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한 번도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짧고 어눌했지만 한국어를 사용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8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신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발표문 낭독에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일본어가 아닌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신동주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며 "제가 발표문을 준비했으나 우리말이 부족해서 아내가 대독하겠습니다. 이점 관대하게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눌한 한국말로 짧은 인사말을 하면서도 더듬거렸지만, 최선을 다해 분명한 한국어로 첫 인사를 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마이크를 아내인 조영주씨에게 넘겼고, 조씨는 미리 준비한 발표문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신 전 부회장이 이처럼 어눌한 한국말로 인사를 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롯데 경영권 분쟁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본어만 사용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신 총괄회장과과 신 전 부회장이 일본어로만 대화하고, 이름도 일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이 정체성 논란 및 국적 논란 등에 휘말렸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창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한국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어눌한 억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지난 정무위 국감장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해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나 질문에 대답하기 보다는 묵묵부답으로 대답을 회피하기만 했다.
하지만 '롯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소송전을 밝힌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여론보다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노력하는 자세로 여론 몰이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소송전이 시작되면 한국 재판부의 정서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어눌하지만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신 전 부회장도 한국에서 소통의 방법으로 언어를 선택한 것 같다"며 "다만 아직은 어눌한 한국어가 되레 부정적인 여론이 될 수 있어 최대한 자제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