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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책과사람】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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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우리가 하나의 세계에서 만나기를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세계적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첫 에세이다. 이탈리아 대표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등 여러 글로벌 매체에 기고해온 글과 말을 모았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우주의 물리학적 현상을 추적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그 바탕에 깔린 과학과 철학, 예술의 진정한 의미로 시선을 옮긴다.

 

과학과 철학 사이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통해 넓은 시야와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아름다운 문학적 문체를 선보이며 많은 독자를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인도해 왔다.

 

로벨리의 글이 가지는 힘은 과학 지식 자체가 아닌, 과학을 통해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깊은 고민에서 나온다. 이번 신간에서도 저자의 고민과 탐구심은 과학을 넘어 철학, 예술, 역사, 언어 등 다양한 학문으로 뻗어나간다.

 

이 책은 동양사상의 위대한 고전 <장자>의 한 대목으로 시작된다. 강가를 거닐던 장자가 한가로운 물고기를 보고 “저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지” 하고 말한다.

 

동행하던 사람이 어떻게 물고기의 마음을 아느냐 묻자 장자가 답한다. “자네는 내가 물고기의 마음을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네. 나는 여기 강 위에서 알았지.” 이 수수께끼 같은 대화는 ‘물고기의 즐거움’에서 ‘의식의 본질’로 이어지는 놀라운 도약을 보여준다.

 

물고기의 즐거움과 장자의 관찰, 마음이나 앎, 즉 ‘의식’은 자연 바깥에 있지 않다. 이러한 신비한 관점은 양자역학과도 이어진다. 장자의 사상과 양자역학은 ‘연결된 하나의 세계’를 그리며, 이는 세계의 실재를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카를로 로벨리의 근본적인 연구 주제’를 담고 있다. 저자가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첫걸음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세계는 소통과 화합을 기초 원리로 삼는다

 

양자역학부터 <장자>까지, 카를로 로벨리가 주목하는 ‘연결된 하나의 세계’는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까? <장자>의 일화에서 볼 수 있듯 ‘앎, 마음, 물고기가 느끼는 즐거움은 자연 바깥, 가닿을 수 없는 아득한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한 측면이자 일부’라는 생각은 ‘타자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불가능성’을 극복하게 해준다.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는 소통과 화합을 기초 원리로 삼는다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 주제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인류가 소통과 화합과 거리가 먼 행동을 한다고 꼬집는다. 강대국들은 자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주장하며 군사력을 강화하고, 어떤 승리가 자신들에게 이득을 줄지 계산하는 데만관심이 있다.

 

세계의 위기는 때로 멀게 느껴져 우리가 평화 속에 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일상을 무너뜨릴 폭력의 그림자가 지금 전 세계에 드리워 있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 위기를 인식하고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지탱하는 것은 확신에 기대지 않고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질 때 기존 세계의 오류를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믿는 것만을 믿지 않고, 이전에 없던 발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이는 과학에만 필요한 태도가 아니다.

 

이념적 대립, 견고한 불평등, 계층 갈등, 환경 문제 등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려면 다른 이의 말에 귀를 열어두는 태도가 필요하다.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더 깊은 연결’을 추구하는 저자의 지적 여정을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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