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한 뒤 반(反)이슬람 정서가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반 이슬람 정서는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가 원하는 것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테러 다음날인 지난 14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피터버러에 있는 모스크에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불을 질렀다.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모스크 인근에서 반 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 중에는 '이슬람은 거짓말(Islam is a LIE)'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있는 이슬람 센터는 폭파 협박을 하는 음성메시지를 받았다.
프랑스 지역 언론들은 모스크와 케밥 식당, 할랄 고기 상점 등이 파괴되는 각종 증오 범죄를 보도했다. 이들 공격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행위도 '이슬람 교도들을 몰아내라(Expel the Islamists)'는 피켓을 든 시위대가 방해했다.
아리 클루글런스키 메릴랜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반 이슬람 정서를 퍼뜨려 무슬림들에 대한 반대 행동을 하는 것은 정확히 IS가 목표한 것"이라며 "IS는 이를 두고 '내가 얘기했지, 그 사람들(유럽인들)은 너의 적들이고 이슬람의 적군이야'라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루글런스키 교수는 어떻게 사람들이 테러리스트가 되는지 연구한 바 있다.
실제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일으키면 이슬람에 대한 보복 행위가 뒤따른다. 프랑스 반 이슬람 사건을 모니터링하는 CCIF(the Collective Against Islamophobia in France)에 따르면 지난 1월 프랑스 시사만평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공격을 당한 지 6개월 뒤에 반 이슬람 정서에 따른 폭력 행위와 모스크 파손 행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늘었다.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들은 이를 악용해 유럽 내 무슬림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무슬림들이 고립되면 유럽 내 이슬람공동체로부터 등을 돌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 전략의 뿌리는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이용했던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이자 이론가인 아부 무사브 알수리는 오갈 곳 없는 무슬림들을 모집해 세계 각지에 심어둔 테러 조직 네트워크가 그들이 속해있는 공동체에서 테러를 일으킨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들이 일으키는 테러와 공동체 내 반발은 다른 무슬림들을 극단주의 세력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아랍문제 전문가 질 케펠 파리정치대학(시앙스 포) 교수는 지난 14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이론과 전략을 연구한 결과 알수리는 무차별 공격을 일으켜 유럽 내에서 무슬림·모스크에 대한 공격과 베일 쓴 여성을 괴롭히는 행위를 유발하려고 한다"며 "서방에서 가장 취약한 유럽을 '전쟁 핫스팟'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도 알수리의 대본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테러리스트 중 4명은 프랑스나 벨기에 국적으로 밝혀졌고 유럽 내부 극단주의 세력에 동참했다. 이번 테러로 유럽 내부에서는 반 이슬람 정서가 다시 일어났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있어났을 때도 이슬람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증해 미국 내 이슬람공동체가 약해졌다. 지난해 이코노믹 저널에 실린 한 연구는 이를 두고 "타깃으로 삼은 나라에 있는 이슬람공동체를 와해시킴으로써 무슬림들이 서방국가에 살 수 없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략이 유럽에서 특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으로 이주한 무슬림 숫자가 많고 소규모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차별을 겪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극단 이슬람 세력이 저지르는 테러는 무슬림과 다른 사람들간 긴장을 높인다. 반 이슬람 정서에 따른 공격이 늘어나면서 무슬림이 서방국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클루그런스키 교수는 "열악한 상황에 처란 무슬림들이 존중받고 자부심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을 건드려 IS와 같은 극단 세력에 합류하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