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7일 “도와달라”며 선거지원을 공식 요청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역시 “국민의당에 꼭 필요한 인물이고 지향점이 같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야권의 두 정당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정치권과 거리를 둬온 손학규 전 고문을 상대로 적극 구애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정치권은 손학규 전 고문이 쌓아온 민주화운동 경험과 중도성향의 스펙트럼, 호남에서의 지지도를 꼽고 있다.
특히 여야가 팽팽하게 경합하는 수도권 선거의 경우 경기지사 출신인 손 전 고문의 지지유세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또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광주 등 호남권에서 기세를 잡기위해서도 손 전 고문의 힘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통상 야권에서 '성골'이 되려면 '민주화운동 경력'과 '호남의 지지'라는 두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손 전 고문은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데다 중도 보수층으로부터도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65학번인 손 전 고문은 시인 김지하 등과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나서는 등 서울대 문리대 학생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전태일 평전을 쓴 고(故)조영래 변호사, 고 김근태 상임고문과 서울대 운동권 삼총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과 빈민운동에 뛰어들었다. 부마항쟁 당시 수사당국에 검거돼 48시간 동안 두들겨맞는 등 죽을 고비를 겪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이 여야를 아우르는 넓은 지지층 스펙트럼도 갖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을 마치고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내며 진보적 소장파 학자로 명성을 떨치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YS)에게 발탁돼 민자당(현 새누리당)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7년 새누리당을 탈당하기까지 14년간 여권에서 국회의원과 장관, 경기지사를 지냈다.
손 전 고문은 2007년과 2012년 대선 때 두 차례 야권의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경선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했다. 정치권은 손 전 고문이 당내 입지를 확보한 타 후보들에 비해 조직면에서 취약했다고 평가했다.
호남출신이 아닌데다 당내 조직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계은퇴 후 2년 가까이 전남 강진에 칩거하면서 호남으로부터의 애정도 꽤 커졌다는 관측이다.
손 전 고문과 가까운 더민주 김병욱 후보(성남 분당을)는 이날“손 전 고문 외에는 국민의당과 민주당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후보들의 공감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수도권의 경우 후보단일화가 안 됐기 때문에 내용상의 단일화가 돼야 하는데 거기에 도움을 줄 사람이 손 전 고문 밖에 없고, 손 전 고문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선정국이 되면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등이 여전히 대권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손 전 고문을 견제할 수도 있다. 특히 안 대표와는 지지세력의 스펙트럼(중도)이 겹칠 수 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낸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을 대통령감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시사한데다 안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손 전 고문의 정치재개를 유도하기 위해 총선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대표의 지원요청에 일단 “좀더 고민해보겠다”고 밝힌 손 전 고문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