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가 매년 국내외 영화관객들을 열광시킨 <포커스> 섹션의 프로그램으로 ‘특별전 : 알베르트 세라’, ‘특별전 : 영상시대와 이장호’를 사전 공개한 데 이어 ‘특별전 : 에드가르도 코자린스키’ 와 ‘회고전 : 우치다 도무’를 공개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인 <포커스> 부문은 동시대 영화미학을 선도하는 거장들과 젊고 새로운 작가들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영화들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영화사를 빛낸 명감독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특별전 및 회고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던 영화감독들의 전작 혹은 대표작들을 한데 모은 기획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매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화 미학을 구축하여 많은 젊은 감독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시네아스트를 선정하여 특별전을 개최하고 그 감독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에게 제공해왔다.
2005년 피터 쿠벨카(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2006년 피터 체르카스키(오스트리아), 2007년에는 하룬 파로키(독일)와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러시아), 2008년 알렉산더 클루게(독일), 2009년 페레 포르타베야(스페인), 2010년 로무알트 카마카(독일), 2011년에는 호세 루이스 게린(스페인) 특별전을 차례로 개최하며 국내외의 수많은 영화전문가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올해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상상의 시네아스트” 에드가르도 코자린스키를 선정했다.
에드가르도 코자린스키 감독의 영화는 특정 단어나 특정 영화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코자린스키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통해 영화적인 것과 문학적인 것을 결합시키고,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 리얼리즘적인 것과 초현실적인 것들을 뒤섞으며 자신만의 상상의 영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래서 코자린스키 감독의 영화는 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 어딘가에 존재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극영화적인 동시에 다큐멘터리적이고. 지적(知的)인 동시에 시적(詩的)인 그의 놀라운 영화들은 가장 독창적인 영화 언어의 증거이자 가장 대담한 영화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코자린스키 감독이 연출한 총 21편의 영화 중 감독 자신이 직접 선정한 7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먼저 독일의 작가이자 사상가인 에른스트 윙거의 삶을 뉴스릴 풋티지와 윙거의 일기를 활용하여 오직 인용만으로 만들어낸 다큐멘터리-픽션 <원 맨스 워>가 상영된다. 이 영화는 영화평론가 리처드 포튼에 의해 “지난 40년간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놀라운 역사적 통찰과 대담한 미학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무시당한 영화”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다음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영시네마 포럼 부문에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영화가 곧 국적이었던 한 위대한 개척자의 다면적인 삶을 그린 놀라운 에세이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공동 설립자 앙리 랑글루아의 삶을 그린 <시티즌 랑글루아>가 상영된다.
그리고 코자린스키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해외에서조차 상영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수작 3편 - 스탈린 시절, 쇼스타코비치의 제자였으나 전장에서 요절했던 벤자민 플레이쉬만의 미완성 단막 오페라 ‘로트실트의 바이올린’이 쇼스타코비치에 의해 완성되어 연주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 영화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모로코의 국제무역도시 탕헤르를 배경으로 도시를 부유하는 프랑스인 작가와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탕헤르의 유령들>과 탱고 안무가와 그녀의 예술세계를 담아낸 영화 <욕망의 탱고> - 이 상영된다.
이와 함께 코자린스키 감독이 고향을 떠난 뒤 32년 만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가 연출한 첫 극영화이자, 그의 가장 대표적인 극영화로 알려져 있는 <나이트 워치>와 2011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서 상영되었던 그의 최신작 <녹턴>이 상영된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현실과 환상, 문학과 영화 사이를 부유하는 상상으로 가득 찬 이 7 편의 영화들은 영화에 대한 전통적인 기대와 편견을 단숨에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관객에게 선사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적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했던 아시아 거장감독들의 회고전을 마련해 이들의 영화를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해 왔다.
특히, 리트윅 가탁(인도), 소마이 신지(일본), 달마세나 파티라자(스리랑카), 키들랏 타히믹(필리핀) 등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소개한 회고전은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을 뿐 아니라 국내외 영화전문가들로부터도 선구적인 기획이라는 절찬을 받은 바 있다.
올해는 그 영화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극소수의 작품밖엔 소개되지 않아 여전히 미지의 감독으로 남아 있는 일본영화 고전기의 거장 우치다 도무 회고전을 마련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일본 바깥은 물론이고 일본 내에서조차 드물게만 상영되었던 우치다 도무의 초기 무성영화 2편(<땀>(1929), <경찰관>(1933))과 전전 시기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리얼리즘영화의 걸작 <흙>(1939)을 비롯해, 지적인 사무라이 활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후지산의 혈창>은 물론이고 2010년 ‘키네마 준보’ 선정 역대 일본영화 베스트 3위에 오를 만큼 널리 평가받은 작품이자 전후 일본사회의 풍경을 소름끼칠 만큼 적나라하게 묘사한 걸작 <기아해협>(1965)에 이르기까지 총 8편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나루세 미키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들로 일본영화의 황금기를 떠올리는 이들에게, 우치다 도무의 영화는 또 다른 보석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회고전 : 우치다 도무’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인 4월 26일(목)부터 5월 6일(금)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도 공동으로 개최하며 이 후에도 다른 도시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