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수기자] 참여정부때 제작된 2800여권의 위기대응매뉴얼이 MB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일부는 분실되거나, 부처 창고속에서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갑)이 해양경찰청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규모 인명피해 선박사고 대응매뉴얼[해상]” 제목의 이 매뉴얼은 당시 NSC(국가안전보장회의)사무처에서 제작한 것으로 이번 세월호 사건과 같은 대형여객선 선박사고를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해당 매뉴얼은 그동안 해경 문서보관실에 방치되어 있었으며, 해경은 지금까지 “주변해역 대형해상사고 대응매뉴얼(2010.10)”(p53)을 해상사고 매뉴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당시 NSC가 ‘07년 5월 ’골든로즈호‘와 ’진성호‘의 충돌사건을 계기로 만든 매뉴얼로 사용목적부터가 틀린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 발견된 매뉴얼은 총 95페이지 분량으로 당시 특수기동대 인력 및 고속보트 등 장비 현황, 내·외항 여객선 현황은 물론 각 선사·선내별 비상연락망, 유관기관 및 민간구조대 비상연락망 등 현재 해경이 사용하는 매뉴얼보다도 더 상세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행동지침도 수색, 인명구조 등 보다 세부적으로 작성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되고 현장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이번같은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거라는 예측도 가능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부처인 안행부는 이러한 매뉴얼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어, 참여정부때 만들어진 2800여개의 매뉴얼 중 몇 개가 방치, 훼손되었을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더욱 한심한 것은 MB정부들어 매뉴얼의 작성 및 관리 권한이 안행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 기관으로 이관된 만큼 이후 새로 수정·보완이 이루어졌을 때에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관리가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지금까지 안행부는 물론 대부분의 부처·기관들이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 및 시행령 55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간행물은 발간등록번호를 부여받고, 새로 발간(수정)이 될 경우는 지체없이 해당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송부”하도록 되어있다. 관련법규에 따라 멸실시에는 3년이하 징역, 2천만원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결국, MB정부,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지침을 인식하지도 못한 체 매뉴얼들을 방치하다시피했고 매뉴얼을 기초로 지속적인 보완과 훈련을 통해 더욱 체계적으로 위기대응력을 키웠어야 했음에도, 일반 서류뭉치 중 하나로 밖에는 인식하지 못하고 사장시킨 정부의 안일함이 이번 사고를 더욱 키운 것이다.
이에 박남춘 의원은 “현행 관리규정도 모르고, 매뉴얼이 갖고 있는 가치도 인지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과 안일함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앞으로라도 제대로 된 관리체계를 하루빨리 마련하여, 실전같은 훈련과 매뉴얼의 수정·보완을 통해 다시는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