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는 산업부·기후부 차원의 전략을 즉시 수립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수소에너지와 수소자동차 분야에서 한때 세계 1등 국가였다. 현대자동차의 ‘넥쏘’는 세계 최초 양산 수소전기차였으며, 연료전지 기술은 지금도 세계 정상급이다.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먼저 수소경제를 국가전략으로 채택했고, 국제사회에서도 미래에너지 분야의 선도국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정책 흐름은 전기차 중심으로 기울고, 수소 모빌리티와 관련된 국가적 투자는 축소되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스스로 세계 1등 기술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는 분명 중요한 미래 기술이다. 하지만 전기차만으로 국가의 이동·물류·산업 전반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장거리 운행, 산업용 물류, 대형 상용차, 에너지 저장, 계절별 전력 수요 등은 전기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전기와 수소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임에도, 최근 정책은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은 정말 세계 1등 수소에너지·수소자동차 기술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가?
현장의 산업계와 지방정부는 이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수소충전소 운영이 위태로워지고 있고, 기업들은 수소 관련 투자를 늦추고 있다. 수소차 보급이 줄어들면 충전 인프라는 유지가 안 되고, 충전소가 줄면 다시 수소차 보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의 부재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다.
반면 해외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IRA 법안을 통해 수소 생산과 청정연료 인센티브를 대대적으로 확대했고, 일본은 국가 차원의 수소 투자 로드맵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대형 물류차·버스 중심으로 수소차 보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기술 경쟁력이 한국보다 뒤처졌던 국가들이 지금은 ‘정책과 시장’을 통해 격차를 좁히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기술이 앞서면서도 정책 혼선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지방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수소경제를 지속할 수 없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후환경부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공동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 생산·저장·운송 인프라 구축, 산업단지 기반 수소 활용 모델, 수소트럭·수소버스 보급 로드맵,연료전지 산업·기업 R&D 지원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정책 로드맵을 즉시 재정비해야 한다.
기후환경부는 수소 모빌리티의 탄소중립 기여도 재평가, 충전소 운영비 지원 체계 마련, 환경규제·안전기준의 합리적 개선, 수소차 보급 목표 재설정 등 지속가능한 수소 생태계 구축 정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지금의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 한국은 기술은 있으나 시장은 없는 국가가 된다. 기술력을 잃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시장과 생태계가 무너지는 데는 단 몇 년이면 충분하다.
수소정책 정상화는 국가 에너지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
그런데 국가적 전략 부재로 이 우위를 스스로 포기한다면, 10년 뒤 우리는 후발 국가들을 뒤쫓는 처지가 될 것이다. 수소는 미래 에너지 안보, 산업경쟁력, 기후 대응, 물류체계 전환, 지역 균형발전까지 포함하는 종합 전략 분야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술이며, 후순위로 밀려날 성격의 산업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명확한 국가 전략의 재선언이다.
한국이 다시 세계 1등 수소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산업부·기후부 차원의 ‘수소정책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선택은 곧 국가 에너지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신안산대학교 기술사관학교장 소방안전관리과 특임교수 김영일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일 수소 및 연료전지 전문 행정사
신안산대학교 친환경에너지 기술사관학교장(특임교수, 기계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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