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기자 출신… DJ 권유로 정계 입문
▶ 文정부 첫 총리… 2년7개월 최장수 기록
▶ 추경예산·개혁입법·부동산 등 현안 과제
▶ 당정 성공·대선경쟁력 입증, 두마리 토끼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이변은 없었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화상으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신임대표가 60.77%의 득표율로 선출됐다. 2위 김부겸 후보(21.37%)와 3위 박주민 후보(17.85%)를 압도했다.
민주당 당심(黨心)이 이 대표에 쏠린 데는 문재인정부 임기 후반부에 들어서며 코로나19 재확산과 부동산 문제 등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 따른 위기감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76석 슈퍼 여당의 수장으로 선출된 이 대표에게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가 놓여있다. 이 대표가 선거 내내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강조했던 만큼 국난 극복과 민생 지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수락 연설의 키워드는 ‘코로나 국난 극복’이었다. 729단어로 된 연설문에서 ‘코로나’와 ‘국난’이란 단어는 일곱 번씩 등장했다. ▲코로나 극복 ▲민생 지원 ▲미래 준비▲통합 정치▲혁신 가속화 등 ‘국민 5대 명령’으로 명명된 향후 과제에서도 관련 내용이 세 가지가 됐다. 이 대표는 “(당내)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 재편하고, 그 위원장을 맡겠다”고 했다.
그가 8월 31일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첫날부터 당 사무총장에 3선의 박광온 의원을 임명했다. 정책위의장엔 예상을 깨고 3선의 한정애 의원을 발탁했다. 또 지명직 최고위원에 24살 박성민 대학생청년대변인을 임명하는 파격인사 등으로 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4세 대학생 최고위원 파격인선, 당 활기넣기
이 대표는 이날 자가 격리를 마치고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첫 일성으로 “격리의 짐은 벗었지만 국난의 짐이 저를 기다린다”며 “마치 야전병원에 머물다 전장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충원 참배 직후 방명록에 ‘영령들이여, 국민의 고통을 굽어살피소서! 국난극복을 도와주소서!’라고 적었다. 이어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국민 5대 명령’을 강조하면서 “지금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 위기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절박하다”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난극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국무총리 시절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각종 자연재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이번 대표직 임기 내에서도 확대 재생산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으로 과거의 ‘위기극복 리더십’을 적극 펼치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한 수단으로 경제 입법 의지와 함께 협치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안건을 여야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내실 있는 협치”라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1일 이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위해 4차 추경을 편성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1980년 민정당 국회의원이었던 김 위원장과 정치부 기자였던 이 대표가 만나 40여 년간 이어온 인연은 여야 협치 정치의 큰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이낙연, ‘어대낙’ 개천서 용 난 입지전 전형
이 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호남(전남 영광) 출신 정치인이다. 가난한 가정의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 DJ에게 발탁돼 정치권에 입문한 ‘DJ 키즈’다. 개천에서 용이 난 입지전의 전형이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공천(전남 함평·영광)을 받아 당선된 뒤 내리 4선을 했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과 고 노무현 대통령 대변인을 지냈다.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친(親)노무현 세력이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나가 창당한 열린우리당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야당인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손잡고 추진한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때는 반대표를 던지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에 당선됐다. 꼼꼼한 업무스타일로 도청 공무원들이 그를 “이 주사(6급 공무원 직급)”로 부르기도 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첫 총리로 취임해 2년 7개월간 최장수 총리를 지낸 뒤 지난 1월 민주당에 복귀해 21대 총선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대승을 견인했다. 이 대표도 서울 종로에서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와 맞싸워 압승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당심은 문재인정부 최장수 총리를 지낸 이 대표의 ‘안정성’을 택했다.
“총리 2인자, 대표 1인자… 새 이낙연 보게될 것”
이 대표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2년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이 대표의 임기는 길어야 내년 3월 초까지다. 당권·대권 분리 당헌에 따라 대통령선거 1년 전인 내년 3월 9일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6개월 남짓한 임기 동안 정부·여당의 성공, 대선 경쟁력 입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정치 일정에서는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중요하다. 이 대표는 1~2월로 예상되는 공천 절차를 고려하면 선거 결과는 고스란히 이 대표 책임으로 돌아온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정부를 뒷받침하고 부동산 시장 혼란과 지자체장들 미투 논란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당의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한 쇄신 작업도 돌입해야 한다.
당·정 관계도 전임 이해찬 대표 체제와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거대 여당의 수장으로 역량을 입증하고 당내 기반을 구축해야 대선 후보로 안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입법 등 개혁 과제도 풀어내야 한다.
당·청 관계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총리는 2인자지만 대표는 1인자다. 그래서 (당선 뒤엔) 새로운 이낙연을 보시게 될 것이라는 걸 예고해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실상 ‘친문’ 세력의 낙점을 받아 당선됐다”면서 “이 대표가 자기 색깔을 내며 수직적 당·청 관계를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다 당·청 관계의 미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관건이라는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를 발판으로 대선주자로 성장한 만큼 이 대표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과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지면 미래 권력을 굳히기 위해 홀로서기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