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26 (수)

  • 구름많음동두천 3.4℃
  • 맑음강릉 7.4℃
  • 연무서울 3.8℃
  • 구름많음대전 5.3℃
  • 박무대구 3.5℃
  • 연무울산 5.0℃
  • 구름많음광주 6.3℃
  • 맑음부산 6.4℃
  • 구름많음고창 6.5℃
  • 흐림제주 10.3℃
  • 맑음강화 0.7℃
  • 흐림보은 5.0℃
  • 흐림금산 4.6℃
  • 맑음강진군 3.6℃
  • 맑음경주시 5.4℃
  • 맑음거제 6.3℃
기상청 제공

사람들

【책과사람】 고정된 언어와 박제된 개념을 넘어서 집단을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 〈한국이란 무엇인가〉

URL복사

한국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대통령의 불법 계엄령 선포’라는 충격적 사건을 통해 김영민 교수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허약한 질서 위에 놓여 있는지 고발한다.

 

지금 한국은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존재하는 사회이며, 문제는 그 복합성을 감당하기에 기존의 언어가 너무 낡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을 이해하는 데 사용해온 고정된 관점을 해체하고,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한국의 정체성을 재구성한다.

 

과거, 현재, 미래로 해부

 

저자는 홍익인간부터 계엄의 밤까지,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 서 변화한 한국을 돌아보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질문조차하지 않는 개념들을 흔들고 새롭게 세운다. 단군신화의 낡은 관점을 갱신하고, 식민 체험의 복잡성을 재조명하며, 미시적 독립운동의 존재를 새롭게 이야기한다. 나아가 한국의 시민사회와 대학의 의미를 다시 묻고, 청년과 어른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과거’, ‘한국의 현재’, ‘한국의 미래’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단순한 시간 순서의 기술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를 ‘시간의 층위’를 빌려 해부하는 시도에 가깝다.

 

1부 ‘한국의 과거’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믿어온 개념들인 홍익인간, 단군신화, 삼국시대, 불교와 유교, 노비제도, 식민체험 등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한다.

 

김영민 교수에 따르면 단군신화는 외부 문명에 의해 정복당한 민족의 기억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신의 권위를 끌어온 정치적 서사일 수도 있다.

 

한편, ‘삼국시대’라는 개념은 김부식이라는 고려 시대 엘리트에 의해 제시된 하나의 관점에 불구하며, 실제로는 수십 개의 소국이 혼재했던 시대였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의 욕망과 권력이 재구성하고 해석하고 정당화한 ‘기억의 서사’임을 일깨운다.

 

무너지는 언어와 제도 사이에서

 

2부 ‘한국의 현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현실의 구조적 취약함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정당정치의 무능과 정체, 언론의 불신, 교육 제도의 실패, 개혁 담론의 무기력함 등 한국 사회를 이루는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진단하는 저자는 이런 현상들을 단순한 기능적 결함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개혁’, ‘민주주의’, ‘정의’라는 말들이 점점 기존 의미를 잃어가고, 낡은 제도 역시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무너지는 언어와 제도 사이에서 우리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것을 요청한다.

 

3부 ‘한국의 미래’는 단순한 청사진 제시나 희망적 전망 대신,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사유의 실험이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규정짓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청년과 노인, 도시와 농촌, 중산층과 주변부로 나뉜 채 대립만 남아버린 상황은 바뀔 수 있는가? 저자는 말한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거창한 이념적 선언이 아니라 일상과 정치를 다시 연결하고, 고통과 공동체를 재해석할 수 있는 감수성을 회복하는 작업이라고. 나아가 그는 한국인의 소원, 기회, 가능성을 어떻게 다시 구성할 것인지, 한국이라는 이름이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들이 마련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은 대화의 시작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민의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헌법 대놓고 위반...더불어민주당은 사법파괴 멈춰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논평을 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헌법 제27조 ‘법률이 정한 법관’ 규정과 제101조 ‘법원의 각급 법원 조직’을 대놓고 위반하고 있다. 또한, 오직 군사법원만을 특별법원으로 둘 수 있다고 명시한 헌법 110조와도 충돌한다”며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의 뜻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정치권이 요구한다고 임의의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다면 그 자체가 사법의 정치화이고 헌법이 보장한 재판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권력자의 요구에 따라 답을 정해 놓고 원하는 판결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제27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1조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제110조제1항은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에 충고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문화

더보기
타악그룹 언락, 역사 연희극 ‘낙향’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타악그룹 언락은 오는 11월 30일(일) 오후 4시 안성맞춤랜드 반달마당에서 역사 연희극 ‘낙향 : 희망의 꽃을 피우다’ 공연을 무료로 선보인다. ‘낙향 : 희망의 꽃을 피우다’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지켜낸 선조들의 용기와 투쟁을 담아낸 작품이다. 일제의 억압과 문화 말살 정책에 맞서 정체성과 문화를 지켜내려 했던 이들의 삶을 생생히 무대화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예술지원 모든예술31’ 사업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다시 인정받았다. 주최·주관을 맡은 타악그룹 언락은 작년보다 한 단계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난해 실시된 관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작품의 메시지와 구성에 공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부모는 공연을 관람한 자녀가 ‘저 삼촌들은 아리랑 불렀다고 잡혀가는 거야? 저 삼촌들이 나쁜 사람이야?’라고 묻는 등 작품 속 역사적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역사를 처음 접하는 어린 관객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