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가 된지 25년이 지났지만 공항청사에 입주한 권력기관을 103호나 205호로 지칭하는 낡은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공항청사마다 다양한 정부기관들이 사무실을 임대해 입주하고 있는데, 위치와 층수에 관계없이 경찰은 103호, 국정원은 205호로 지칭하고 있다는 것.
민주통합당 문병호 의원(부평갑)이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받은 ‘공항별 국가기관 임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항마다 출입국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는 법무부와 검찰청, 국방부와 병무청, 경찰청, 외교통상부, 문화재청, 국정원, 기무사 등 다양한 국가기관들이 사무실을 임차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을 103호, 국정원을 205호로 지칭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이들이 103호와 205호를 임차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물론 국가정보원도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대구공항, 광주공항, 울산공항, 포항공항, 군산공항, 무안공항에 사무실을 임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공사 측은 103호나 205호는 아니라고 답변했다.
문 의원은 “권력기관을 이름 그대로 부르지 않고 숫자로 부르는 관행은 과거 박정희정권 시절, 경찰청이 김포공항 103호, 국정원이 205호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위세를 부려온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주화가 된지 2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유신독재의 망령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가 된지 25년이 지난 만큼 군사독재 시절의 작은 잔재라도 민주시대에 맞게 고쳐나가야 될 것”이라며 “공항 103호에는 경찰이 없고, 205호에는 국정원이 없으니, 국민들께서는 이런 얘기를 듣더라도 헷갈리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