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사건에서 자살 폭탄 테러범의 축구 경기장 진입을 막은 영웅은 무슬림 이민자로 알려졌다.
파리의 영웅으로 떠오른 사림 투라발리(42)는 30일(현지시간)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내 일을 한 것 뿐"이라며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투라발리는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이민자로 독실한 무슬림이다. 프랑스의 한 경비업체에서 일하는 그는 지난 13일 파리 연쇄 테러 당시 생드니 소재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처음 근무를 섰다.
경기장 L번 입구에서 관객 출입을 관리하던 그는 검은 재킷을 입은 젊은 남성이 표를 낸 앞 사람을 따라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발견했다.
투라발리는 "그가 표를 갖고 있지 않아서 멈춰 세웠다"며 "표가 없으면 들여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경기장 안에서 친구를 만나 표를 받을 것이라고 우기다가 투라발리의 단호한 태도에 돌아섰다.
투라발리는 잠시 후 다른 쪽 입구에서 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는 남성을 보고 그에게 달려가 다시 한 번 경고했다. 그리고 몇 분 뒤 경기장 밖에는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펴졌다.
투라발리가 출입을 막은 남성은 파리 자살폭탄 테러범 빌랄 하드피였다. 하드피는 내부 진입에 실패하자 경기장 바깥에서 두 차례 폭탄을 터뜨려 자살했다.
투라발리는 "경기장 안에서 들리는 불꽃놀이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거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보다 훨씬 강력한 폭발음이 한 차례 더 울려퍼지자 그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느꼈다.
투라발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하드피의 사진을 보고 그가 자신이 출입을 저지한 수상한 남성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나 역시 테러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 경기장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었을 수도 있다"며 하드피의 얼굴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번 파리 테러로 130명이 숨지고 35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하드피가 경기장 진입에 성공했다면 더 큰 참사가 불가피했다. 당시 경기장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경기를 관전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