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이준석 대표는 "당원 가입" 외 정치적 메시지를 일절 내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징계 전 천명했던 '자기 정치'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에선 이 대표의 자기 정치에 대해 냉소적인 반을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젊은 층의 당원화를 통한 당내 지지세 확보는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의결 이후 잠행에 들어갔다가 13일 광주 무등산 등반을 알리며 물밑 행보를 재개했다. 이후 제주, 전남 남해안, 경남 진주·창원, 부산, 강원 춘천, 충북 충주 등을 오가며 당원과 시민을 만났다. 21일 전북 전주로 내려와 전남 진도, 광주에 나타나는 등 다시 호남을 향한 상태다.
당초 이 대표는 징계 국면 도중에는 재심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가능한 불복 절차에 나설 것을 공언했었다. 징계 의결 직후에는 "징계 처분권이 당대표에게 있다. 납득할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 저는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하기도 했다.
중앙당 대표로서 당권과 당규상의 권리를 최대한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이 불복 절차를 만류했고,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수사 절차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실제로 8일 징계 의결 직후 라디오 이후 아무런 반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신 당권과 직접적으로는 무관한 "당원 가입" 메시지만 반복하면서 지역 당원들을 만나고 다니는 중이다. 특히 호남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방선거를 이긴 뒤 당 혁신위원회를 띄우면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자기 정치'를 선언했다.
이 대표 '자기 정치'의 핵심은 공천 등 중앙당 권한 분산 및 당 하부구조 강화를 통한 체제 개혁이다. 이에 더해 '서진 정책' 강화가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당원이 당비를 내면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당대표와 일부 당직자들이 모든 의사결정구조를 독점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공천 시기에 누가 당대표일지 모르겠으나, 갈아엎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생각해서 지금 시스템을 안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원이 200만명을 넘어 확대돼야 하고, 당원 교육을 강화해 유튜브에서 보수 담론이 저열해진 것을 되돌려야 한다"며 "같은 대학교 다니는 대학생위원회 활성화 노력을 했다. 모여서 토론배틀, 정책공모전 리그를 하는 식으로 같이 뭘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기대하셔도 좋을 만한, 지금까지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서진 전략이 7월부터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이같은 '자기 정치'의 맥락과 겹치는 면이 많다. 이 대표는 가는 곳마다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월 1000원만 내면 3개월 뒤 의사결정 참여'라고 적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국민의힘 광주시당의 청년위·대학생위 당직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식사하며 호남 청년 보수정치의 고충을 나누고 "당원 모집을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7일 부산 광안리를 방문해서는 "4시간 넘게 당원들과 정치와 정당에 대해 토론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된 영상에서 청중에게 "우리 당 가장 큰 문제는 최고위원회의가 재미가 없다"라고 하기도 했는데, 정치 참여 권유 과정에서 최고위 논의가 왜 흥미롭지 않은지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21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다들 당원 가입하셨나? 책임당원 있으신가?"라고 물은 뒤 "이제 호남 지역에서 전북에 당원이 책임당원만 3700명 정도 되니까, 3700명 중 전주에 적어도 책임당원이 젊은 사람만 600명이 더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 정책'은 동선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호남에서 시작해 제주와 부산·경남, 강원, 충북을 거쳐 다시 호남으로 돌아온 이 대표는 지난 22일 전남 진도를 찾아 가수 박상철씨의 '무조건'을 자청해 불렀다. 그는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부분을 부르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전국적인 기반 구축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고 당원권 정지 기간이 종료될 경우에도 당무 일선 복귀가 순조롭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권 투쟁 구도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차기 전당대회 출마도 현실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앙당과 한 걸음 떨어진 상태에서 전국의 하부 조직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 장기적인 준비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