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05 (수)

  • 맑음동두천 2.2℃
  • 맑음강릉 9.9℃
  • 맑음서울 6.4℃
  • 박무대전 5.3℃
  • 박무대구 6.0℃
  • 구름많음울산 8.7℃
  • 박무광주 8.4℃
  • 구름많음부산 12.7℃
  • 맑음고창 4.9℃
  • 구름많음제주 15.3℃
  • 맑음강화 3.5℃
  • 맑음보은 2.2℃
  • 맑음금산 4.3℃
  • 구름조금강진군 6.7℃
  • 구름많음경주시 4.7℃
  • 구름많음거제 10.0℃
기상청 제공

사람들

【책과사람】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기억한다는 착각〉

URL복사

기억의 이상한 작동 원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몇 시간 전에 먹은 점심 메뉴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아주 오래전 유행가 가사는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경과학자로 뇌의 구조와 원리 연구에 25년 이상 연구한 저자는 기억에 대한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뒤집으며, 기억의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맥락’과 ‘도식’이라는 틀

 

저자는 기억은 본질적으로 선택적이라고 말한다. 뇌는 신중히 기억해야 할 경험을 선택한다. 그 선택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맥락’과 ‘도식’이라는 틀이다.


우리 뇌는 덩어리를 지어서 기억한다. 특정한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의 장소와 상황, 감정과 맥락을 함께 ‘사건의 경계선’ 이라는 덩어리째로 저장한다. 이처럼 뇌는 맥락을 기준으로 묶어서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장소가 바뀌거나 다른 상황이 끼어들면 바로 직전까지 생각했던 대상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도식’은 일종의 정신적인 틀로, 반복되는 패턴이나 구조를 이용해 우리가 익숙한 환경에서 쉽게 정보를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요한 공통 요소를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재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뇌는 음악의 반복적인 운율과 형식, 체스 게임에서 이뤄지는 말들의 패턴, 장소의 구조, 이야기 구조 등 다양한 패턴을 도식으로 이용한다.


어제 먹은 점심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우리의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특별할 게 없는 수많은 점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래전 유행가 가사를 까먹지 않는 이유는 음악이 매우 효과적인 도식이어서 멜로디를 듣는 순간 몇십 년 전 만들어놓은 ‘사건의 경계선’ 안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망각은 기억력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뇌가 의도한 효율적인 정보 처리 매커니즘인 것이다.


기억은 서랍 속 사진이 아니다


우리는 보통 기억이 뇌라는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저장했다 꺼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억의 실체는 사진이나 기록처럼 정확하지 않고, 훨씬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다. 뇌는 우리가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매번 정보를 새롭게 재구성하는데, 놀라운 점은 우리가 기억할 때와 상상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기억과 상상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다.


다시 말해, 우리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단순히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소량의 맥락과 되살려낸 정보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럴듯한 과거를 상상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 시점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기억이 변형되기도 한다.


우리가 현재의 인식과 감정을 반영해 과거를 ‘다시 쓰고’ 있다는 의미다. 기억의 이런 특징은 때론 기억을 왜곡시키고 거짓 기억을 만들게 하기도 한다. ‘기억이 정확하고 고정불변할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을 배신하는 결과지만, 저자는 이런 기억 시스템이 ‘생존’에 훨씬 더 유리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또한, 우리의 뇌 속에서 이뤄지는 이런 작용을 이용한 효과적인 학습법을 추천한다. ‘실수 기반 학습’은 도전과 실수에서 배운다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지만 뛰어난 효과를 보장해준다.


뇌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반복 암기하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답을 도출해내고자 할 때 훨씬 활발하게 작동한다. 정답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오답을 내거나 실수를 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기억 능력을 훨씬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지점은 ‘수면’ 이다. 우리가 잠들어 있는 동안 뇌는 낮에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기억을 응고화시키는데, 이는 스스로 시험을 치르는 효과를 낸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중국산 건조 마늘과 양파를 냉동 제품으로 위장 밀반입 한 5명 적발
(사진=인천본부세관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인천본부세관은 중국산 건조 마늘과 양파를 냉동 제품으로 위장해 밀반입한 5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 인천본부세관은 4일 A(50대)씨 등 5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세관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12월 중국에서 건조된 마늘 173톤과 양파 33톤 등 시가 17억 원 상당의 농산물 총 206톤을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건조 농산물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냉동 농산물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밀수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건조 마늘과 양파에는 각각 360%, 135%의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냉동 농산물로 분류되면 27%로 낮아진다. 이들은 건조 농산물을 실은 컨테이너 적재 칸의 윗부분에는 냉동 농산물 상자를 넣어 현품 검사를 피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적발된 보세창고 보세사는 현품 검사를 할 때 사전에 확인한 냉동 농산물만 샘플로 제시하는 등 범행에 깊숙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세관은 냉동 보세창고 외부에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 내부 감시가 어려운 점이 악용된 것으로 보고 앞으로 창고 내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