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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단절된 세계, 치유할 수 없는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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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술은 ‘쓴맛’ 때문에 성인의 상징이 됐다. 쓴맛을 즐기는 것은 어른이 됐다는 증거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인생의 쓴맛을 성숙하게 음미하는 영화다. 그래서 극장을 나설 때는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하지만, 영화는 소주보다 위스키 맛에 가깝다. 혹은 주점에 홀로 앉은 중년 남성의 뒷모습과도 흡사하다. 센치메탈하고 로맨틱한 감성이 지극히 섬세하고 잔잔하다. 인생 중반에 이르러 ‘쓴맛’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 강력히 추천한다. 공허하고 고독한 일상에 따뜻한 위안이 될 것이다.


헐리우드를 뒤엎는 아름다운 감수성

전미 대륙에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이미 화제작이다. 골든 글로브와 베니스, 아카데미 등 세계 영화제 주요부문을 수상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입소문의 힘으로 흥행에서도 의외의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에서 코미디로, 한국에서는 멜로로 홍보된 이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혼합했지만 사실상 드라마에 가깝다.

한물간 헐리우드 영화배우 밥 해리스(빌 머레이)는 위스키 광고 촬영차 일본을 방문한다. 아내와의 알 수 없는 거리감, 중년의 공허감을 느끼던 해리스는 동경에서 샬롯(스칼렛 요한슨)을 만난다. 샬롯은 유명 사진작가인 남편의 출장을 따라 일본으로 왔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여행을 와서도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한다. 인생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들은 서로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숨겨진 외로움을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에로틱한 요소를 제거하고 두 사람의 감정을 관찰자 시점으로 치밀하게 파고든다. 가슴을 치는 명대사도 많지만, 더욱 위력적인 것은 교감을 느끼는 그 순간의 미묘한 설레임과 안타까움을 포착하는 대사와 대사 사이의 공백이나 인물들의 작은 손동작 하나 하나다. 두 사람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인생을 논하다 잠드는 장면이 대표적. 조용히 샬롯의 발을 잡는 해리스의 손길은 그 어떤 뜨거운 키스보다 긴장감 넘치며, 가슴을 저리게 한다.

신예 감독 소피아 코폴라는 아버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를 통해 배우로 시작했지만, 그녀의 재능은 확실히 연기보다 연출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소피아 코폴라의 세밀하고 여성적인 연출력은 상당히 독창적이다. 헐리우드는 새로운 감수성을 만난 것이다.


문화적 이질감 속에서 피어나는 교감

미국인에게 일본은 이질적인 공간. 이 영화에서 일본이라는 배경은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소통’에 관한 영화다. 두 인물은 모두 세계와 인간에게서 철저한 단절을 느낀다. 호들갑스러운 일본 사람들, 화려한 동경거리, 차갑고 폐쇄적인 공간. 의사 소통이 어려운 낯선 이국 땅에서 이들의 고독은 심화된다.

키가 맞지 않는 샤워기, 동작법을 알 수 없는 운동기구. CF 감독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 오해를 사고, 요란한 일본 토크쇼 진행방식은 낯설기만 하다. 아내의 전화통화에서도 해리스의 소통에 대한 욕망과 단절감은 그대로 재현된다. 아내는 아이들 때문에 대화를 나눌 여유도 없고, 해리스에 대한 관심도 없다. 샬롯 또한 마찬가지. 샬롯은 친구에게 전화해 흐느끼며 자신의 외로움을 전하지만 친구는 건성으로 듣고 형식적으로 응대한다. 샬롯의 남편 또한 그녀의 고독을 외면한다.

소통이 단절된 개인과 개인은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는 세계처럼 낯설고 절망적이다. 영화에 드러난 동양에 대한 가벼운 경멸은 어쩔 수 없이 거슬리지만, 동양에 대한 폄하된 오리엔탈리즘으로 이 영화를 비난할 수는 없다. 일본은 단절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치유할 수 없는 고독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 배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극세사 옷감을 짜는 듯 세심한 연출에 배우의 연기는 정확하게 부합한다. 스칼렛 요한슨은 19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감성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챔피언은 빌 머레이다. 문화적 이질감을 표현하는 코믹한 장면에서 빌 머레이는 특유의 유머감각을 자제한다. 웃음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공허감과 난처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성공한다. 그의 연기야말로 ‘통역’이 필요 없다.

소통에 대한 이 영화는 정작, 대중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까? 아쉬운 점은 전형성을 거부한 ‘특별한 언어’가 전형성에 편안함을 느끼는 대중의 속성상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보길 거부하는 배우자들처럼, 관객은 복잡하고 심각한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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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터프걸 사기열전·그녀를 믿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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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외모, 순수한 미소, 유려한 말솜씨… 완벽한 그녀의 본색은 고단수 사기경력으로 별을 달고 있는 터프걸. 가석방 심사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볍게 통과한 영주는 출감하자마자 유일한 혈육인 언니를 만나기 위해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한편, 용강마을 약사인 희철은 ‘여친'에게 프로포즈할 반지를 들고 부산으로 가던 중 영주를 만나게 된다. 첫 만남부터 영주에게 치한으로 오인 받아 죽도록 맞는 것도 모자라 낯선 남자에게 반지까지 소매치기 당한 희철. 가석방 중인 영주는 도둑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다시 반지를 찾아주려 하지만 이 와중에 그녀의 짐 가방과 희철의 반지가 뒤바뀌고 만다.



패럴리 코미디 감동을 담다·붙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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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마을 바인야드에 사는 천하의 순진남 밥과 소문난 작업남 월트. 성격도, 외모도 180도 다른 이들 형제는 허리 22cm가량이 붙어 있는 샴쌍둥이다. 선천적인 핸디캡을 천부적인 재능으로 승화시킨 이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햄버거를 만드는 '번개버거'의 주인이자, 스포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동네 최고의 명물이다. 하지만 어느 날, 공유하고 있는 간의 90%가 밥에게 있기 때문에 더 빨리 늙을 수밖에 없는 월트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고, 더 늦기 전에 헐리우드로 진출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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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앤아이앙상블, 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앤아이앙상블이 오는 9월 27일(토) 오후 7시 30분 문아트그라운드 실버스크린홀에서 세 번째 정기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를 개최한다. 이앤아이앙상블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공연에서 500석 규모 객석을 전석 매진시키면서 주목받았으며, 올해는 한정된 50석 규모의 공간에서 더욱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를 주제로 음악, 마임, 영상이 결합된 다층적 무대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은 연주자들의 호흡과 움직임, 무언의 퍼포먼스, 대형 스크린의 영상미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공연의 완성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이앤아이앙상블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자신들이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자작곡은 매 공연마다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앤아이앙상블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창작 작업을 통해 모던 팝 클래식이라는 독창적 장르를 개척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아우르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앤아이앙상블 바이올린 박진희, 기타 김도윤, 첼로 김혜영, 건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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