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SK하이닉스가 미중 갈등 리스크의 우려를 씻고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측면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중국 반독점 심사 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연내 적기 승인을 위해 중국 현지 정재계 네트워크를 가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그동안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남경포럼 등을 매년 개최하고, 보아오포럼에도 오랜 기간 참여하면서 중국 정부는 물론 정, 재계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최 회장은 앞서 2017년 일본 키옥시아 지분 투자에 대한 중국 승인 심사 때도 직접 중국을 방문하는 등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시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고 결국 정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내는 데 기여했다.
최 회장이 지난 9월 중국사업총괄로 기용한 서진우 부회장도 SK와 중국 당국간 중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부회장은 우시, 다롄 정부 주요 관계자를 만나 중앙 정부에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 승인 필요성을 설득해왔다. 또 중국 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만나 이번 인수합병이 한중 양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정호 부회장도 강점을 가진 M&A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번 M&A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 규제 심사가 늦어지긴 했지만 앞서 미국, EU 등 7개국의 조기 승인이 나온 것을 박 부회장에 공을 돌리고 있다.
박 부회장은 국내외 시장 관계자들에게 이번 딜이 SK하이닉스, 인텔은 물론 중국과 미국에도 도움이 되는 거래라는 점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중국의 반독점 심사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이날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승인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미국, 한국, 대만, 영국, 유럽연합(EU), 브라질, 싱가포르 등 반독점 심사를 신청한 8개 경쟁당국의 모든 승인을 마쳤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를 90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1년2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당국의 심사 승인을 환영한다"면서 "남은 인수 절차를 잘 진행해 회사의 낸드와 SS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19.3%로, 인텔(5.9%)을 합쳐 25.2%까지 커진다. 일본 키옥시아(19.3%)를 제치고 삼성전자(34.5%)에 이어 업계 2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