더라도 그것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제 북한 발표는 민간 차원의 평화적 수단으로써 위성을 발사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정지작업"이라고 북한의 의도를 분석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남북관계에)악영향을 전혀 안 미치진 않겠지만그렇다고 해서 (발사 이후)남북대화가 중단되거나 북한이 일방적으로 8·25합의를 폐기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남한 내 민간 차원의 여론도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 (인공위성 발사로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되면 그에 대한)반발로 대북전단 살포 등 김정은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하며 "우리정부도 미사일 등 군사적 문제가 있어도 인도적 문제 해결 노력은 지속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서 이산상봉 정도는 예정대로 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측이 안 쏠 가능성이 55대 45 정도"라며 "북한이 향후 남·북, 한·미, 한·중 관계를 고려해 (발사)분위기만 고조시켜놓고 안 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해서)남북관계가 또다시 전쟁일로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이)더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북한이 발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남북관계가 금방 좋아지긴 어렵다. 정부가 속도조절을 하고 있으니 남북관계를 낙관하긴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결정을 바라만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통일부장관과 북한의 총정치국장, 통일전선부장이 참가하는 2+2 남북 고위당국자 긴급 접촉을 제안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포기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수용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국정부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고 연내에 이산가족 생존자 전원의 가족 생사확인에 협조하면 내년 1월1일을 기해 금강산관광을 전면 재개하거나 5·24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갖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