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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외국인 손에 넘에가는 국내 대형빌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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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손에 넘에가는 국내 대형빌딩들



외환위기 이후 장악하기 시작…국내기업은 군침만




근 어두운 경기전망으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 차원에서 국내기업들이
부동산 처분에 나서면서 외국계 기업이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일단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사옥매각에 나섰기 때문.
특히 외환위기 이후 지정된 벤처빌딩들이 거래제한(3년)에서 풀리면서 빌딩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침을 흘리던 외국계 투자자들이
서둘러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형 빌딩 대부분을 외국인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에 재매각 현상 두드러져

대표적 오피스타운인 서울 여의도 대형 건물 대부분은 외국인 소유다. 올 3월 론스타는 동양증권과 SKC빌딩을 손에 넣었고 대우증권 KTB빌딩
등 인근 상당수의 주요 빌딩 소유주도 골드만삭스, 알리안츠 등 외국회사들이다.

올들어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팔렸던 빌딩이 새로 진출한 외국계 투자자 등에게 재매각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값이 크게
떨어졌을 때 매입한 빌딩들을 다시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 론스타는 올 상반기 서울 여의도 SK증권 빌딩과 동양증권 빌딩을 팔았으며, 골드만삭스도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을 매각했다. 론스타와 골드만삭스는 이들 빌딩매각으로 각각 140억~22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국계 기업이 이들이 내놓은 매물을 재매입하면서 외국인이 국내 대형 부동산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부동산투자전문업체 신영에셋 김상태 상무는
“대형 매물의 대부분을 외국인끼리 거래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져 기업 구조조정용 매물이 많이 나오면 외국인이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인 손을 한 번 거친 건물을 국내 기업이 다시 사들인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 로담코는 여의도 중앙빌딩을
이화재단에 매각했다. 리먼브러더스도 종로구 서린동 센트럴빌딩을 수출보험공사에 팔았다. 빌딩 전문가들은 이들 외국투자회사가 산 빌딩은 투자비의
최소 20%의 시세차익과 빌딩 임대수익까지 감안하여 높은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헐값에 사들여 비싼 값의 시세차익을 누리고 다시
파는 것이다.

올 상반기 빌딩매입사례를 분석해 보면 건물수로는 국내업체가 외국계업체에 비해서는 많지만 건물면적 및 금액규모로는 외국계업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건물의 건물당 평균면적은 외국계 매입건물의 규모가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난다. 외국계업체는 매입목적이 투자목적이 100%인
반면, 국내업체는 일부 실사용 목적도 있다.

지난 6월 현대산업개발은 강남구 역삼동의 ‘I-타워’를 단일 자산 매각치로는 사상 최고액인 6,632억원을 받고 론스타에 매각했다. 이
빌딩은 여의도 63빌딩보다 큰 국내 최대규모의 업무용 빌딩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상반기동안 일부 금융권과 공익재단이 소규모 빌딩을 매입했을뿐이다.


외국인에 유리한 제도

국내 대형빌딩이 외국자본에 잠식당하기 시작한 것은 IMF 환란에 시달리던 1998년이다. 외자유치의 일환으로 외국인토지법을 개정,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매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면서부터였다. 그 해 4월 볼보코리아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체인 빌딩을 105억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외국계 회사에 넘어간 건물은 굵직한 것만 따져도 줄잡아 20여건에 이르고 매각금액도 무려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이기간 매매가 이뤄진 대형빌딩 중 국내 자본에 넘어온 것은 현대자동차가 사옥용으로 매입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유통센터가 유일하다.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에 몰리는 이유에 대해 BS컨설팅 김상훈 대표는 “금리가 0%에 가까운 미국과 비교할 때 수익률이 12~24%인 국내
부동산 시장은 노다지에 가깝다”며 “4년전 일본에 대거 진출했다가 큰 재미를 못 본 외국 투자자본이 대거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국내 빌딩의 경우, 외국에 비해 주차료 등 관리비 명목의 수익이 높게 형성돼 있어 임대료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이
많은 것도 매력점이다.

국내 빌딩에 외국자본의 유입이 표면적으로는 엄청난 외자를 국내에 유치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국내 빌딩 매입에 들어온 순수
외국자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빌딩 매입에 100원이 들어갔다면 그 중 순수한 외국자본은 30원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70원 정도는 국내에서 조달된 자금이라고 한다. 자금출처는 해당 빌딩 소유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이다. 어차피 못받을지도 모르는 돈이다
보니 외국계 펀드를 거친 우회적인 방법으로 빌딩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껍데기만‘외제’라고 붙여졌을 뿐 사실상은‘국산’인
셈. 여기에 대부분 빌딩들은 매각 과정에서 리스백(Lease-Back)방식이 옵션으로 붙는다. 빌딩을 팔지만 해당 기업은 임차인 자격으로
여전히 그 건물에 머물면서 매수자에게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물게 된다.

외국자본이 100% 투자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장기 투자성격이냐 아니면 투자성이냐도 논란도 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외국자본이 부동산 매입
후 5년 이내에 수익을 올린 후 자본을 철수시킬 계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국내 대형빌딩 거래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헐값’에 팔린다는
점이다. IMF 직후에 외국기업이 거둬들인 빌딩을 매입할 때는 정상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에 외국인 손으로 넘어갔지만 지금 다시 그
빌딩을 매입하려면 높은 값을 쳐줘야 한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헐값에 팔고 비싼 값에 되사게 되는 상황이 번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I-타워를
매입한 론스타의 경우 IMF초기에 성업공사(현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부동산을 매입, 몇 배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6,632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주고 I-타워를 사들인 것도 그동안 엄청난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 있는 빌딩들은 향후 몇 년 후에 우리 기업의 사정이 호전된다면 다시 사들여야 하는 것들이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빌딩들을 내다팔고 있지만 경기가 호전되면 다시 부동산 매입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계 거대자본들은 가만히 앉아서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린 채 또 다시 제3의 투자처로 옮겨가게 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 부동산 시장이 갖는 매력 때문에 단기간에
외국자본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란 추측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향후 투자목적 빌딩 매입 증가할 것

국내 기업들이 빌딩 거래시장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이유는 투자여력이 없고 외국인에게 유리한 제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빌딩
하나에 1,000억원을 넘는 투자금액이 드는 상황에 현재와 같은 경기불안에는 대형빌딩 매입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외국투자회사들은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을 통해 구입자금의 80%정도를 조달하고 취득세와 등록세, 양도세도 면제받기 때문에 국내 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신용도가 턱없이 낮아 ABS 발행이 어렵다. 코람코 김대영 사장은 “리츠회사와 국내 기업은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며 “국내 부동산 자산을 지키고 리츠를 활성화하려면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또는 외국계를 막론하고 투자목적으로 업무용 빌딩의 매입추세가 현재와 같이 지속적으로 증가현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형 빌딩의 경우 실사용이면서도 투자목적, 즉 건물의 일부를 자사가 사용하는 방식의 매입추세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런 요인으로 인해 서울의 3대권역내 업무용 빌딩의 매매가격은 매년 평당 약 50~70만원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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