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 소속 택배노동자 1700명이 2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올 들어 4번째 파업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지난 23일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93.6%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재적인원 2500명 가운데 2143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138표, 무효는 21표에 그쳤다.
CJ대한통운은 올해 3분기(7~9월) 기준 국내 택배시장에서 점유율 48%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다만 노조원 수는 전체 택배기사 2만여명의 12% 정도인 2500명이다. 이중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1700명(약 8%) 가량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택배기사에 비해 파업 참여자수가 적어 파급력이 제한적이지만 노조원 비율이 높은 창원·울산·광주·성남 등 일부지역에서는 배송차질이 예상된다. 파업 참여 기사들의 물량을 비조합원 택배기사들이 나눠 처리하고 있지만 조합원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연말 성수기를 맞아 증가한 택배량을 소화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택배파업이 현실화하며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90여만명의 자영업자가 가입된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택배 파업과 관련한 우려가 쏟아졌다. 인터넷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B씨는 "당장 오늘 나가야 할 택배들이 있는데 지금 택배를 보내도 될 지, 당장 다른 택배를 알아봐야 할 지 막막하다"고 했다.
C씨는 "편의점 택배로 물건을 보냈는데, 일단 수거는 됐지만 제대로 갈 지 조마조마하다"고 우려했다. D씨는 "지난 파업 때 쿠키와 빵 배송이 늦어져서 결국 다 버리고, 우체국 택배로 다시 배송해야 했다"며 "이번에는 다른 택배를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택배를 기다리고 있다는 주부 E씨는 "제 택배가 아직 안 왔는데, 담당 기사님이 (집회를 하러) 서울에 갔다고 한다"며 "언제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파업권이 있는 조합원이 1600명을 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파업권이 있다고 해서 모두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파업에 참여한 택배기사들의 물량은 해당 대리점에서 대리점장이나 다른 택배기사들이 나눠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4번째 파업이라 거래처들도 스스로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며 "일부 편의점들은 수거가 이뤄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택배를 받지 않고 있고,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지연 공지를 띄우거나 한시적으로 거래처를 다른 택배사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파업 전날인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경총은 "택배노조는 올들어 이미 세 번의 파업을 강행했고, 정부 및 정치권의 개입과 사회적 합의가 매번 뒤따랐다"며 "그럼에도 택배노조는 연말연시 성수기의 택배 물량을 담보로 자신들의 요구사항만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고 요금 인상을 통해 과도한 초과이윤을 얻고 있다'고 주장하는 택배노조에 대해 "회사에 따르면 사회적 합의 위반은 사실이 아니다. CJ대한통운을 포함한 각 택배사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비용 투자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마련된 표준계약서에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과로를 유발하는 문구를 삽입한 부속합의서를 추가했다는 사실을 파업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그러나 부속합의서는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작성해 정부의 승인을 받은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 원칙에 따라 택배기사의 작업시간은 주 60시간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택배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이번 파업은 방역 강화로 인해 온라인에 의한 생필품 수급 의존도가 높아진 국민들의 생활에 극심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로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생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