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5.02 (토)

  • 흐림동두천 20.6℃
  • 구름많음강릉 23.6℃
  • 연무서울 20.3℃
  • 흐림대전 21.3℃
  • 구름많음대구 23.9℃
  • 구름많음울산 24.0℃
  • 흐림광주 20.0℃
  • 흐림부산 23.1℃
  • 흐림고창 20.0℃
  • 흐림제주 19.7℃
  • 흐림강화 17.4℃
  • 구름많음보은 20.5℃
  • 흐림금산 22.6℃
  • 흐림강진군 22.5℃
  • 구름많음경주시 23.9℃
  • 흐림거제 22.1℃
기상청 제공

박웅준의 역사기행

[역사기행] 낙양의 용문석굴에 새겨진 고구려의 혼

URL복사


[시사뉴스 박웅준] 중국의 석굴사원들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중국 것으로만 알고 있는 석굴이 사실은 많은 민족의 문화, 역사가 얽혀있고 부처님의 얼굴 마다 저마다의 의미와 만든이의 바람이 조각되어있다. 세계적인 보배이자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용문석굴, 이곳에도 고구려인의 숨결은 어려 있었다.

과거 9개 왕조의 수도 낙양, 이 곳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을 더 가다보면 세계 미술사의 진주 ‘용문석굴’이 그 찬란한 위용을 드러낸다.

용문석굴은 멀리서만 본다면 거대한 개미집을 연상시켜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점점 벌어지는 입을 도무지 다물기 어려워진다.

천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하나 하나 석굴 속 부처의 얼굴에는 당시 사람들의 고행과 염원 그리고 그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3대석굴이 이민족에 의해 건립된 사연 

중국의 석굴 가운데에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하며 학술적 가치가 높은 3개의 석굴이 있다. 

감숙성 돈황의 막고굴, 산서성 대동의 운강석굴 그리고 하남성 낙양의 용문석굴이다.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는 이 석굴은 모두 한족이 아닌 이민족 정권에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돈황 막고굴은 오호십육국시대 저족(氐族)인 전진(前秦)에서 시작됐고, 운강석굴도 선비족(鮮卑族)인 북위(北魏)에서 조성했다. 용문석굴도 북위가 수도를 대동에서 낙양으로 천도해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3대 석굴 모두 중국의 강북을 지배한 이른바 오랑캐 정권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불교는 이민족 정권의 사상적 통치이념으로 적합했다. 대규모 토목공사에 가까운 이러한 불사(佛事)는 국가적 정책이었고, 부처와 황제를 동일시했다. 반면에 한족이 지배한 강남 또한 불교가 융성했으나 국가적 차원의 석굴사원은 조성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지배세력의 문화적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효문제의 눈물, 태자의 생모를 죽여 외척을 배척했던 북위

낙양의 용문석굴은 북위의 효문제(467-499, 재위 471-499)가 낙양천도를 하면서 개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낙양은 황하 중류의 남쪽 언덕에 위치해 예부터 천하의 중심지로 여겼던 곳이다. 중국 역사상의 6대 고도(서안, 낙양, 개봉, 항주, 남경, 북경) 가운데 하나로 동한, 조위, 서진, 북위, 수, 당, 후량, 후당, 후조의 도읍이었다. 

효문제가 선비족의 수도인 대동에서 낙양으로 천도한 의미는 새로운 성격의 정권창출에 있었다. 그는 태화 17년(493) 남쪽의 남제(南齊) 정벌을 명목삼아 대군을 이끌고 남하해 낙양에 진을 쳤다. 그곳에서 남제정벌을 반대하는 군신들의 간언에 천도를 조건으로 내건다. 결국 낙양에 머무르며 궁성을 신축하고 다음해(494)에 선조 황제들의 위패를 평성(대동)에서 가져와 정식으로 낙양을 수도로 삼는다. 

효문제는 낙양천도 후 선비어와 선비복을 금지하고 선비족의 성씨인 탁발씨를 원씨(元氏)로 바꾸는 등 적극적인 한화정책(漢化政策)을 실시한다. 효문제는 문명태후 풍씨에게 철저한 한문화의 교양을 받아 신하들과 한시로 응수할 정도로 한문화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으며 사전(史傳), 경전(經典), 백가(百家), 노장(老裝)에 이르기까지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문명태후는 선비족인 북연과 한족인 낙랑의 혼혈로 의도적으로 한족의 문화를 교육한 것이다. 북위에서는 왕자가 태자로 책봉되면 그 생모를 죽이는 관례가 있었다.

이를 자귀모사제(子貴母死制)라하고 외척의 정치세력화를 막기 위한 제도였다. 효문제의 생모라고 하는 이귀인도 효문제가 3살 때 태자로 책봉되자 죽임을 당했고 효문제의 큰아들 순을 태자로 책정하려고 할 때 그 생모인 임씨도 태후가 죽음을 내렸다. 이러한 일을 경험한 효문제는 선비족의 문화를 혐오한 것일까?

이 제도 또한 다른 선비족 문화와 함께 낙양천도 이후 없어진다. 고구려 출신 황후를 위한 파반느 ‘용문석굴’ 북위 효문제(孝文帝, 재위 471-499)는 494년 낙양으로 천도하고 그의 아들 선무제(宣武帝, 재위 499-515)는 평성의 운강석굴을 대신해 낙양의 남쪽 근교에 위치한 이궐산(二闕山)에 석굴을 개착했다. 



이러한 사실은 『위서(魏書)』 「석로지(釋老志)」에 다음과 같은 기록에서 알 수 있다.
“경명(500-504)초에 세종은 대장추경(大長秋卿) 백정(白整)에게 조서를 내려 대경(大同)의 영암사(靈巖寺)석굴(운강석굴)에 준하여 낙수의 남쪽 이궐산에 고조(효문제)와 문소황태후(文昭皇太后:고조의 황후이며 세종의 어머니)를 위해 석굴 2곳을 조영토록 하였다. 

이 석굴은 처음 건립할 때에는 석굴의 정상이 땅과의 거리가 310척의 높이였다. 정시 2년 (505) 중에 이르러 비로소 산의 바위 23장을 깍았다. 대장추경 왕질(王質)은 산을 깎는 것이 너무 높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상주하여 아래로 옮겨 평평한 땅에 나아가 땅과의 거리를 1백척, 남북 140척으로 하기를 간청하였다. 

영평 년간(508-513)에 중윤 유등이 상주하여 세종을 위해 또 굴 하나를 (더)조영토록 함으로써 무릇척의 도움을 받았듯이 고씨의 추선공양과 관련있는 국가주도의 대규모 공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으리라 짐작된다. 고구려 고씨의 몰락 후 빈양동이 완공이 되지 못했고 비슷한 시기의 연화동도 완공이 되지 못한 채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고양동’ 고구려 출신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 사서에서는 기록되지 않고 있지만 용문석굴에서 가장 오랜된 석굴은 고양동이다. 불상의 양식과 남아있는 조상기로 알 수 있는데 그 가운데 북해왕원상조상기(北海王元詳造像記, 498년)를 주목해야 한다.

“태화18년(494) 12월 11일 황제는 남쪽의 폭도 소씨(남제의 명제)를 무찌르기 위하여 친히 군대를 지휘했다. 군대는 낙수 유역에서 두 편으로 나눠졌다. 전진하거나 주둔하는 군인들의 함성이 대궐 밖에서 나눠졌다. 태비께서는 나의 원정에 좋은 충고를 해 주셨다. 나는 효심이 북받쳐 말을 할 수 가 없었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같은 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셨고, 이수에는 나는 모자의 평화를 기원했다. 태화22년(498) 9월 23일 미륵불상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나는 채식연회를 준비하고 나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조상기를 썼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나의 소망을 다시 빌었다. 

나는 어머니와 내가 오랫동안 번영하고, 내외의 권속들이 시종일관 영광스러운 시간을
즐기고 모든 중생들도 같은 복을 나누기를 빌었다. 북위 태화23년 9월 23일 시중호군장군북해왕 원상 만들다.”

원상(元詳, 476-504)은 헌문제의 7번째 아들이자 효문제의 배다른 형제로 태화 9년(485)에 왕으로 책봉되었으며 후에 시중이 되고 태화 23년(499)에는 사공공(司空公)이 됐다. 경명 2년(501)에 태부(太傅)가 되나 정시 원년(504) 29세때 누명을 쓰고 죽었다. 

그가 불상을 조성한 이유는 어머니를 위해서인데 이름은 고초방(高椒房)이다. 사서에 자세히 나오지 않아 확실치 않지만 고씨성을 가진 황실가 여인은 고구려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위서>에는 북해왕 원상이 안정왕 원섭의 부인 고씨를 간음했고 이 일로 어머니에게 크게 질책을 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어머니가 말하길 북해왕은 부인과 비빈이 많은데 왜 고려 여인과 간통했느냐고 꾸짖었다. 

여기서도 고씨가 고구려인 임을 확실히 하고 있기 때문에 고초방도 고구려인 일 것이다. 고양동에는 원상과 어머니 고초방을 위해 스님 법생이 만든 불상이 있고 고초방이 손자 보를 위한 불상도 있다. 이로 미루어 가장 먼저 만들어 진 고양동도 빈양동과 같이 고구려 고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고구려, 중국 다민족 융합 정책의 시작을 만들다




현재 2300개 이상의 굴과 감이 있고 11만의 불상과 60기의 불탑을 확인할 수 있는 용문석굴은 호한융합(胡漢融合)의 증거라 할 수 있다. 서울대 박한제 교수는 위진남북조시대에 호족과 한족이 중국 영토에서 서로 뒤섞여 하나의 문화체제를 융합·형성해가는 현상을 호한체제라고 명했다.

이는 한족과 비한족이 모순과 갈등을 겪으며 상대를 인정하는 공존관계로 바뀌면서 결국엔 수(隋)와 당(唐)으로 이어지는 통일된 대제국 형성을 이끌었다는 이론이다. 즉 한쪽의 체제와 문화를 고집하지 않고 좋은 점은 서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대국을 만들었다는 논리다.

그 시작점에 용문석굴이 있고 개착할때 고구려인이 관여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석굴 자체에 고구려적인 요소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지만 미감(美感)은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곳 불상의 얼굴에서 고구려인의 얼굴이 스친다면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친노동=반기업’이라는 낡은 이분법 깰 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친노동은 반기업’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깨야 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해 “저는 오늘 노동절을 맞아 국민 여러분과 노동자 여러분께 몇 가지 약속을 드리겠다”며 “노동과 기업이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을 열겠다.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없는 노동자도 없고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다.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이 낡은 이분법을 깰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동 존중은 단지 배려나 시혜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이 빠진 성장은 반쪽에 불과하고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노동이 있는 성장이야말로 곧 미래가 있는 성장이다. 노사가 서로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노동과 기업, 공정과 혁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터의 안전만큼은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 노동자가 죽음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정상적인 나라를 반드시

경제

더보기
5월 1일부터 주유소에서 연 매출액과 관계없이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가능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5월 1일부터 연 매출액과 관계없이 주유소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진다. 행정안전부는 30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행정안전부는 4월 30일 ‘고유가 피해지원금 범정부 TF’(Task Force)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연 매출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주유소를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에 추가하기로 했다”며 “이번 조치는 중동전쟁으로 인해 가중된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사용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는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 및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번 조치로 주유소는 연 매출액과 무관하게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신용·체크카드 및 선불카드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받은 경우 5월 1일부터 주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 내에 소재한 주유소에서 연 매출액과 관계없이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받은 경우 기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인 주유소와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을 위해 한시적으로 추가 등록된 주유소에서 연 매출액과 관계없이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열여덟 어머니의 선택 연극 ‘춘섬이의 거짓말’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누구나 알지만, 그의 어머니 ‘춘섬이’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연극 ‘춘섬이의 거짓말’은 조선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이 영웅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빈칸으로 남겨뒀던 어머니의 자리에서 시작한다. 꽃다운 나이 열여덟, 사랑하는 이와 혼례를 꿈꾸었으나 양반의 욕망에 휘말려 벼랑 끝에 선 춘섬. 그가 선택한 ‘거짓말’은 한 아이, 나아가 세상을 뒤흔드는 운명을 지어낸다. ‘조선여자전’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지난해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던 ‘춘섬이의 거짓말’이 제4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5월 22일(금)부터 31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건 너하고 나하고 짓는 팔자여!’ 시대의 억압 앞에서 주체적인 결단을 내리는 춘섬의 곁에는 마님의 몸종 쫑쫑이, 찬모 딸 끝네, 어머니가 있다. 그들이 함께 짓는 거짓말은 단지 생존이 아니라 운명을 새로 쓰는 여성들의 은유적 저항이자 찬란한 연대다. 전통 서사의 감성과 현대적 재해석이 맞닿은 무대 위에서 폭압적인 현실 속에서 삶을 지어냈던 조선 여인들의 웃음과 눈물, 슬기와 생명력이 되살아난다. 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삼성전자 총파업만은 안된다. 노사 손잡고 세계1위 기업 만들어 내길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오는 5월 21일부터 예고된 총파업은 단순히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평택캠퍼스에 집결한 4만여 명의 조합원이 외친 성과급 제도 투명화와 상한제 폐지는 단순한 금전적 요구를 넘어선, 조직 내 뿌리 깊은 ‘불신’의 발로라는 점에서 사태의 엄중함이 크다. “사측에 무리하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성과급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투명하게 알기를 원한다”는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공정한 보상 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권리 주장이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상한을 폐지하며 산정 기준을 단순화한 사례는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뼈아픈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고 결국 노조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되었다. 하지만 파업이라는 수단이 가져올 결과는 노사 모두에게 가혹하다. 업계와 학계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