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34·구속)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방윤섭·김현순)는 10일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및 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씨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대낮 한복판 누구라도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줬다"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신림역 살인 예고글 등 모방범죄 등으로 시민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등 엄벌을 통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성문을 쓰며 '감형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고 썼다"며 "저는 반성이 아닌 감형이라는 표현을 쓴 피고인을 여태까지 처음 봤다. 피고인은 그동안 피해회복을 위해 어떠한 합의를 시도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단순히 사회와 자신에 대한 분노와 열등감을 이유로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한 잔혹한 범행 수법과 다수의 폭력 범죄 전력 등 중하게 처벌할 요소가 차고 넘친다"며 "유족들은 무참히 사망한 원혼을 달래달라고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 조선에게 사형을 처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사는 살해된 피해자 및 상해 피해자들의 상황과 주변 지인들의 엄벌 탄원 등을 언급하면서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조씨는 미리 써온 최후진술서를 담담하게 읽어나갔다.
조씨는 "저조차도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 피해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돌아가신 분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다친 피해자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아무 잘못도 없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잘못을 되뇌었다.
조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심신 장애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감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함"이라며 "부디 재판부가 이런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반성하지 않는다는 오해로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고 최후변론했다.
앞서 이날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은 정신감정 결과를 언급하며 "평소 반사회적 성격을 지녔고, 사건 2~3일 전부터 피해망상이 이어져 왔다"며 "사건과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감정한 결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회신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보호관찰소와 전문자문위원 등 여러 차례 정신 감정이 있었으나 본래 정신병적 질환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애당초 살인사건 자체가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범하기 어렵다"며 감정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오후에 조씨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씨는 지난해 7월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날 범행을 위해 서울 금천구 소재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고(절도), 이동을 위해 택시를 무임승차한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또 지난 2022년 12월27일 익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가리켜 '동성애자 같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돼 모욕 혐의로도 기소됐다.
조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이 계속되자 은둔 생활을 하면서 인터넷에 작성한 글 때문에 모욕죄로 고소당했는데, 범행 나흘 전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자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조씨는 심실 장애 상태에 따른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진행된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도 모르게 흉기를 휘두르게 됐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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