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한지붕 두가족’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올해 가을 안방에서 벌어지는 ‘남들의 잔치’를 멍하게 지켜볼 위기다.
2007년∼2010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위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이더니 일찌감치 4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드러누운 것이 두산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마운드도, 타선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둘 중에 한 쪽이 잘되는 날은 나머지 한 쪽이 흔들렸다.
7위까지 떨어졌던 지난 6월 중순 두산을 이끌던 김경문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7위까지 떨어졌던 두산은 순위를 다소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4강권에는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11일까지 51승59패2무를 기록한 두산은 6위에 머물러있다.
LG는 시즌 초반에는 잘 나갔다. SK 와이번스와 선두 다툼을 벌이면서 2002년 이후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달콤한 꿈을 꿨다.
그러나 6월 중순 5연패에 빠지면서 4위로 밀려난 LG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넥센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서 또 다시 연패를 당했고, 결국 올스타 휴식기가 끝난 직후 매서운 상승세를 뽐낸 롯데 자이언츠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이후부터 좀처럼 반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하위 넥센에 번번히 발목을 잡힌 것도 타격이 컸다. 11일까지 54승60패1무의 성적을 거둔 LG의 순위는 5위다.
5위 LG와 6위 두산의 격차는 1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과 4위 KIA 타이거즈(65승58패)와의 격차는 무려 6.5경기, 7.5경기차다.
수치상으로는 LG, 두산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4위를 끌어내리고 4위로 올라서기가 쉽지 않다.
잔여경기가 아직 꽤 남아있고, 3위 SK와 4위 KIA가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임을 생각해도 적지 않은 경기차다.
이대로 LG와 두산이 동시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2006년 이후 5년만에 일이 된다.
2만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홈구장을 가진 SK와 롯데가 맞붙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시리즈 5차전∼7차전은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지난해까지는 두산의 가을 잔치를 지켜봐야했던 LG만 속이 쓰렸다. 올해에는 아예 남의 잔치를 지켜보며 두 구단 모두 가슴을 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